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장관(오른쪽에서 세 번째)을 비롯한 한국 대표단이 1월 10일 제135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가 열린 스위스 로잔에서 2024 동계청소년올림픽 개최지로 강원도가 확정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 최초로 2024 동계청소년올림픽(1월 19일~2월 4일) 개최지로 강원도가 확정되면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의 평화 메시지가 2024년을 징검다리로 2032 남북 공동올림픽 추진까지 이어지게 됐다. 평창올림픽을 치른 국내 노하우와 시설을 재활용할 수 있고, 나아가 남북 화해나 세계평화를 위한 스포츠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게 된 셈이다.
7개 종목 70여 개 나라 2600여 명 선수단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0년 1월 10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총회에서 강원도를 2024 동계청소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겨울스포츠 기반시설(인프라)이 갖춰져 있고, 스포츠를 통한 남북한 교류 등 올림픽 운동의 확산이라는 IOC 이념과도 맞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평창, 강릉, 정선 일원에서 7개 종목 15개 세부 경기에 출전하는 70여 개 나라의 2600여 명 선수단을 맞이하게 된다.
스키 종목은 용평 알파인 경기장, 정선 하이원 스키장, 평창 알펜시아와 보광 스키장에서 열리고, 봅슬레이 등 썰매 종목은 알펜시아 리조트에 있는 올림픽 슬라이딩 센터에서 개최된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등 빙상 종목과 아이스하키, 컬링은 강릉 아이스아레나와 강릉 하키센터, 강릉 컬링센터에서 치러진다. 대부분 평창올림픽이 열린 곳이다. 선수촌은 평창올림픽 때 자원봉사자 숙소로 활용한 강릉원주대학교 기숙사에 세워진다. 총 2100명이 이용할 수 있다.
“올림픽 정신 부합하는 역사적 대회 될 것”
비록 규모는 작지만 대회 개최를 통한 평화의 울림은 크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은 “정치적 여건이 허락하면 2024 동계청소년올림픽에 북한의 참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 약속했고, 한국 정부를 대표하는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은 평화와 협력이라는 IOC의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역사적인 대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또 “문재인 대통령도 신년사에서 남북 스포츠 교류에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한 만큼 북한의 참가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 평창올림픽의 평화 유산, 경기장 등 시설 유산, 드림 프로그램의 유산이 청소년올림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0년 싱가포르 하계청소년올림픽, 2012년 인스브루크 동계청소년올림픽을 기점으로 4년마다 열리는 청소년올림픽은 올림픽 무대를 빛낼 전 세계 유망주를 발굴하고, 이들에게 우정과 화합을 통한 올림픽 이념을 전파하기 위해 발족했다. 올림픽 스타와 만남은 청소년에게 올림피언이 되고 싶다는 꿈을 북돋운다. 특히 경쟁보다는 서로 어울리면서 편견을 없애고 장벽을 허무는 경험을 중시하기 때문에 대회마다 문화 교류의 장이 만들어지고,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미래 주역들이 상호 이해를 넓히도록 돕는다. 인종과 국적의 경계를 넘어 각 나라 선수가 서로 섞여 한 팀을 만들기도 한다. IOC는 대회조직위원회와 비용을 분담하는 등 지원하고 있다. 정부와 강원도는 2024년 대회 예산을 약 730억 원으로 추산한다. 운영비가 약 500억 원, 기존 시설 개보수 비용이 230억 원 정도다.
▶1월 9일 스위스 로잔 보두아즈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로잔 동계청소년올림픽 개막식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이 입장하고 있다.│문화체육관광부
2032 남북 공동올림픽 추진 위한 밑거름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은 시의적으로도 2032 남북 공동올림픽 추진을 위한 밑거름으로 활용될 수 있다. 바흐 IOC 위원장이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은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새 세대에게 전달할 것이다. 이 대회가 2032년 하계올림픽 공동 유치에 나선 남북이 대화의 다리를 놓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런 까닭에서다.
정부와 강원도는 2018 평창기념재단, 대한체육회와 함께 ‘평화와 동행, 재미, 전통’을 주제로 2024 동계청소년올림픽 참가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다. K-팝 춤 배우기나 한복 입기, 농악 연주, 한글 배우기 등이 주요 내용이다. 청소년의 교류를 중시하는 대회 특성상 참가 선수들은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해 평화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다. 대회를 유치하면서 “한국의 이미지와 지역 가치 제고, 한국 청소년에게 국제 대회와 네트워크 경험 제공, 국제 스포츠 관계 강화, 아시아에서 겨울스포츠 리더로서 입지 확보” 등을 제시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평창올림픽 평화의 메시지 전 세계로 발신
남북관계에서 스포츠의 중요성은 매우 크다. 정치적으로 남북 사이가 꽉 막혀도, 스포츠는 안전밸브로 남북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숨통을 제공했다. 이번 개최지 확정 과정에서 북쪽 지역에서도 2024 동계청소년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도록 요청하면서 분산 개최 가능성도 열어두었다. 북한의 강원도 원산시 마식령 스키장은 동계청소년올림픽을 치를 만한 장소로 꼽힌다.
IOC 총회에서 강원도 유치단으로 파견됐던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간판 차준환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완벽하게 구축된 수송·통신망과 경기장 시설에 강한 자부심이 있다고 발표했고, 강원도 출신 여학생 최연우는 2024 동계청소년올림픽 전 세계 참가자들에게 전할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여기에 더해 평창올림픽의 평화 메시지가 다시 한번 강원도에서 전 세계로 발신될 것도 분명해 보인다. 겨울스포츠의 ‘새로운 지평’을 열 2024 동계청소년올림픽은 이미 시작됐다.
김창금 <한겨레> 스포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