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인근 책방에서 만난 한재환 작가. 한 작가에게 책은 삶의 방향타와 같다.
청춘 에세이 낸 한재환작가
2020년 새해 만 서른 살이 된 한재환 작가는 ‘꿈’ 하나를 완성했다. 바로 책 발행이다. 2년 전 여름에 낸 <서랍 속 낡은 공책>에 이어 2018년 초 <쓰러지지 않는 나무>를 내놨다. 발간 시기가 다르지만 두 권의 에세이는 한 몸에서 나왔다. “고등학생 때부터 메모한 것을 책으로 엮었어요. 제 인생 10년의 기록이죠. 책으로 묶었더니 법전처럼 두껍더라고요.(웃음) 이걸 누가 사서 읽겠나 싶어 두 권으로 나눠 내게 됐어요.”
‘책 발간’은 한 작가가 고등학생 때 작성한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부쩍 많아졌어요. 운동장에 나가 뛰고 싶고 공연도 보고 싶은데, 고1 때부터 ‘야자(야간자율학습)’를 해야 했거든요. 그때 자기계발서를 많이 읽었어요. <무지개 원리> <시크릿> <꿈꾸는 다락방> 같은 책요. 저에게 큰 힘이 되었어요. 그러면서 꿈 리스트인 버킷리스트를 만들었고, 그 안에 ‘나도 다른 사람한테 힘이 되는 책을 써보자’가 자연스레 한 줄 들어갔죠. 그때부터 친구랑 얘기하다,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듣다 저한테 영감을 주는 말을 메모하기 시작했고요.”
두 권의 책을 냈지만 한 작가는 ‘작가’라는 호칭에는 손사래를 쳤다. “작가는 무슨요. 정말 어색해요. 작가는 모르겠고, 글은 계속 쓰고 싶어요.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중요한 내용을 집어내면서 많은 걸 배우고 성장하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평생 책을 낼 생각이에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말이죠.”
1년 알바 쌈짓돈 들고 서울로
그러면서 한 작가는 자기 자신을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고등학생 때 전국 농구대회를 개최한 일, 영화관 아르바이트하면서 사용자 창작 콘텐츠(UCC) 영상 공모전에 도전해 수상한 일, 공연 일을 하려고 상경한 일, 그리고 책을 출판한 일 모두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한 작가가 꿈꾸는 마지막 꿈은 뭘까. 그의 최종 목표는 창업이다. 이 꿈 역시 고등학생 때부터 생각한 것이다. “제 인생의 마지막 도전은 창업이에요. 공연예술 콘텐츠를 만드는 사업을 생각하고 있어요. 고등학교 시절 우연히 맡은 학교 축제 기획이 계기가 됐어요. 그즈음 <브라케티 쇼> 공연 예고편을 봤는데 너무 멋있었어요. ‘퀵체인지 아트’라고 해서 빨리 의상을 갈아입으며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건데, 마술도 섞여 있고 너무 인상적이었죠. 축제를 준비하면서 이와 비슷한 콘텐츠를 만들어 무대에 올렸어요. <붉은 병아리의 꿈>이라는 제목의 공연이었죠. 병아리 무리 중 한 마리가 붉은색이어서 차별받았는데, 알고 보니 그놈이 독수리였다는 내용이에요. 우리 학교 상징이 독수리였거든요.”
군 제대하고 한 작가는 최종 목표인 창업의 꿈을 행동으로 실행한다. 1년간 아르바이트해서 모은 쌈짓돈을 들고 고향 천안을 떠나 서울로 올라왔다. 24세였다. 곧바로 공연 팀에 들어가 2년간 실무를 터득해가며 한 작가는 창업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나간다.
넉넉지 못한 형편에 장남인 한 작가는 늘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고, 그래서 남보다 악착같이 달려왔다. 하지만 꿈의 실현은 쉽지 않았다. “결국 일자리를 찾아야 했어요. 은행에서 청원경찰로 일한 지도 벌써 만 4년이나 됐네요.”
▶한재환 작가의 에세이집. 그가 고등학생 때부터 메모해온 것을 엮은 책이다.
세상의 틀 벗어나 인생 3장 준비
창업이란 큰 꿈을 향해 가는 길목에서 길을 잃은 한 작가를 잡아준 건 또 다른 꿈이다. 앞에서 언급한 책 발간이다. 은행 청원경찰로 일하면서 한 작가는 발간에 온 힘을 다했다. “창업을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흔들리고 있었어요.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컸고요. 그런 고민을 하던 중 책을 쓰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내공이 쌓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고등학생 때도 책을 통해 힘을 얻었으니까요. 또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창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고요. 제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온 사람인지 제 책이 증명해줄 거라고 생각해요.”
발간을 통해 용기를 다시 얻은 한 작가는 이제 다음 꿈을 꾸려고 한다. “직장인은 누구나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고 하잖아요. 저는 꿈에 대한 결의서를 가슴에 품고 다녀요. 인감도장까지 찍어서 말이에요. 집에는 액자로 만들어 걸어뒀고요.”
한 작가는 가슴에 품고 다니는 결의서를 수시로 보며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그러면서 작은 꿈들을 한발 한발 디디며 ‘창업’이란 큰 꿈을 펼쳐나가려 한다. 그 과정에서 요즘 한 작가는 어릴 적 꿈이었던 농구 선수를 가르치는 일로 대체해 실현 중이다. “2년째 농구 코치로 활동하고 있어요. 모바일 앱을 통해 수강생을 받는데, 인원수가 늘어나면서 그룹 레슨까지 하고 있어요.”
‘농구 코치’ 일은 한 작가에게 또 다른 꿈을 심어주고 있다. “농구 레슨이 잘되면서 전문성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생활체육 자격증을 따게 된 이유예요.” 자격증을 취득하고 나서 한 작가에겐 ‘생활체육 자격증 교재 발간’이란 꿈이 또 추가됐다. “지역마다 출제 경향이나 합격률 기준도 다르고요. 특히 3차 시험인 구술을 대비할 자료가 전무하더라고요. 자격증 준비를 하면서 제가 터득한 자료를 유료 누리집에 올렸는데 필요한 사람이 꽤 있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책으로 내려고요. 올해 발간할 예정이에요. 비전공자에겐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창 시절인 인생 1장, 두 권의 책을 낸 인생 2장을 지나 이제 3장을 준비하는 청년 한재환. 세상의 틀을 벗어나 자신만의 꿈을 따르는 도전가이자 행동가는 오늘도 꿈을 위해 달린다.
글 심은하 기자
사진 곽윤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