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할 때 제일 힘든 게 텃세다?

2019.12.09 공감 최신호 보기


‘편견댓글 읽어봤다’ 코너는 <위클리 공감>과온라인 뉴스 매체 <허프포스트코리아>가 함께 만드는영상 콘텐츠로 우리 사회 편견에 관해 이야기한다.



‘대박 작물로 억대 수입’. 언론에서 쏟아내는 귀농인들의 성공 사례를 보면 ‘귀농’에 대해 막연한 기대를 하기 쉽다. 귀농·귀촌 교육 또한 정확한 현실보다 장밋빛 미래를 주로 다룬다. 정작 귀농을 한 농부들은 도시에서도 겪지 못한 텃세, 유행 지난 ‘대박 작물’, 실패와 더불어 쌓여가는 빚으로 고생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실제 귀농인들은 어떤 과정으로 귀농·귀촌을 시작했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귀농인 2명과 ‘귀농귀촌종합센터’ 센터장에게 귀농 후 마주하게 된 현실과 편견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주고받은 이야기를 들어봤다.



댓글1) 귀농할 때 제일 힘든 게 텃세다.
김명덕: 관정(지하수)을 파려는데 동네분들이 못 파게 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주민 입장에서 ‘낯선 사람이 동네에 해를 끼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동네 어르신들 덕분에 과일, 채소가 끊이지 않죠.
김은정: 홀로 귀농을 했는데 ‘비혼 여성’에 대한 시각이 곱지만은 않았어요. ‘혼자 사는 여자’라는 이유로 아무도 도와주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열심히 일했습니다. 열심히 하니까 예쁘게 봐주고 마음도 열어주셨어요.
김귀영(이하 김 센터장): 불만을 품기 전에 그 지역이 어떻게 구성돼왔는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길을 내기 위해 자신의 땅까지 내놓는 이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의 농촌이 있는 거죠. 존중과 배려가 있다면 텃세라고 느끼지 않을 겁니다.
▶‘텃세’, 부정적으로 생각하기보다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도시와 농촌의 문화가 다를 뿐 농촌의 텃세가 무조건 잘못된 것은 아니다. 먼저 마음을 열고 지역공동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지역민들과 친분이 쌓이고 신뢰 관계가 형성되면 좋은 땅이나 빈집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최근엔 지역마다 귀농·귀촌 연합회, 귀농·귀촌 지원센터, 협의회 등 네트워크가 활성화돼 있다. 여성 농업인이라면 여성 농업인을 돕는 커뮤니티나 지역 기관이 있으니 활용하는 것도 요령이다.



댓글2) 귀농 후 2년간은 수입이 없다. 억대 수입을 버는 건 소수다.
김명덕: 수입이 없다는 건 거짓말 같아요. 농약을 뿌리는 데 한 동에 만 원을 받는데요. 한 시간에 10동 정도 친다면 시간당 10만 원 버는 셈입니다. 아르바이트만 해도 돈을 못 벌 수 없는 구조죠. 억대 수입을 버는 건 소수? 아닙니다. 제 경우에도 올해부터 방울토마토, 멜론 농사를 확장해 매출 1억 원을 넘었어요. 여기서 매출이란 기타 비용을 제하지 않은 총매출입니다. 소득은 8000만 원 정도. 방송이나 언론에서 말하는 ‘억대 수입’은 기타 비용을 빼지 않아 ‘순수입’으로 오인하기 쉬워요.
▶귀농은 힘들지만, 성공 사례도 분명히 있다.
2018년 ‘농가경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7년 전국 농가의 평균소득은 4207만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억대 부농’이라 불리는 1억 원 이상 고소득 농가(매출 기준)도 크게 늘어나는 추세. 다만 이 같은 결과가 마냥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농산물을 생산해 수익을 얻기까지 짧게는 4개월, 길게는 4~5년이 걸려 단기간에 희망 소득을 확보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귀농을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장밋빛 청사진에 현혹될 게 아니라 농업·농촌의 현실부터 냉정하게 살펴봐야 한다.



댓글3) ‘대박 작물’ 있다, 없다?
김 센터장: 많은 사람들이 TV 방송을 보고 대박 작물을 시작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전략이에요. 유행은 금방 식습니다.
김명덕: 최근엔 샤인 머스캣 포도 열풍이 불고 있는데 혹여라도 샤인 머스캣을 시작하고 싶다면 적어도 5년 걸릴 각오는 해야 합니다. 땅 사는 데 1년, 기술 배우는 데 1~2년, 모종 찾는 데 1년 걸려요. 그래도 대박 작물일까요? 고민해봐야 합니다.
▶대박 작물보다 농산물의 수요 공급과 트렌드, 가격 동향을 따져야 한다.
누군가 특정 품목으로 성공했다고 나도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시장경제, 소비자 트렌드 등에 따라 변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박 작물이냐, 아니냐’보다 그 품목의 특징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작물마다 자라는 시기, 노동력 투입 정도, 필수 시설, 농지 규모, 필수 기술, 자금 회전주기 등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자신의 여건과 적성에 맞는 작물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댓글4) 부모님이 농업인이면 귀농하기 그나마 쉽지만, 무연고자는 보통 실패한다.
김은정: 저는 입지 조건만 보고 가평에서 귀농을 시작했는데 아는 사람이 없어 힘들었어요.
김 센터장: 연고지가 없는 초보 귀농은 실질적인 정보나 노하우를 얻기 어려워요.
▶지역 선택 시 연고지가 있다면 그곳으로 가는 것이 유리하다.
고향이나 연고지의 이점을 적극 활용하자. 지역 사람들과 융화 문제나 부족한 영농 기술 등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연고 없이 귀농하는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지원 정책을 알아보고 의료서비스를 받는 데 큰 문제가 없는지, 농지 가격은 적정한지 등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 농사 기술을 배우면서 돈도 버는 교육 지원제도도 있다. 예비 귀농인에게 분야별 전문가를 제공하는 ‘귀농 닥터’ 사업이다. 시·군농업기술센터 등에서 멘토를 연결해주는데 기술을 배우는 것은 물론 인적 네트워크도 만들 수 있어 좋은 기회다.

박효은 <허프포스트코리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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