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부패 척결을 모든 정책의 출발로 삼아야

2019.12.16 최신호 보기
국민의 ‘촛불’ 열망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가 100대 국정과제 중 ‘철저하고 완전한 적폐청산’ ‘반부패 개혁으로 청렴한국 실현’ 등 부패와 관련된 2대 과제를 최우선 순위에 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국민은 부정부패 척결을 정부가 가장 시급히 추진해야 할 과제로 선택했다.
인간의 역사에서 시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부패는 늘 존재했다. 우리나라 역대 정부도 출범 시 부정부패 척결을 선언했으나 정치적 수사에 그친 때가 많고 결과도 참혹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로 법치를 무력화하고 부정청탁 취업으로 힘없는 국민을 좌절시키며, 정경유착으로 경제질서를 교란해 경제발전을 가로막고 방산 비리로 국민을 분노하게 했다. 각종 대형 부패 스캔들과 대통령 친인척 비리가 그치지 않았으며 전직 대통령이 줄줄이 구속됐다.

이명박·박근혜정부 이후 떨어진 부패인식지수
지난 12월 9일은 UN이 지정한 세계 반부패의 날이었다. 우리나라의 부패인식지수(CPI: 국제투명성기구는 매년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100점 만점 기준의 부패인식지수 점수와 국가 순위를 발표한다)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매년 상승하다 2009년 이후부터 하락 또는 정체했다. 문재인정부 출범 전해인 2016년에는 세계 183개국 중 52위로 전년도보다 9단계나 떨어져 역대 최하위를 기록했다. 같은 해 세계부패바로미터(GCB)에서도 아시아태평양 15개 국가 가운데 가장 부패 방지를 못하는 나라로 평가됐다.

2002년 김대중정부에서 부패방지법을 시행하고, 2003년 노무현정부에서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신설하고 투명사회협약을 맺는 등 정부가 지속적으로 반부패 활동을 강화해가는 기간 동안 부패인식지수는 매년 상승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는 취임 초기부터 반부패 정책을 일종의 ‘규제’로 여겨 2008년에 국가청렴위원회를 관련성이 약한 다른 기구들과 통합하고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중단했으며 투명사회협약도 파기했다. 박근혜정부 시절에는 스폰서 검사, 세월호 사건에서 나타난 관피아(관료+마피아), 방산 비리 등 부패 스캔들로 인해 국민의 분노와 여론의 반등으로 청탁금지법이 제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을 전체적으로 보면 반부패 시스템을 지속 발전시키지 않고, 부패 관련 조직과 제도를 폐지하거나 무력화해 부패인식지수는 지속적으로 하락 또는 정체했다.

문재인정부의 5개년 반부패 청렴 정책
문재인 대통령은 제1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부정부패 척결을 모든 정책의 출발로 삼겠습니다”라고 천명하고 집권 5년 후인 2022년도 우리나라 청렴 수준의 목표를 부패인식지수 60점대, 세계 국가 순위 20위권으로 설정했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5개년 반부패 종합계획에서 50대 실천과제를 제시했다. 11월 8일 5차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문 대통령은 “반부패 개혁과 공정사회는 우리 정부의 사명”이라고 강조하고 공정을 위한 반부패 시스템 구축을 주문했다.
반부패 정책 의지와 방향성 및 계획 측면에서는 우선 긍정적이다. 반부패를 최우선 국정과제로 선정했고 반부패 청렴 도달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실천과제를 구체화했다. 반부패정책협의회를 복원해 주기적으로 과제 추진 사항을 점검하면서 반부패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있다. 과거처럼 공적 부분만이 아니라 공공, 민간,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전 사회 구성원을 반부패 청렴활동에 참여시키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실천의 문제다. 첫째, 시스템 구축에서 가장 중요한 강력한 독립적인 반부패 총괄기구의 설치는 검토했으나 추진되지 못했고 부패 조사권이 없는 현 국민권익위원회의 내부 기능을 조정하는 수준으로 머물렀다. 둘째, 개혁 대상이 되는 권력기관 내부의 개혁에 대한 저항이다. 대부분의 권력은 과거의 제도와 관행에 익숙한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다. 소수의 내부 개혁세력으로 조직과 제도를 어느 정도 바꿀 수는 있겠으나 외형상의 형식적 개혁 또는 타협의 산물로 그칠 가능성도 높다. 개혁 대상 스스로가 개혁의 주체가 되지 않으면 성공 가능성은 대단히 낮다고 본다.
셋째, 외부 환경적 요인이다. 우리나라 국민의 부패에 대한 인식의 스펙트럼은 대단히 광범위하다. 과거 대규모적이고 일상적인 부패 경험에 익숙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공직자와 일반 국민, 기존 권력층의 수혜자와 그렇지 못한 사람의 부패 인식 간격이 너무 커서 이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부패 인식에 대한 본질을 흐린다. 넷째, 신(新)적폐 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다. 이권이 있는 곳에는 탐욕이 깃들기 쉽다. 정부의 개혁 범위를 벗어나는 정치, 언론, 사법 등의 개혁은 가늠하기도 어렵다.

