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m 질주 ‘원더골’ 지축을 뒤흔들다

2019.12.16 공감 최신호 보기

▶토트넘의 손흥민(가운데)이 12월 7일(현지 시각)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스타디움에서 열린 번리와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에서 전반 32분 70m를 넘는 폭발적인 질주 뒤 골을 성공시키고 있다.

“손나우두 나자리우.”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12월 8일 2019~2020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번리전(5-0)에서 손흥민(27)의 70m 광폭질주에 이은 골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손흥민의 활약을 2002 한일월드컵 득점왕에 오른 브라질의 세계적인 골잡이 ‘호나우두 루이스 나자리우’에 빗댄 것이다. 모리뉴 감독은 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와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는 15년간 매일같이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재능과 기술을 엄격하게 따져보면 호나우두를 능가할 선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모리뉴 감독의 이런 발언은 무게감이 있다. 손흥민에게 호나우두라는 별칭을 붙여주었고, 현재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꼽히는 메시나 호날두가 호나우두에 미치지 못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모리뉴 감독의 언술에는 팀의 주포인 손흥민에 대한 신뢰 관계를 다지면서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뜻이 내포돼 있다. 모리뉴 감독은 자기 아들조차 예전부터 손흥민을 “손나우두”로 불렀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영국 언론들 “올해의 골 후보” 칭송
손흥민이 보여준 환상 플레이는 영국 언론으로부터 이미 ‘올해의 골’ 후보로 칭송되고 있다. 토트넘 벌칙구역에서 출발해 8명의 번리 선수를 추풍낙엽처럼 떨구고 상대 골지역 앞까지 12초 만에 주파한 손흥민을 두고, 는 “12번의 공 터치로 전진하며 상대방 수비를 (파쇄기로) 잘라냈다”고 묘사했다.
1986년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디에고 마라도나가 멕시코월드컵 8강에서 중앙선 아래서부터 잉글랜드 수비진을 뚫고 들어간 뒤 넣은 슈퍼골이나, 라이베리아 대통령인 조지 웨아가 AC밀란 소속이던 1996년 베로나와 경기에서 82m를 드리블하며 기록한 원더골을 연상시켰다는 얘기도 나왔다. 영국 축구의 레전드 게리 리네커는 “손흥민의 골은 지금까지 봐온 가장 위대한 골 중 하나”라고 극찬했다.

사실 축구선수들이 70m를 전속력으로 질주한 뒤 득점에 성공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보통 70m를 전력 질주하면 몸의 에너지가 고갈된다. 숨이 가쁘고 산소 부족까지 겹쳐 정신이 혼미해진다. 판단력이 부족해지면서 골을 넣기는 더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손흥민이 달린 거리가 70m를 넘을 수도 있다. 외신에 따라 90야드(81m), 85야드(76m)를 달렸다는 보도가 나온다. 골을 터뜨린 손흥민은 동료들의 축하를 받으면서도 숨을 몰아쳤다.
심장이 터질 듯한 순간을 넘기면서 손흥민은 한 단계 더 성장했다. 축구사에 오래 기억될 ‘명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이다. 세계 축구의 숱한 별도 이런 드리블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손흥민은 “공을 잡는 순간 델리 알리에게 패스하려고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달렸다”고 말했다. 인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변화무쌍한 상황에서 찾아온 우연한 기회를 준비된 몸이 증명한 셈이다.

프리미어리그 선수들과 세계의 축구팬들도 이젠 손흥민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김대길 해설위원은 “골을 결정짓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 영국에서 경험이 응축돼 나타났다. 수없이 겪어본 상황에서 얻은 노하우로 정확한 판단력을 끝까지 유지했다. 진짜 세계 톱클래스의 선수로 떠오르는 순간이었다”고 분석했다. 또 “앞으로 손흥민에 대한 선수들의 견제가 더 심해질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번 계기를 통해 손흥민은 그라운드에서 일어나는 상대의 압박을 즐길 정도로 마음의 여유를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물론 공을 자석처럼 붙이고 다니기 때문에 상대가 쉽게 달라붙지 못하는 메시의 드리블과 손흥민의 드리블은 차이가 있다. 또 메시와 함께 최근 10년간 세계 축구의 절대강자 자리를 양분해온 호날두의 기록과 손흥민의 기록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치고 달리는’ 폭발적 스피드와 축구선수 절정기 연령대라는 무기를 장착한 손흥민의 미래 가치는 누구도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손흥민이 경기 뒤 조제 모리뉴 감독의 축하를 받고 있다.│연합

더 두터워진 모리뉴 감독의 신뢰감
2015년 토트넘 이적 뒤 첫 시즌 8골을 제외하고는 21골, 18골, 20골 등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한 것이 방증이다. 올 시즌도 12월 10일 현재 10골로, 통산 잉글랜드 무대 208경기에서 77골을 쏘았다. 모리뉴 감독 부임 이래 손흥민과 해리 케인, 루카스 모라를 동시에 투입하는 공격적 카드 활용으로 손흥민의 득점 기회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모리뉴 감독은 토트넘 사령탑 부임 데뷔전인 프리미어리그 13라운드 웨스트햄 원정에서 손흥민의 1골 1도움으로 3-2 승리를 안았다. 이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B조 5차전 올림피아코스와 안방 경기에서 손흥민의 도움주기 등으로 4-2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진출하는 기쁨을 맛봤다. 12월 초 본머스전 승리(3-2)로 시즌 첫 연승의 밑돌을 놓는 데도 손흥민의 2개의 도움이 구실을 했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전임 감독 때와 달리 모리뉴 감독 지휘 아래 토트넘이 새로 부활했다는 느낌을 주는 데 손흥민이 공헌하면서 모리뉴 감독의 신뢰감은 더 두터워졌다.

유럽 진출 한국인 최다골 기록을 넘어선 손흥민은 ‘70m 폭풍 드리블’로 진짜 세계 최정상 수준의 선수 반열에 올랐다. 그가 출전하는 경기마다 세계 축구팬들의 기대감이 넘친다. 메시와 호날두에 근접한 선수라는 평가가 더는 과도하지 않은 손흥민. 그를 응원하는 국내 팬들의 보는 즐거움은 더 커졌다.

김창금 <한겨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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