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치고 반등할까, 낮은 성장 이어질까?

2020.01.13 공감 최신호 보기



2020 세계경제는?

2019년 세계경제가 걸어온 길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악화일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에서 비롯된 상품과 서비스의 교역 둔화와 주요 제조업의 생산 부진 등으로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줄곧 약화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9년 세계경제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처음에 3.7%로 잡았다가 세 차례 수정을 거쳐 3.0%까지 낮췄다. 2018년 성장률 실적치 3.7%와 비교하면 가파른 하락세다. 3% 성장률은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0.1%를 기록한 뒤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IMF 성장률 전망치 3.4% 제시
2020년 세계경제가 걸어갈 길은 ‘오리무중’이다. 경기가 바닥을 확인하고 미약하나마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세계적인 경기 하방 위험에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 무엇보다 2020년에는 일부 신흥국을 제외하고는 미국, 중국, 유럽 등 주요 경제권에서 경기의 동반 둔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견조한 확장세를 이어온 미국 경기마저 하강 국면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치적, 지정학적 위험에 따른 이른바 ‘비전통적 불안 요인’들의 확산도 세계 실물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다. IMF는 올해 세계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3.4%로 제시했다. 수치상으로는 2019년 성장률 전망치보다 소폭 오른 만큼 세계경제가 회복기에 들어서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IMF가 추정한 성장률 반등폭의 절반가량은 아르헨티나, 터키 등 외환위기를 겪은 국가들과 2019년 성장률이 예상보다 저조했던 인도, 브라질의 경기 반등에 의존하는 것이다. 만약 이들 나라조차 경기 회복에 실패하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 역시 추가적인 하향 조정을 피할 수 없다. IMF는 “경제 회복 기반이 넓지 않고 전반적으로는 여전히 신중한 상황”이라며 “2020년 세계경제는 하방 리스크(위험)가 상존하는 ‘위태로운 회복(precarious recovery)’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20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2019년과 같은 2.9%다. OECD는 “글로벌 불확실성의 지속에 따른 교역과 투자 위축으로 선진국과 신흥국 구분 없이 전반적인 성장세 둔화가 예상된다”며 2021년까지 세계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낮은 성장세의 지속’을 예고했다.

통상갈등과 보호무역이 큰 위협 요소
2020년에도 세계경제의 가장 큰 위협 요소는 통상갈등과 보호무역의 확산이다. 2018년 초부터 시작된 미중 간 무역분쟁은 2019년 12월 1단계 타결로 일단 소강상태에 들어간 모습이다. 하지만 추가 관세 부과나 농산물 수입 축소 같은 통상 보복을 일시적으로 유보한 것일 뿐 핵심 쟁점에 대해 두 나라가 완전 합의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너무 많다. 언제든 갈등이 재발하거나 깊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미국이 설정한 2단계 협상의 쟁점은 단순한 무역 불균형 해소를 넘어 법과 제도의 개편을 둘러싼 문제여서 중국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렵다. 미국은 중국 내 외국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 강요 금지, 기업 보조금 해소, 환율 결정의 투명성 제고, 금융 및 서비스시장 개방 확대 등을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 마련과 이의 실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공동 감시기구 설치까지 요구하고 있다. 미중 갈등의 본질은 안보 패권(헤게모니)까지 포함된 세계 질서 전반의 패권을 둘러싼 경쟁이기 때문에 완전 타결까지는 갈 길이 멀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자무역체제 악화도 우려
미중 무역분쟁의 파급은 이미 세계경제에 깊은 주름살을 남겼다. IMF와 세계무역기구(WTO)의 추정에 따르면, 미중 분쟁이 심화한 2019년에 세계 상품 교역액은 전년 대비 1.1% 감소했다. 올해는 2.2% 소폭 증가세로 반등이 예상되지만 2017년(10.8%)이나 2018년(9.6%) 같은 활발한 교역 증가세를 되찾기에는 요원한 수준이다. 상품 교역의 둔화는 전 세계적인 제조업 생산의 부진과 투자 위축을 초래했다. OECD는 미중 무역분쟁이 2020년 세계 GDP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관련해 0.3~0.4%포인트의 성장률 하락을 추산하기도 했다. 무역분쟁의 심화로 WTO 기반의 다자무역체제가 약화하는 것도 우려스러운 조짐이다. WTO의 분쟁 해결 능력이 떨어지고, 자국 이익 우선을 내세운 나라들이 힘의 우위에 기반한 통상 도발이나 압박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자본재-중간재-최종재 생산 단계의 글로벌 분업 생태계가 복잡하게 재편되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위험도 생긴다. 한국처럼 글로벌 분업 생태계에 깊이 편입된 국가에 특히 불리한 흐름이다.

세계 각국 정책 공조가 관건
그러나 이런 흐름에 대한 우려와 경계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비판은 미국 안에서 더 거세다. 세계경제의 장기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세계 각국의 정책 공조도 견고하다. 주요국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올해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전망이며, 재정 여력이 있는 국가들은 예외 없이 확장적 재정정책에 나서고 있다. 경기 하방 압력은 완화하고 성장 기반은 강화하는 데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하자는 공감대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기술 표준 마련과 인프라 확충에는 각국 정부와 함께 민간기업까지 가세해 국제적 노력이 펼쳐지고 있다. 2020년 세계경제의 향방은 미중 무역갈등과 같은 불확실성 확대로 성장 둔화의 압력이 얼마나 클지, 그리고 이에 대응하는 세계 각국의 정책 공조가 어떤 성과를 거둘지에 달려 있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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