반부패 정책 시스템을 넘어 문화로
문재인정부는 노무현정부의 실패에서 반부패 정책 성공의 열쇠를 찾아야 할 것이다. 부패인식지수 변화 추세를 보면 노무현정부는 반부패 정책 부문에서 가장 괄목할 성과를 거뒀다. 노무현정부는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신설해 반부패 활동을 점검하고 투명사회협약을 도입했으며 집권 기간 동안 매년 지속적인 성장을 보였다. 특히 투명사회협약은 공공·기업·시민사회가 참여하는 반부패 거버넌스(협치)로 한국투명성기구가 제안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적극 수용해 추진했으며, 국제투명성기구와 여러 국제기구 및 나라에 반부패 모범사례로 소개되기도 했다.

성공은 실패를 먹고 자란다. 노무현정부는 반부패 의욕은 앞섰지만 내용이 약했고 정책의 확장성도 떨어졌으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임기 내에 구축해놓은 모든 반부패 시스템은 다음 정부에서 폐기되거나 무력화됐다.
문재인정부는 노무현정부 시절의 반부패관계기관협의회를 ‘반부패정책협의회’로 복원하고 투명사회협약을 발전시켜 청렴사회협약으로 계승하는 등 지속 가능한 반부패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성과도 조금씩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 첫해인 2017년 부패인식지수 점수는 1점 올라가고 국가 순위도 1계단 상승하는 데 그쳤으나, 2년 차인 2018년에는 역대 최고 점수인 57점을 얻었고 국가 순위도 45위로 전년보다 6계단 상승하는 성과를 보였다.

모든 부패는 반드시 드러나고 처벌되기 마련
건강한 사회는 모든 영역에서 강한 청렴성을 요구한다. 국가반부패시스템(NIS, National Integrity System)의 기둥인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 공공부문, 법 집행기관, 선거관리기구, 옴브즈맨, 감사기구, 반부패 기관, 정당, 언론, 시민사회, 기업 등이 함께 효과적으로 작동해야 부패를 통제하고 부패 기회를 감소시킨다.

국제투명성기구는 부패 방지를 위해 엄격한 적벌과 처벌, 법과 제도 정비, 의식의 변화라는 세 가지 방법을 동시 적용하는 총체적 접근(Holistic Approach) 방식과 공공·민간·시민사회 등 모든 주체가 협력하는 협력체계 구축(Coalition Building)을 권고한다. 이러한 권고 방식은 문재인정부 정책과 시스템에 상당 부분 투영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시스템도 잘못된 사람으로 인해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과거에 뼈저리게 배웠다.
시스템에 의한 반복적인 행동으로 많은 사람의 의식과 인식이 변화하고 사회문화로 정착될 때 비로소 반부패 개혁이 성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부패는 반드시 드러나고 처벌받으며, 모든 사회 구성원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라는 믿음이 확고할 때 우리 사회는 모두가 부패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이선희 한국투명성기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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