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9년 12월 24일 중국 청두 세기성 국제회의센터에서 3국 정상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한·중·일 정상이 2019년 12월 24일(한국 시각)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대화와 협상이 유일하고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조속한 북미 대화를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총리,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이날 중국 청두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뒤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북미 대화 재개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를 진전시켜야 한다”고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3국은 앞으로도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를 위해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계속하기로 했다”며 “조속한 북미 대화 재개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되도록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리커창 총리는 “우리는 다시 한번 한반도 비핵화와 동북아의 항구적 평화 실현이 공동의 목표임을 재확인했다”며 “대화와 협상이 유일한 효과적인 방법임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정치외교적 수단으로 한반도 문제 해결에 힘을 기울이고, 한반도와 지역의 장기적 안전을 실현할 것”이라며 “중·한·일과 제4국의 협력을 진행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아베 총리는 “북한에 대해 나는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며, 지역의 안전보장에 심각한 위협임을 말씀드린다”면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북미 프로세스를 최대한 지원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관련한 안보리 결의를 완전히 이행하고, 북미 프로세스 동력을 유지하는 것이 일·중·한 3국의 공통된 입장임을 재확인했다”고 말했다.
3국 지도자들은 이날 정상회의를 마친 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동북아 평화·안정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자유무역과 다자주의를 강화하자는 내용 등을 담은 ‘향후 10년 3국 공동 비전’을 채택했다.
문 대통령-시진핑 “북미 대화 모멘텀 유지” 공감
앞서 문 대통령은 12월 23일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열어 북·미 대화 촉진과 한·중관계 복원 방안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중국에 북미 대화 중재를 요청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북미 간 대화 모멘텀(동력)을 살려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시 주석도 중·한 양국은 북미가 대화 모멘텀을 이어가게 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최근 북한이 ‘연말 시한’을 내걸고 무력 사용 가능성을 언급하는 상황에 대해 “한반도 긴장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한반도 문제에 관한 양국 입장은 문 대통령 취임 뒤 더욱 강화하고 통하는 부분이 많아졌다. 한반도 평화에 일관된 지지를 보낸다”고 말했다.
북미 대화가 교착에 빠지고 북한이 도발을 언급하는 상황에서 두 정상이 대화를 강조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 두 정상이 양국의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의 관계 발전을 강조한 것도 평가할 만하다. 이날 정상회담은 예정된 시간을 넘겨 오찬까지 2시간 넘게 진행됐다. 북미 대화 중단에 따라 한반도에서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시진핑 주석 2020년 상반기 방한 확정적”
문 대통령은 이날 회담 모두발언에서 “중국에 올 때마다 상전벽해와 같은 중국의 발전상에 놀란다. 중국 국민들의 성취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맹자>의 한 구절을 인용해 “천시는 지리만 못하고, 지리는 인화만 못하다고 했다”며 “한·중은 공동 번영할 천시와 지리를 갖췄으니 인화만 더해지면 함께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다”고 덕담을 건넸다.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중·한 양국은 줄곧 긴밀하게 협력해온 친구이자 동반자”라며 “양자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고 지역 평화, 안정, 번영을 촉진하며, 다자주의와 자유무역 체제 수호 등의 방면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고 강조했다고 <인민일보>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조기 방한도 요청했다. 시 주석은 2014년 7월 한국을 찾은 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아직 서울에 오지 않았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초청을 받아 2020년 상반기 한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12월 25일 “시진핑 주석의 방한은 2020년 상반기가 확정적이라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다만 시 주석의 방한 시기는 양국 간에 아직 최종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 참석 자유무역 강조
문 대통령은 12월 24일 청두에서 열린 '제7회 한중일 비즈니스 서밋'에 참석해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한일관계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자유무역 정신을 강조하며 수출규제 철회의 당위성을 부각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두 세기성 박람회장에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문 대통령과 리커창 총리, 아베 총리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3국의 경제협력 방향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한중일 3국 간 경제협력과 교류를 강화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경제발전을 위해 협력해 나갈 것을 제안했다. 특히 경제협력의 첫 과제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자유무역협정(FTA) 진전 등을 통한 자유무역 질서 강화를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또 3국이 서로의 장점을 살려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한 신산업 육성 협력을 하면서 저성장의 위기를 극복하자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평화와 경제발전의 선순환 관계 구축’을 언급했다. 이와 함께 한국이 신남방·신북방정책을 통해 ‘사람중심의 평화번영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고 설명하며 3국 경제인들도 이에 함께 노력해줄 것을 당부했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