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미세먼지 꼼짝 마! 드론이 뜬다

2020.01.13 공감 최신호 보기

▶수도권대기환경청 미세먼지감시팀이 측정용 드론에서 대기오염물질이 담긴 포집용 투명봉지를 분리하고 있다.│한겨레

매캐한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공장 굴뚝 위로 드론 한 대가 떴다. 드론에는 가늘고 긴 금속관과 포집용 투명봉지가 장착되어 있다. 드론이 포집한 공장의 대기오염물질은 인근에 세워둔 이동측정차량 모니터에 수치가 바로 표시된다. 환경부 수도권대기환경청 미세먼지감시팀이 드론과 이동측정차량을 사용해 대기오염물질 배출 시설을 점검하는 현장이다.

수도권대기환경청은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수도권 서남부 지역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을 대상으로 2019년 10월 15일부터 11월 14일까지 한 달간 집중 점검에 나섰다. 주요 점검 대상은 경기 시화·반월, 인천 남동 등 국가산업단지 내 미세먼지 및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다량 배출업소다. 환경청은 이들 지역에서 배출시설 설치 허가 및 신고 적정 여부, 대기 배출시설 및 방지시설 적정 가동 여부, 자가측정 적정 이행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아울러 사업장 내 굴뚝의 대기오염물질 배출허용기준 준수 여부 등을 파악하기 위한 시료 채취도 진행했다. VOCs는 대기 중에서 햇빛(자외선)과 만나면 광화학반응을 일으켜 미세먼지나 오존을 만들어낸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 44%가 수도권에
공장이 내뿜는 대기오염물질은 석탄화력발전소 못지않게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한다. 전국의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은 2018년 12월 기준 총 5만 6584곳이다. 이 중 오염물질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자동측정기기(TMS)를 부착해야 하는 대규모 사업장(1~3종)은 4363곳에 불과하다. 미세먼지 배출량을 정확히 알 수 없는 소규모 사업장(4, 5종)의 비율이 92%(5만 2221곳)를 차지한다.
또 전국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의 44%가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 특히 수도권 서남부 지역 사업장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은 수도권 미세먼지 농도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기도 보건환경연구원의 ‘2018년 경기도 대기질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경기도의 미세먼지 농도는 서울시, 인천시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며 지역별로는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 모두 수원시, 안양시, 안산시 등 중서부권과 평택시, 안성시 등 남부권의 오염도가 높은 경향을 보였다. 사업장이 오염물질을 내보내는지 지속적인 지도·점검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전문 조직과 장비 부족으로 불법 배출 현장을 관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대기오염물질 점검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수도권대기환경청은 2019년 2월 미세먼지감시팀을 발족했다. 드론과 이동측정차량 등 첨단 장비를 활용해 미세먼지를 단속하는 전문 조직이 생긴 것이다. 미세먼지감시팀은 이동측정차량 2대와 측정용 드론 4대, 촬영용 드론 2대 등 장비를 운용해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을 점검하고 있다.
총 7명이며, 2인 1조로 측정 1개조, 점검 2개조 등 3개 팀으로 구성되었다. 전국 대기오염물질 배출 사업장의 44%가 밀집한 수도권을 7명이 담당하기에는 조금 벅차지만 드론 등 첨단 장비가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메운다.

