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정책 힘입어 민간활력 생겨야 ‘경제 선순환’

2020.01.13 최신호 보기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 담긴 특징과 기대
2019년은 한국 경제로서는 쉽지 않은 한 해였다. 미중 무역갈등이 예상처럼 완화되지 않았고 세계 반도체 경기도 기대보다 부진했다. 이에 따라 수출은 10% 넘게 줄고 설비투자도 8% 가까이 감소했다. 건설투자도 조정 국면을 맞아 4% 줄었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 은퇴가 시작되면서 생산연령인구 감소 속도도 빨라졌다. 대내외적으로 사면초가 같은 상황에서 경제가 2% 성장하고 고용이 늘어난 것은 정부 재정의 역할을 빼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민간 부문이 어려울 때는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진다. 정부의 2020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민간의 활력을 높이겠다는 의지가 뚜렷이 드러난다. 경기 하방 압력에 ‘총력 대응’하고 경제 상황을 ‘돌파’해서 경기를 반등시키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겠다고 명시하고 있다.

투자 활성화 위해 자본의 생산성 높여야
정부는 반등의 돌파구를 투자 활성화에서 찾고 있다. 대규모 기업투자 프로젝트를 25조 원 수준으로 발굴한다고 한다. 울산·여수의 석유화학공장, 인천의 복합 쇼핑몰과 물류센터, 포항 이차전지 소재공장이 대표적이다. 민간투자 촉진을 위해 금융·세제 등 패키지 지원을 강화하고, 적격성 조사를 통과한 사업들은 신속히 진행한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민간·민자·공공 3대 분야의 투자를 100조 원 목표로 발굴·집행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의지다.
투자 활성화는 민간 부문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전통적 처방이다. 그러나 이 처방의 효과성이 과거에 비해 떨어졌음을 고려해 이제는 좀 더 진화한 방식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즉, 전통적 방식이 투자비용을 줄여주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정부가 자본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지금은 고도성장 시기처럼 투자 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에 비용을 깎아준다 해도 기업이 쉽게 투자에 나서지 않는다. 투자 활성화의 핵심은 낮아진 자본 생산성을 다시 높임으로써 민간투자의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다.

다양한 분야 정책 유기적으로 결합해야 효과 극대화
자본 생산성을 높이려면 자본과 결합하는 여러 요소, 즉 인력, 지식·기술, 공공재 등의 질을 높이고, 새로운 분야에 진입하는 장벽을 낮추고, 공공 인프라를 확충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제조업의 스마트화 지원, 생산성 향상 시설 지원과 함께 우수 인력이 일하고 싶은 환경을 만들고 기존 인력을 재교육하고 기업 문화 및 관리전략(거버넌스)이 개선되도록 이끄는 작업들이 동시에 필요하다.
또 인공지능 국가전략처럼 새로운 산업생태계 조성을 지원하는 정책, 유망 신산업을 활성화하는 정책도 자본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단, 이러한 정책들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기존 기업들에만 지원을 집중하지 말고 기업가 정신을 가진 새로운 창업자들이 쉽게 진입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도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 생태계를 키우는 정책은 공정경제 정책과 함께 조화를 이뤄야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정부가 제시한 다양한 투자 활성화 패키지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여러 정책이 모두 효율적으로 결합해 자본의 생산성과 투자 수익률을 높이기를 기대한다.

내수 진작과 포용기반 확충은 좀 더 지속 가능하게
정부 경제정책방향의 또 다른 특징은 내수 진작과 포용기반 확충이다. 급속한 인구 고령화는 소비수요를 떨어뜨리는 요인이므로 이를 상쇄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정부가 제시한 자동차 관련 소비세 인하, 고효율 가전기기 구입 시 일부 환급, 입국장 면세점 담배 판매 허용 등은 단기적으로 소비를 자극하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좀 더 지속 가능성을 높이려면 소비성향이 높은 젊은이들의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가, 저출생 극복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출생율이 높아지면 미래 성장기반이 확충되는 것은 물론 단기적으로 내수를 키우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
포용기반 강화 역시 내수를 진작시키고 성장 잠재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40대 중년층에 대한 취업 및 창업 지원, 노인 일자리 확대, 여성의 경제활동 지원 등은 한국 경제의 중요한 과제다. 특히 2020년에는 인구 고령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므로 노인 일자리 사업은 내수진작 대책이면서 복지 대책, 노인 건강 증진 대책으로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다. 노인 일자리 사업이 공공서비스가 부족한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잘 설계된다면 정책의 지속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이 밖에도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서는 성장 잠재력을 높이기 위한 많은 정책이 제시되고 있다. 민간의 활력을 높이고 싶다면 정부가 할 일을 잘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 경제에서 소홀히 여겨졌던 공공재의 질을 높이고, 혁신에 도전하기 쉽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면 민간투자의 효율도 높아져 경제의 선순환이 가능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 재정이 충분히 뒷받침되고 다양한 정책이 유기적으로 결합해 효과가 극대화되기를 기대한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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