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영 케이워터연구원 원장 | 한국수자원공사
박재영 케이워터연구원장 인터뷰
한국수자원공사 케이워터(K-water)연구원은 1967년 시험연구소 형태로 발족했다가 1992년 기업 부설연구소로 등록해 운영 중이다. 연구원 252명이 물 관련 핵심기술, 물관리 일원화 조기 안정화를 위한 관리체계 정립, 물산업 육성 등의 정책 연구를 시행 중이다. 기후변화에 대비한 신재생에너지, 대체 수자원 등 국민 물 복지 향상을 위해서도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성과로 꼽히는 것은 상수관망 통합운영관리시스템인 워터넷(Water-NET) 구축이다. 워터넷은 실시간 관망시스템 통합진단과 운영관리가 가능한 시스템으로 지방 상수도 유수율 및 운영 효율 증대에 크게 기여했다. 위성 영상과 수문 레이더를 활용한 수재해 정보 플랫폼 기술 또한 연구원의 성과다. 날로 심각해지는 가뭄, 건천화, 홍수 등 물 관련 재해 예방을 위해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물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히는 한국에서 어떻게 물관리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지 11월 21일 케이워터연구원 박재영 원장에게서 해법을 들었다.
“물 절약 수요 관리 정책 중점 추진해야”
-올해 2월 발표한 한국수자원공사 자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연간 재생 가능 수자원은 연간 1453톤으로, 세계 153개 국가 중 129위입니다. 이는 북한(92위·3366톤)보다 낮은 순위인데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는 강도 많고 비도 많이 오는데 왜 물 스트레스 국가일까, 궁금하실 텐데요.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그렇습니다. 첫째는 비가 여름철에 집중돼 물을 저장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꼽을 수 있고, 둘째는 높은 인구밀도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북한에 비해 인구가 두 배 넘기 때문에 북한보다 1인당 재생 가능한 수자원량이 적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물 스트레스’ 외에 ‘물 빈곤지수(WPI, Water Poverty Index)’도 많이 사용하는데요. 수자원 보유량이 풍족하더라도 물을 사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으면 실생활에서는 물 부족을 겪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영국 ‘생태환경 및 수문학센터’에서는 1인당 가용 수자원량 외에 수자원 접근율, 사회경제 요소, 물 이용량 및 환경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물 빈곤지수를 개발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전 세계 147개국 가운데 43위로 양호한 수준입니다. 그러나 OECD 29개 국가 중에서는 20위로 선진국에 비해서는 여전히 낮습니다. 공급관리 정책 외에도 우리나라 1인당 물 사용량이 유럽의 2배인 만큼 물을 절약할 수 있는 수요 관리 정책을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물 절약 캠페인이나 국민 물 교육처럼 물의 가치를 높이고 인식을 전환하는 활동도 필요합니다.
-케이워터연구원 수질안전센터에서는 ‘깨끗한 물’ ‘건강한 물’ ‘안전한 물’ 공급을 비전으로 국제 인증·공인 기관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미세 플라스틱과 방사능, 녹조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로부터 안정적인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과 기술이 개발되는 가운데 연구원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요?
=한국수자원공사는 한강, 낙동강, 금강·영산강·섬진강 3개 권역에 6개 수질검사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본사에 위치한 수질안전센터가 국가적 수질 이슈 대응 및 안전한 물환경을 위한 연구 등 대내외적 중추 역할을 합니다. 수질안전센터는 국민의 건강 보호와 안심하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 공급을 위한 선제적·과학적 물환경 안전관리체계 구축을 목표로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질오염 물질 관리 항목 500개 안에서 매년 300개 항목에 대한 수질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또 먹는 물 수질검사 기관, 토양 관련 전문기관, 국제공인 시험기관 등 국내외 8개 분야 공인 기관을 운영해 국제적 수준의 분석 역량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요즘 새롭게 대두되는 미세 플라스틱, 방사성물질, 과불화 화합물 등 미량 유해물질에 대한 국가적 수질 이슈에 적극적인 분석 지원 및 과학적 연구로 수돗물의 안전성과 건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수질안전센터에서 연구원들이 수질 실험을 하고 있다. | 한국수자원공사
“물관리 분야 친환경 플랫폼 개발로 패러다임 변화”
