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대한체육회 등에 따르면 베이징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우리나라는 지난해부터 지난 4월말 현재까지 총 44개국 109개 팀, 2863명의 전지훈련단을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지난해만 대표팀과 일반 중·고교 및 실업·프로팀 등을 모두 합해 8개 지자체에 12개 종목, 22개국 44개 팀, 931명의 해외 선수단이 한국을 다녀갔다. 이 중 태권도·양궁·수영·사격·육상 등 16개국 21개 팀 316명의 대표 선수단이 인천·충북·경남·강원·제주 등 5개 지자체에서 땀을 쏟았다.
올해는 이미 훈련을 마친 선수단까지 포함해 총 18개 종목에서 22개 국가의 66개 팀, 1612명이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이 가운데 대표팀은 15개 종목, 18개 국가 43개 팀, 654명이다.
특히 종주국 지위를 갖는 한국의 태권도를 배우려는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미의 과테말라 태권도 대표팀은 지난 3월 부산 동아대체육관 등지에서 2주간 전지훈련을 했으며, 오는 7월에는 수영과 육상·유도·레슬링·역도 등 11개 종목의 국가대표팀이 부산에 전훈 캠프를 차릴 예정이다. 그리스·네덜란드·오만 태권도팀도 6월부터 전주시의 우석대와 전주대, 전주실내체육관 등에서 훈련하기로 스케줄이 잡혀 있다.
제주에는 수영과 철인3종 선수들이 몰리고 있다. 이미 지난해에만 일본(수영), 우크라이나(육상), 미국, 영국, 스위스(이상 철인3종) 등 6개국 4개 종목의 대표팀 선수 131명이 훈련하고 돌아갔다.
올해는 독일, 뉴질랜드, 일본, 스위스, 영국 등의 철인3종 선수단과 일본, 독일의 수영 선수단 등 총 8개국 3개 종목, 390명이 추가로 전지훈련을 위해 제주도를 찾을 예정이다.
호반의 도시 춘천은 올 여름 네덜란드 대표팀의 ‘미니 선수촌’이 될 전망이다. 조정, 카누, 남녀 사이클, 펜싱, 태권도, 양궁, 철인3종, 산악자전거, 배드민턴 등 9개 종목의 네덜란드 국가대표 선수단 80여명이 7월부터 전지훈련을 하기로 예약했다.
현재 5개 지자체가 14개 종목, 6개국 24개 팀, 213명의 전지훈련을 더 유치하기 위해 협의 중이어서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을 찾는 해외 선수단 규모는 갈수록 늘 전망이다.
중국 심각한 대기오염 상황도 한몫
해외 선수단이 한국을 찾는 이유는 베이징과 비슷한 날씨와 자연 환경 그리고 경기력 배양 등 종합적인 목적을 띠고 있다. 일단 한국은 베이징과 기후 여건이 비슷하고 시차도 1시간밖에 나지 않아 현지 적응을 겸한 마무리 담금질 장소로 제격이다. 특히 중국의 심각한 대기 오염 등 열악한 환경도 한몫하고 있다. 태권도, 양궁 등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한 종목 외에도 육상이나 철인3종, 사이클 등 실외경기 종목에 해외 선수단이 몰리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들은 대부분 올림픽 개막에 맞춰 한국에서 최종훈련을 하다 바로 베이징으로 들어갈 계획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항공편도 많아 접근성이 좋다는 것도 해외 선수단의 ‘한국행 러시’에 힘을 보태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는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2002년 월드컵 등 굵직굵직한 국제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는 점이 해외 선수단으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는 이유다.
전훈단 유치를 위한 각계의 노력도 한몫하고 있다. 우선 한국관광공사는 한국에 대한 소개와 각 지자체의 훈련 및 숙박 시설 등의 정보를 담은 영문 홍보 책자를 제작해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대한체육회장의 서신을 곁들여 올 1월 204개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에 보냈다.
지자체들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베이징올림픽 특수를 이용해 지방도시를 홍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춘천시는 각국 NOC에 ‘강릉을 전지훈련장으로 활용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문을 영어와 프랑스어, 독일어, 스페인어, 아랍어 등 5개국어로 작성해 여러 차례 발송했다.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뜨거워지면서 대전시의 경우 해외 선수단에 공공체육시설 사용료를 전액 면제해 주고, 관광호텔급 이상의 숙박비도 정상 가격의 50%까지 할인해 주기로 하는 등 파격적인 조건도 제시했다.
