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을 우주로 쏘아 올린다? 그것도 개인이? 황당해 보이기까지 한 꿈을 가진 젊은 예술가를 만나기 위해 서울 마포구 홍익대 앞에 있는 한 카페로 향했다. 그 주인공은 과학과 예술을 접목한 분야를 개척하고 있는 송호준(33·Studio hhjjj대표)씨다.
2005년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를 졸업한 뒤 인공위성 회사 ‘쎄트렉아이(Satrec Initiative)’에서 일하기도 했으며, KAIST(전 ICU) 공학부 대학원을 수료한 디지털 작가다. 디지털 작가란 정보기술(IT) 장비로 음악, 예술작품을 만드는 ‘퓨전 작가’다.
평소 ‘과학은 문화다’라고 생각하던 나에게 그와의 만남은 정말 내가 듣고 싶은,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였다. ‘기술과 예술은 처음부터 하나’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과학의 새로운 진화의 방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오픈소스 인공위성(OSSI) 프로젝트’가 조용한 화제가 되고 있는데, 그게 대체 무엇입니까?
“한마디로 여러 사람의 아이디어를 모아 개인 차원에서 인공위성을 발사하자는 것입니다. 이는 개인도 인공위성을 띄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됐습니다.
산업혁명 시기에는 전문가와 아마추어 계층 간 격차가 굉장히 컸지만 요즘은 과거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으로 전문가들만 가질수 있었던 도구들을 준비할 수 있고, 온라인을 통해 유용한 지식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열정적인 아마추어가 도전할 만한 가장 상징적인 물체가 무엇일까 고민해 보니 인공위성이 딱 맞겠더군요. 우주에서 뭔가 해보자… 어린 시절 모두의 꿈이잖아요.
저는 그저 인공위성을 띄우고 싶을 뿐입니다. 견적을 내어보니 1억원 정도로 예상돼 불가능한 꿈이라고 생각되지 않았습니다.”
현재의 진행 정도와 앞으로의 계획, 절차에 대해 알려주세요.
“지난 6월 9~11일 열린 프랑스 파리 크리에이터스 프로젝트(인텔과 바이스의 예술가 지원행사)에서 OSSI를 선보인 이후 7월 21일 프랑스의 인공위성 발사 대행업체인 ‘노바나노 스페이스’의 도움을 받아 러시아우주센터와 발사계약을 마쳤습니다.
올 11월 OSSI가 러시아 우주센터로 인계되고, 내년 5월 발사됩니다. OSSI 내부에 통신·기상·천문 관측용 장비는 들어가지 않지만,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으로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모스부호로 뿌릴 계획입니다. 망원경을 활용하면 지상에서도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할 겁니다.”
오픈소스 방식을 택한 이유는?
“오픈소스란 어떤 프로그램의 소스를 공개해 보다 많은 이의 아이디어를 모아 개량해
가는 방식입니다. 혼자 위성을 띄우고 즐기는 것은 재미가 없어 모두와 함께 만들어가고자 오픈소스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러한 방식 때문에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오픈소스로 모두를 위한 설명을 하고, 소통하며 진행해 나가는 것…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 만나게 될 더욱 즐거운 변화에 대한 호기심이 오픈소스로 방향을 잡도록 만들었습니다.”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겠다고 나선 이후 대중의 반응은 어땠습니까.
“제가 들은 별명 중 하나가 ‘예술계의 허경영’입니다. 사실 지금까지는 어떻게 보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건데, 인터뷰도 하고, 다큐멘터리도 찍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교육과학기술부가 개인 인공위성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까지 들려오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저로 인해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들이 참 재미있습니다.
결국은 소풍을 가는 것보다 소풍을 가기 전에 준비할 때가 가장 재미있는 것처럼. 그래서 지금도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이러한 과정 자체가 모두 본디 하나였던 기술과 예술의 새로운 진화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어떤 점에 가장 큰 의미를 두고 있는지요.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과정입니다. 우주 이야기는 언제나 지구적인 관점에서 나옵니다. 우주는 지구인의 우주이며, 지구인의 생각이 우주에 투영된 것이 바로 우리가 받아들이는 우주입니다. 제가 시도한 OSSI는 기존의 모든 것에 대해 실험적인 질문을 던지는 첫 과정이 됩니다.
이번 시도를 통해 큰 해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다음 단계에서는 어떤 생각을 어떻게 던져볼 수 있을까, 사람들은 또 어떤 새로운 의문을 가지고 반응할까에 대한 궁금증이 계속 이어지게 될 것입니다.”
G20세대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다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해 죽도록 하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몽골이 너무 좋으면 막무가내로 즐겁게 몽골을 다녀왔으면 좋겠어요. 그러고 나면 한국에 몽골 식당을 열어 큰 성공을 할 수도 있겠죠.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영재교육을 정말 많이 해왔고, 외국의 또래 아이들보다 훨씬 똑똑하고 영리합니다. 그런데 똑똑한 아이들이 부족함 없이 영재교육을 받았다면 위인들이 정말 많이 나와야 하는데, 주변을 보면 지금 위인은 한 명도 없는 것 같아요. 똑똑한 아이들에게 똑똑한 교육을 시킨다고 해서 성공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지요.
똑같은 꿈을 좇다가 다 같이 재미없는 세상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추가하자면,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 자체도 어렵기 때문에 좋아하는 일을 끝까지 찾아다니면 좋겠습니다. 찾을 때까지 계속 찾고자 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자리에 앉는 순간부터 마지막 답변까지 그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힘 있게 이어졌다.
“OSSI는 시작일 뿐입니다. 이 새로운 시작 안에 담겨 있는 것은 다음을 부르기 위한 기반입니다. 개인 인공위성이라는 그릇에 담을 수 있는 것은 앞으로도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합니다. 끊임없이 대화하는 과정에서 변해 가고, 진화해 가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열정이 그 안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글ㆍ김재혁 (연세대 천문우주학과 우주비행제어연구실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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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