-전 세계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며 상수도 생산과 공급에서 자동화, 정보화, 지능화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취수원부터 상수관망 등 물 공급 전반에 첨단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해 공급 안정성을 극대화하는 지능형 통합 물관리를 하는 것이죠. 이에 대한 연구 성과는 어떤가요?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가상현실, 빅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사회, 경제 변화를 가속화할 것입니다. 물관리 분야에서도 미래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플랫폼 개발로 패러다임의 변화가 예상됩니다. 특히 센서, 통신, 연산, 자료관리 분야의 기술 발전으로 물관리 분야에서 획득할 수 있는 데이터가 급격히 늘면서 연구원은 시설물의 물리적 요소를 기반으로 한 분석 모형의 지속적인 고도화와 함께 현장에서 얻은 많은 양의 운영 데이터로 빅데이터 및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융합형 하이브리드 솔루션 개발을 통해 스마트 물관리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수도운영센터 상황실에 음성과 영상 인식 알고리즘으로 설비 제어와 데이터를 관측(모니터링)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 중이며, 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중대 규모의 관로 사고를 예측하는 시스템과 확률을 기반으로 한 상수관망 파손 예측 모형 및 관로 노선 이미지를 벡터화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지능형 통합 물관리를 위한 미래 핵심기술 연구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국수자원공사는 올해 초 대전 소재 연구원에서 물관리 일원화 핵심기술 및 연구 주요 성과를 발표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주요 내용을 말씀드리면 첫째, 우리나라가 2025년을 목표로 준비 중인 수자원, 수재해 관련 위성 발사입니다. 위성 정보를 활용해 수질을 효과적으로 측정하고, 녹조 등을 예측하며 감시하는 기술 개발이 현재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둘째, 우리 연구원은 먹는 물과 바이러스 등의 분석을 포함한 국내외 8개 분야 수질 공인 기관을 운영하고, 최근에는 국제기구인 유네스코와 함께 수돗물 국제인증제도의 기술 자문기관으로도 선정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환경 감식 기법을 공유하고 함께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셋째, 저영향 개발에 대한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시간도 있었지요. 요즘은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지역적으로 비가 오는 강도도 달라지곤 하지요? 서울 강동에는 비가 오는데 강서엔 구름 한 점 없다든지요. 이 같은 국지적 호우나 반대로 폭염 등의 발생은 우리나라의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영향을 줄이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도시의 자연성 회복을 위해 토양으로 물이 더 흡수될 수 있도록 다양한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기술들은 아직까지 경제적으로는 비용이 많이 발생합니다. 이런 기술을 확대하려면 그 기술에 대해 경제적이면서도 공익적인 가치 판단을 해야 하고, 이에 대한 가치를 산정하는 연구 또한 우리 연구원의 핵심기술 중 하나입니다. 넷째, 스마트 물관리 프로그램입니다. 이는 제가 설명한 상수원 관리, 홍수·가뭄 등 수재해 관리, 오염원 추적, 저영향 개발 등의 효율적 실행을 위한 분석 소프트웨어를 한데 묶은 것입니다. 우리의 꿈은 위성, 드론, 레이더, 현장의 실측 등 각종 빅데이터를 효율적으로 통합해 산기슭과 도랑에서 출발해 댐과 하천을 지나 도시의 물공급 관로를 통해 최종적으로는 하굿둑, 바다까지 이어지는 물순환 전 과정을 한 번에 분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나아가는 과정이지요.
“수돗물 편견 버리고 모두 음용할 수 있도록”
-한국수자원공사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질을 예측하는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운영 중입니다. 어떤 시스템이며 개발 상황은 어떤가요? 남조류가 과도하게 번식해 물이 짙은 녹색으로 변하는 녹조 현상에 대해 특히 궁금합니다.
=국민의 식수원인 한강, 대청호, 낙동강은 해마다 조류에 기인한 수질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남조류가 대량 번식할 경우 냄새물질(Geosmin, 2-MIB)이 증가하고, 정수장에서 제대로 처리가 안 되면 수돗물에서 곰팡이나 흙냄새가 나 수돗물 사용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류 발생 유무를 사전 예측하고 정수장에서 적기 조치를 취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빅데이터와 머신러닝을 활용한 취수원 조류 예측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이를 통해 조류 발생 시기에 조류 개체수 및 냄새물질 농도를 사전에 예측해 인근 정수장과 공유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벼운 질문입니다. 매일 물을 접하는 연구원들은 일반인과 달리 물맛에 예민할 것 같은데요.
=연구원들이 물 성분을 분석하면서 미각도 발달시켰는지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네요. 연구원들과 함께 ‘물맛 미식회’라도 해봐야겠어요. 한국수자원공사는 고품질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수원에서부터 음수대까지 전 급수 체계를 꼼꼼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물론 지자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 결과 실제로 수돗물은 음용에 최적화되어 있지요. 그래서인지 저는 수돗물이 제일 맛있던데요? 훌륭한 물맛에도 불구하고 2017년 수돗물 음용 실태 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7.2%로 낮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편견과 선입견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더 많은 분들이 수돗물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버리고 수돗물을 마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박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