한국 탁구가 안방에서 열리는 첫 축제로 재도약을 준비한다. 3월 22~29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2020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열린다. 세계탁구선수권대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은 처음이다. 1926년 출발한 세계선수권은 94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일본이 7회, 중국이 5회나 대회를 열었으나, 한국은 한 번도 유치한 적이 없다. 중국, 일본,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은 물론 독일, 스웨덴 등 유럽 강호들까지 130여 개국 3000여 명의 탁구인들이 부산을 찾는다. 대회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은 1973년 사라예보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금메달의 주역 정현숙 한국여성탁구연맹 회장이 맡았다.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지리적으로나 시기상으로나 멀지 않은 만큼, 큰 대회를 앞두고 전 세계 최고를 다투는 탁구 선수들이 전초전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세계탁구계를 호령하는 스타들이 국내 무대에 총출동할 것으로 보인다. 남자단식에서는 세계랭킹 1위 판젠동(중국)을 비롯해, 쉬신(중국), 하리모토 토모가즈(일본), 마룽(중국) 등 5위권 내 선수들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는 장우진(미래에셋대우), 이상수(삼성생명), 정영식(국군체육부대), 임종훈(KGC인삼공사), 안재현(삼성생명)이 출전을 준비하고 있다. 여자단식에서는 세계 1위 첸멍, 2위 류시원, 3위 딩닝, 4위 주율링, 5위 왕만위(이상 중국)를 비롯해 6위 이시카와 카스미, 7위 이토 미마(이상 일본) 등 상위 랭커들이 실력을 뽐낸다. 한국에서는 서효원(한국마사회), 최효주(삼성생명), 이은혜(대한항공), 이시온(삼성생명)과 탁구 천재 신유빈 양(청명중)이 도전장을 내민다.
남북 단일팀 구성해 남북 교류 물꼬 틀까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남북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탁구는 지난 1991년 일본 지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남북 단일팀을 구성했다. 현정화 한국마사회 감독과 북한 리분희 등이 활약한 여자팀이 중국을 넘어 우승까지 이룬 사연은 영화로까지 제작됐다. 2018년 5월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도 27년 만에 남북 여자 단일팀이 극적으로 구성돼 동메달을 따낸 바 있다. 이번 세계선수권에도 북한이 출전한다면 한국 스포츠 역사에 큰 의미로 남을 수 있다. 1926년부터 시작된 세계선수권이 한국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가운데 북한의 출전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킬 수 있다. 여기에 단일팀까지 구성되면 탁구를 넘은 빅이슈가 된다.
유승민 대한탁구협회 회장 겸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장은 2019년 12월 4일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의 참여는 우리 뿐만 아니라 국제탁구연맹의 주요 관심사”라며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북 단일팀의 여자단체전 우승 때의 감동과 영광을 다시 한번 재연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유 회장은 “탁구는 스포츠에서 남북관계를 리드하는 종목이었다”며 “단일팀을 구성하려는 것은 그런 목적도 있지만, 세계대회 단체전에는 복식 경기가 없어 특히 여자의 경우 단일팀을 구성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길게 호흡을 맞출 필요가 없다. 우리 여자팀이 최근 괜찮게 성적이 나오고 있어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회장은 “국제탁구연맹으로부터 최근 공식 초청장과 레터가 북한에 전달됐다”며 “1월까지는 최대한 (북한의 답변을) 기다려 보려한다. 단체전이기 때문에 이후에는 어렵다”고 전했다. 그는 “단체전 조추첨식이 2월 22일 열리기 때문에 그 전에 단일팀 구성 여부가 결정돼야 한다”고 했다.
이준희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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