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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T_IMAGE]3,original,left[/SET_IMAGE]국가안전보장회의(NSC)는 지난 11월29일 노무현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 260여 개의 ‘위기 대응 실무 매뉴얼’ 수립 결과를 보고했다. 정부 차원의 국가 위기관리 분야 체계가 문서로 완성된 셈이다.
NSC(위기관리센터)는 국가 위기관리 업무의 기본 방향을 제시한 ‘국가 위기관리 기본지침(대통령 훈령 124호)’을 2004년 7월 제정하고, 같은 해 9월 32종의 국가적 위기 유형을 상정한 ‘유형별 위기관리 표준 매뉴얼’을 수립한 바 있다. 이는 국가 위기가 발생했을 때 정부 각 부처와 기관의 책임과 역할을 사전에 규정한 것이다.
이번에 만든 ‘위기 대응 실무 매뉴얼’은 실제 위기가 발생할 경우 정부 각 부처와 기관이 즉각 수행해야 할 구체적 조치와 절차를 표준화된 양식으로 작성한 것이다. 매뉴얼은 상황 예문, 보고·전파 양식, 대국민 발표문 등 각종 현황과 자료를 포함하고 있다.
이번에 만들어진 264개 ‘위기 대응 실무 매뉴얼’은 NSC가 기획·조정하면서 정부 39개 기관이 1년 동안 공동으로 만들어낸 산물이다. 국가 위기관리 체계를 완성한다는 목표 아래 부처 이기주의를 넘어 모든 관련 기관이 함께 노력한 결과물이다. 정부는 여기에 올해 안에 테러 분야 8개 매뉴얼을 추가할 계획이다. 이럴 경우 2005년 말까지 272개 매뉴얼이 완성되는 셈이다. 이를 분야별로 보면 안보 관련 94개 매뉴얼을 비롯해 재난(119개), 국가 핵심 기반(55개), 기타(4개) 등이다<표 참조>. 매뉴얼 제1장 개요에는 ▷목적 및 적용 범위 ▷위기 형태 ▷위기 대응 지침 및 판단·고려 요소 ▷기관별 위기 대응 체계를 적시하고 있다. 제2장 위기 경보 수준별 조치사항을 보면 ▷위기 경보 판단 기준 ▷위기 경보 발령 절차 ▷위기 경보별 세부 조치사항 등을 담고 있다.
[B]선진국형 위기관리 토대 구축[/B]
제3장 위기 대응 조치 및 절차편을 보면 ▷위기 발생상황 예문 ▷상황 전개에 따른 조치 사항과 절차(보고·전파 절차와 양식, 행동 절차와 세부 조치 내용, 언론 보도문 등 각종 예문) ▷기관 내 부서별 임무와 역할 등이 명시돼 있다. 아울러 부록편에는 ▷위기사례 ▷관련기관 연락처 ▷기타 참조사항 등을 안내하고 있다.
[SET_IMAGE]4,original,right[/SET_IMAGE]이렇게 위기관리 매뉴얼이 갖추어지면 올해 일어났던 비무장지대(DMZ) 산불 같은 재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과거에는 철책 넘어 북쪽에 산불이 났을 경우 손을 쓸 수 없었지만 이제는 우리 산림·소방헬기를 투입해 진화할 수 있게 됐다. 대북 협조 체계가 미리 매뉴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다. 또 북한 수역에서 우리 선박이 조난당했을 경우 우리가 직접 NLL을 넘어 탐색하고 구조할 수도 있게 됐다. 또 남측 해역에서 북한 선박이 조난당했을 때도 우리가 구조를 지원할 수 있다.
기상관측시스템도 크게 개선된다. 과거에는 기상관측 관련 16개 기관이 제각각 운영됐으나, 이제는 데이터 기준이 표준화되고 기상관측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기상예보가 훨씬 정확해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고속도로 폭설사태가 닥쳐도 앞으로는 사태 해결 방법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이처럼 국가적 위기관리 문서체계가 완성되면서 한국은 이제 위기관리 분야 선진국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우리 현대사에서 국가적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는 대통령 지침을 기다리거나 부처 간 떠넘기기로 적절한 대응 시기를 놓쳐 사태를 악화시킨 예가 많았다. 각종 국가적 위기 사태에 대한 대응 시나리오를 사전에 마련할 여력이 없었던 탓에 이런 사태가 반복되었다고 볼 수 있다.
[B]시스템에 의한 국정운영 구현[/B]
그러나 선진국은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발생 가능한 모든 위기 유형에 대한 사전 대응책을 세워 놓고 있다. 국가적 위기로 발전할 수 있는 특정 징후가 발견되면 모든 관련 부처가 사전에 정한 조치들을 동시에 시행해 국가 위기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한다. 설사 위기가 터진다고 하더라도 초기에 체계적으로 대응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있다.
이번에 NSC가 수립한 ‘위기 대응 실무 매뉴얼’은 이 같은 위기관리시스템의 획기적 전환을 의미한다. 소극적이고 임기응변적이었던 국가 위기관리 방식이 적극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으로 바뀐 것이다. 선진국형 국가 위기관리가 가능해진 것이다.
정부는 국가 위기관리 분야의 제도와 시스템이 갖추어짐에 따라 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32종의 국가 위기 유형에 대해 유관 기관이 함께 하는 위기관리 연습을 전면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올해는 테러, 신종 전염병, 산불 같은 일부 위기 유형에 대해 유관기관이 연습한 바 있다. 2006년에는 이를 모든 위기 유형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국민의 안전의식을 높이고 국가 위기 때 대응 절차와 요령을 숙달시키기 위한 교육과 홍보도 강화할 예정이다. 이렇게 할 경우 불의의 위기가 발생했을 때 매뉴얼에 따라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대응 역량을 키울 수 있다.
이번 ‘위기 대응 실무 매뉴얼’은 시스템을 활용하는 참여정부의 국정운영 철학을 구현한 대표적 혁신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정부는 이번 보고서의 후속 작업으로 매뉴얼 CD를 제작해 배포할 계획이다. 또 지자체와 하급 실무기관에 ‘현장조치 매뉴얼(가칭)’을 작성하도록 권장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필요한 분야는 위기 유형별로 ‘국민행동요령’을 만들어 전 국민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RIGHT]최영재 기자[/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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