지자체들 숙박비 할인 등 유치경쟁
국제영화제로 아시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부산도 해외 선수단 유치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부산아시안게임을 개최한 지 얼마 안 돼 인지도가 높고, 국제 규격에 맞는 다양한 체육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과테말라 태권도선수단을 포함해 인도네시아 태권도선수단이 5~6월 한 달간 부산에서 전지훈련을 하기로 했고, 카타르와 멕시코, 유럽태권도협회 소속 8개국의 태권도선수단도 부산 전훈을 위해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는 조만간 경기장 보유현황과 주변 시설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는 영문판 책자를 제작하는 등 베이징올림픽 특수를 극대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대구시도 베이징올림픽을 앞두고 카자흐스탄과 호주 선수들이 대구에 캠프를 차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카자흐스탄 육상팀 25명은 오는 7월 22일, 호주 양궁팀 20명은 7월 말에 각각 대구를 찾아 전지훈련을 가질 예정이다. 대구시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세르비아, 도미니카, 튀니지, 토바고 등과도 교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는 베이징과 유사한 기후 조건에다 대구~베이징 간 항공편 2시간 내 이동, 국제대회 경험 도시 등을 앞세워 육상과 축구, 태권도, 배구, 농구, 배드민턴 등의 해외 전지훈련단과 접촉하고 있다.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현재까지 그리스, 오만, 과테말라 3개국 태권도 국가대표팀을 유치한 전북도는 독일, 일본 태권도 대표팀과도 전지훈련 캠프 유치를 위해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북도는 국제 규격의 경기시설을 갖추고 있는 사격과 승마, 배드민턴 등의 종목에서도 10여개 국가가 관심을 갖고 있어 유치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사격의 경우 스위스와 독일, 체코 등과 구체적인 조건을 놓고 협의를 벌이고 있는 단계”라며 “사격에서만 최소 3~4개국 훈련단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각국 선수단이 대도시가 아닌 우리나라 중소도시에 캠프를 차리는 이유는 거의 모든 종목의 경기장이 일정 수준 이상의 시설을 갖추고 있고, 무엇보다 수도권에 비해 물가가 저렴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각급 지자체에서 훈련장 무료 사용 등의 조건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유치전을 펴고 있는 것도 도움이 되고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지자체가 보유하고 있는 체육시설이 아직 100%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수익을 내겠다기보다는 지자체의 이미지 제고와 한국의 문화 및 관광 상품 등을 알리기 위해 전훈단 유치에 대한 관심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관광공사도 본격 해외홍보활동 나서
천년고도 경주시는 올림픽이 끝난 뒤 주변국 관광에 나서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관광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관광공사에 따르면 올림픽을 보기 위해 베이징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약 50여만 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경주시는 우선 현재까지 전지훈련을 위해 한국을 찾은 외국 선수단의 캠프를 방문해 홍보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 올림픽을 맞아 중국이 개최하는 각종 여행박람회에 참가해 중국뿐만 아니라 행사에 참여하는 외국 여행사에 신라의 천년고도를 적극 알릴 방침이다. 이를 위해 5월에는 청도, 6월에는 베이징에서 열리는 국제여행박람회에 각각 참가하고 중국지역을 돌며 경주관광 홍보설명회도 열 예정이다.
한국관광공사는 해외 지사를 통해 오는 8월 중국 베이징올림픽에 참석하는 관광객들을 겨냥해 한국 관광 캠페인을 시작했다. 2012년 올림픽을 개최하는 런던에서 활발하게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런던 지사는 5월부터 런던 히드로 공항을 이용해 아시아로 가는 장거리 항공 승객들에게 한국 관광의 매력을 알리는 광고를 실시하고 있다. 히드로 공항은 연간 6750만명이 이용하는 유럽에서 가장 붐비는 공항이다.
공항을 찾는 여행객들은 아시아 노선 항공기들이 이착륙하는 1, 3, 4, 5 터미널의 게이트 주변 LCD 전광판을 통해 한국의 사찰, 종묘제례, 한국 음식 등 우리 문화를 소개하는 관광 캠페인 광고들을 접하고 있다.
아직 유럽인들에게 한국은 중국, 일본에 비해 인지도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2006년 기준 영국인 중 중국 관광객이 30만9000명, 일본 관광객이 13만5000명인 데 비해 한국을 찾은 관광객은 7만5000명에 불과했다. 런던 지사는 또 베이징올림픽 관광상품을 판매 중인 현지 영국 여행사들과 접촉해 중국과 연계한 한국 관광상품을 적극 소개하고 있다. 이 같은 노력 덕에 이미 에머럴드 트래블, 아시아 페어, H.I.S 등 5개 영국 여행사가 베이징올림픽 기간을 전후해 베이징과 서울, 경주, 부산 등을 연계한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