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아르카지예브나. 톨스토이를 세계적 작가 반열에 올려놓은 장편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여주인공이다. 그는 뛰어난 미모와 교양을 갖췄지만 스스로 기차에 뛰어들어 삶을 마쳤다. 그가 자살이라는 비극을 맞은 것은 자신의 잘못된 선택에 따른 것이다. 여덟 살 된 아들과 정부 고위직의 남편이 있는 그는 역에서 우연히 만난 알렉세이 키릴로비치와 ‘금지된 사랑’에 빠졌다. 그의 선택으로 자신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물론 남편(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과 애인을 파멸시키고 말았다.
안나의 비극은 삶에서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매일 매 순간 선택에 직면한다. 점심때 무엇을 먹고, 주말에 무엇을 할지처럼 비교적 가벼운 선택은 물론 직업이나 배우자 등 매우 중요한 선택도 있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가 “인생은 B와 D 사이의 C다”라고 갈파했을 정도로 선택은 삶과 떼어놓을 수 없다. B는 태어남(Birth)이고 D는 죽음(Death)이며 C는 선택(Choice)이다. 선택을 잘한 사람은 성공적인 삶을 사는 반면, 잘못된 선택을 내린 사람은 그 선택 때문에 고통받는다.
한순간도 경제와 떨어져 살지 못해
경제나 경제학이라는 말만 들으면 사람들은 머리부터 흔든다. 경제나 경제학은 수십 년 동안 공부한 경제학 교수들이나 얘기할 수 있지, 보통 사람들은 어려워서 화제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를 한마디로 말하면 선택이고, 경제학은 선택을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학문이다. 모든 사람은 매일 아침·점심·저녁 세끼를 먹고, 집을 사고팔며, 자녀에게 어떤 직업을 갖게 할지 선택한다. 하루 한순간도 경제 및 경제학과 떨어져 살지 못한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살면서 매 순간 선택해야 하는 이유는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것은 많지만(인간 욕구의 무한성), 그것을 충족할 수 있는 자원(돈·시간·지적 능력 등)이 부족(희소)하기 때문이다. 에덴동산에서 살던 아담과 이브처럼 먹을 것과 입을 것, 잠잘 곳이 많다면 선택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사는 현실은 에덴동산이 아니다. 옷과 양식, 집을 마련하기 위해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해야 한다. 세계 여행을 가고 싶어도 돈과 시간이 모자란다. 내가 갖고 있는 여건 아래서 가능한 것을 골라, 내가 원하는 것을 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이라는 힘든 과정을 겪는 것이다.
선택은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는 유쾌하지 않은 벗을 항상 데리고 다닌다. 어떤 것을 하려고 선택했을 때, 그 결과 하지 못하게 된 다른 대안이 바로 기회비용이다. 주말에 독서하기로 했다면, 벗들과 함께 즐겁게 산행하거나 가족과 영화를 보고 외식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 등을 포기해야 하는데 그것들이 모두 기회비용이다. 에덴동산에서 이브가 뱀의 유혹에 넘어가 선악과를 따 먹는 선택을 한 뒤 추방당해 낙원에서 살 수 있는 기회를 잃은 것도 기회비용이다.
선택할 때 기회비용을 가장 줄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려면 여러 가지 대안의 성격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지금 시점에서 매우 중요한 일과 중요성이 떨어지는 일로 나누고, 당장 해야 하는 시급한 일과 내일이나 한 달, 1년 뒤에 해도 되는 일을 구분한다. 시급하고 중요한 일 먼저 하고 중요하지 않고 천천히 해도 되는 일은 뒤로 미룬다. 많은 사람은 중요하고 시급한 일 대신 중요하지도 시급하지도 않은 일에 매달려 황금 같은 시간을 낭비한다.
경제와 인생의 성공은 선택에 달려
바둑 둘 때 순서가 매우 중요하다. 지금 두지 않으면 대마가 죽을 위험에 빠질 곳은 반드시 먼저 둬야 한다. 그다음에 집을 많이 지을 수 있는 넓은 곳, 큰 곳을 둔다. 상대방이 어쩔 수 없이 응수하도록 하는 수를 두는 것이 이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래서 “모든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모든 일에는 시작과 끝이 있다. 먼저 할 일과 나중에 할 일을 아는 것이 도에 가까워지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살다 보면 모든 선택을 잘할 수 없다.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질 때가 있듯 선택의 귀재도 잘못된 선택을 할 수 있다. 정보기술(IT) 투자로 큰돈을 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도 우버와 위워크 투자로 60억 달러(약 7조 원)나 손해 봤다. 선택이 잘못됐다고 판단될 때는 되도록 빨리 그 선택을 취소하고 빠져나와야 한다. 그때까지 들어간 돈은 매몰비용(Sunk Cost)으로 잊어버리는 게 유리하다.
주식투자의 고수들은 손해 본 주식을 팔아 손실을 줄이는 손절매(Cut Loss)를 잘한다. 대부분의 소액투자자인 개미들이 손절매보다는 물타기를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산 주식의 주가가 떨어지면 낮은 가격에 더 사서 매입 단가를 낮추는 물타기는 자칫 잘못하면 물에 빠져죽을 위험에 처한다.
꿈에 부풀어 시작했던 황금돼지해가 가고 경자년 새해가 왔다. 새해에 좋은 일을 많이 이뤄 연말에 넉넉한 웃음을 지을 수 있게 선택 잘하는 법을 익히자. 경제와 인생의 성공은 선택에 달려 있다. 한 번 지나간 청춘은 되돌릴 수 없고, 한 번 잃은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버스가 지나간 뒤에 손 들어봐야 아무 소용 없다. 지금 여기서 선택을 하고 결단해야 한다. 햄릿이 직면했던 것도 바로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다(To be, or not to be, that is question)”라는 선택이었다.
홍찬선_ <한국경제> <동아일보> <머니투데이>에서 28년간 기자를 지냈다. 저서로 <주식자본주의와 미국의 금융지배전략> <임시정부 100년 시대 조국의 기생충은 누구인가>, 역서에 <비즈니스 경제학> <철학이 있는 부자> <부자가 되려면 부자에게 점심을 사라>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