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가 공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현미경 사진│연합
2월 6일 현재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확진자는 23명입니다. 며칠 사이 갑절로 늘었습니다. 세계적으로는 2만 8000명을 넘어섰습니다. 늘어나는 숫자만큼 사람들의 두려움도 커지죠. 그러나 두려움은 사태 해결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사태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해보는 것은 두려움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작은 불’ 될까 ‘걷잡을 수 없는 들불’ 될까
지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은 확산 단계 가운데 중요한 국면에 놓여 있다고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 감염이 ‘관리되는 작은 불’에 그치느냐, ‘걷잡을 수 없는 들불’로 번지느냐의 갈림길에 있다는 것이죠. 작은 불과 큰불의 차이는 누구에게서 누구에게로 전염되느냐 문제입니다. 감염자의 가족이나 병을 다루는 의료인이 감염되는 경우는 전자에 속합니다. 예측되는 전염이므로 그만큼 보건 당국에서 사전 관리(모니터링)와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느슨한 관계의 다른 사람들에게 번지는 것은 문제가 심각합니다. 예상이 어려우므로 새 감염자에 대한 사전 관리도 미비할 것이고, 그만큼 어떻게 얼마나 퍼질지 통제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국내의 경우 세 번째 환자의 지인으로서 같이 식사하다 감염되었다는 여섯 번째 환자가 여기에 해당한다 하겠습니다.
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이유
외국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정보기술 잡지 <와이어드(Wired)> 보도로는 일본에서 단체 관광객의 버스를 운전했던 운전사가 감염되었다고 하네요. 승객 중에 중국 우한을 방문한 사람이 있었다고 합니다. 독일에선 같은 세미나에 참여한 직장 동료에게 전염된 사례가 나왔습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의 전염병 전문 의사 찰스 추는 “만약 지속적인 사람 간 전염이 (중국 외) 나라에서 확인되면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드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비상사태를 선포한 배경에는 이런 이유가 있습니다.
애초 병이 등장했을 때 각국 보건 당국이 치료할 생각보다 전염을 통제하는 데 치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이러스 전염병의 치료약을 만드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영국 랭커스터대학교의 생물 정보학 연구원 데릭 개더러는 과학 매체 <라이브 사이언스(Live Science)>와 인터뷰에서 “바이러스는 (현대 의학에) 원래부터 어려운 상대”라고 말했습니다. 전염병은 장티푸스나 콜레라 같은 박테리아가 옮기는 것과 ‘코로나’처럼 바이러스가 옮기는 것 두 종류가 대표적입니다. 그런데 박테리아에 대한 연구는 그 역사가 훨씬 오래됩니다. 박테리아는 바이러스보다 큰, 일종의 생명체인 데 반해 바이러스는 세포의 꼴도 갖추지 못한 생명체라 하기도 힘든 녀석입니다. 그만큼 발견도 늦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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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로 개발된 바이러스 백신
박테리아는 세포로 구성된 생명체이기 때문에 생체 기능을 공격하는 방식으로 공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숙주에 기생해서 번식하는 형태이므로 그런 공략을 하면 숙주에 해를 입힙니다. 쓸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죠. 박테리아 치료제인 항생제는 한 종류가 여러 박테리아성 전염병에도 드는데 ‘항바이러스’제는 이런 범용적인 약제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약을 개발하는 게 더욱 까다롭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은 발전한 현대 기술 덕분에 다른 바이러스 전염병에 비해 백신 개발의 착수와 진척이 훨씬 빠른 편이었습니다. 영국 <비비시(BBC)> 보도를 보면 2019년 12월 31일 우한에서 폐렴성 질환의 존재가 발견된 직후부터 관련 연구가 시작되었고, 2020년 1월 9일 WHO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원인이라고 공식화한 다음 날 중국 연구진은 새 바이러스의 유전자 코드를 세계 연구진과 공유했습니다. 각국의 연구진은 바로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죠. 그리고 홍콩의 연구진이 1월 29일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향상된 유전자 분석 기술과 정보 공유 덕분에 가능한, 과거에는 생각할 수 없었던 속도입니다.
인간 전염병의 75%는 동물로부터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멉니다. 백신이 인간에게 위험하지 않은지 세심하게 확인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임상시험을 모두 마치려면 앞으로 1년의 시간은 더 필요하다고 하네요. 이런 실정 때문에 확산 억제에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의 경우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성공적으로 억제한 경험도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은 치사율이 2% 수준으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과 비교하면 심각하진 않지만, 그것이 오히려 차단에 어려움을 줄 수 있긴 합니다.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더 활동할 수 있기 때문이죠. 숙주(인간)에게 덜 치명적인 바이러스일수록 자신의 전파는 더 유리한 법입니다.
이런 무서운 질환이 또 발생하지 않도록 미래에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전염병 예방 비영리단체 에코헬스 얼라이언스(Ecohealth Alliance)에 따르면 인간 전염병의 75%는 동물로부터 온다고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역시 박쥐에게서 온 것으로 보입니다. 동물로부터 인간으로 신종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것은 야생 개발과 공장식 축산 등 인간에 의한 생명 파괴 행위를 줄이는 것입니다.
권오성_ 2007년 <한겨레>에 입사해 미래, 과학 분야를 맡던 중 뉴욕 시러큐스대학으로 연수를 떠나 컴퓨터 기술과 저널리즘의 융합 분야 석사 과정을 마쳤다. 인공지능이 사회에 가져올 영향 등에 관심이 많다. 지은 책으로 <미래와 과학>(인물과사상사, 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