▶수도권대기환경청 미세먼지감시팀의 이동측정차량. 차량에 설치된 장비로 대기오염물질을 실시간 분석한다.│수도권대기환경청

첨단 장비 활용한 미세먼지감시팀
첨단 장비를 갖춘 미세먼지감시팀의 점검 방법은 먼저 이동측정차량으로 구역을 나눠 순찰하면서 오염물질이 배출되는 지역을 압축한다. 한 구역에서 특정 오염물질이 높게 나오면 업체를 식별하기 위해 드론을 띄운다.
우선 촬영용 드론을 날려 사업장 밀집 지역이나 접근이 어려운 현장 시설 등의 상황을 둘러본 뒤 특이점이 있는 대기오염물질 배출 시설에 측정용 드론을 띄운다. 측정용 드론에 설치된 긴 금속관 안으로 대기오염물질이 들어오면 연결된 컴퓨터에 물질별 농도 측정값이 바로 뜬다. 불법 정황이 확인되면 드론에 달린 포집용 투명봉지에 대기오염물질을 담아온다. 30여 개 오염물질을 측정하고 포집하기까지 1분 정도 걸린다. 드론이 포집한 대기오염물질은 질량분석기 등 대기질 분석장비를 갖춘 이동측정차량에서 ppt(1조 분의 1 농도) 단위로 유해 대기오염물질 60여 종을 정량 분석할 수 있다.
장비를 개발한 국립환경과학원은 “굴뚝에 사람이 직접 올라가 포집하는 기존 점검 방식으로는 굴뚝 1개의 시료 채취를 하는 데만 3~4시간이 걸렸다. 그렇게 포집한 물질을 검사하는 것도 일주일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측정용 드론을 이용하면 실시간으로 오염물질별 농도 분석을 할 수 있고, 조사에 필요한 시간도 크게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또 효과적인 암행 감시도 할 수 있다. 사람이 직접 감시를 했던 경우에는 단속을 알아챈 공장에서 배출량을 조정하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드론은 감시에 대한 정보를 알리지 않고 실시할 수 있어 정확한 자료를 바로 분석할 수 있다. 단속 과정에서 현장의 고충은 있다. 미세먼지감시팀 김재성 주무관은 “아직도 이윤추구에만 치우쳐 환경관리에 소홀하거나 현장 단속 시 위반 현장을 확인하는 데 비협조적인 사업장이 있다. 또 굴뚝 주변에 설치된 방지시설을 확인하기 위해 좁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거나 측정 장비를 짊어지고 올라가는 경우도 많아 늘 안전사고 위험에 있다”고 전했다.



269개 사업장 점검, 82곳 위반 적발
미세먼지감시팀이 가동한 지 곧 1년이 되어간다. 미세먼지감시팀이 생긴 뒤 2019년 12월까지 총 269곳의 사업장을 점검해 82곳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 이 중 대기배출시설 미신고, 방지시설 미가동 등 35곳을 고발 조치했고, 방지시설 훼손·방치, 자가측정 미이행 등 47곳에는 과태료를 부과했다. 적발률도 크게 높아졌다. 장비를 활용하지 않았던 기존에는 26%에 그친 적발률이 이동측정차량과 드론을 활용하면서 42%로 껑충 뛰었다. 드론과 이동측정차량을 이용하면 이전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기오염물질 배출 감시가 가능하다.
대기오염물질 배출 단속은 미세먼지 저감 효과와 직결된다. 환경부가 2018년 4월 경기 포천시 일대의 소규모 사업장을 대상으로 드론을 활용해 오염원을 시범 점검한 결과, 하루 사이 초미세먼지(PM2.5) 농도가 5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이행을 위해 수도권대기환경청에서 2019년 12월 초 안산 반월 지역에 드론을 띄워 사업장을 점검하고 있다.│ 수도권대기환경청

수도권·낙동강에만 있던 장비, 전국으로 확대
환경부는 수도권 외 지역에도 드론과 이동측정차량을 확대 보급해 미세먼지 관리 시스템을 강화할 예정이다. 새해 예산도 이미 56억 원을 편성해둔 상태다. 17개 시·도에 이동측정차량 17대와 드론 34대가 추가로 보급될 전망이다.
아울러 수도권대기환경청은 각종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줄이고자 단속과 함께 해 노후 방지시설과 저녹스(NOx) 버너 설치 지원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인쇄, 염색업, 아스콘 제조업 등 소규모 사업장의 노후 방지시설 개선 또는 신규 설치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사업 물량은 전국 1797개소(2019년)에서 4000개소(2020년), 총 사업비는 1977억 원(2019년)에서 3960억 원(2020년)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의 최다 배출원으로 꼽히는 산업 부문의 배출량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굴뚝에서 일어나는 은밀한 일을 정부는 놓치지 않는다.

심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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