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대신 ‘쿵짝’ 최고 반찬은 수다

2019.12.03 공감 최신호 보기




온 가족이라고 해봐야 네 식구가 전부입니다. 저희 부부, 그리고 딸아이 둘입니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간 뒤로는 네 식구 모두 모여 저녁을 먹기가 어렵습니다. 아이 둘이 학원 마치는 시간이 다르고, 남편도 가끔 야근을 하는 터라 주중에 넷이 식탁에 모여 옹기종기 밥을 먹는다는 것은 생일이나 학원 휴강 같은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러다 보니 집에서도 누군가는 ‘혼밥’을 하는 일이 종종 있네요. 혼밥 시대니 어쩌니 해도 식구들끼리 시간이 안 맞아 혼밥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맘이 좀 불편합니다.
혼밥이라는 것이 그래요, 산해진미를 식탁에 올려도 남편이든 아이든 대략 10분이면 식사를 마칩니다. 식욕 넘치는 막내딸도 10분이면 제 몫의 밥을 다 먹어버립니다. 빈 의자나 휴대폰을 보며 급하게 먹은 탓인지 혼밥 후엔 바로 간식을 찾습니다. 혼밥의 특성상 포만감을 갖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포만감을 느낄 때까지 오랜 시간 식탁에 앉아 먹기에 혼자라는 사실은 좀 뻘쭘할 수도 있겠지요. 가족 서로가 각자의 생활이 중요해지고, 스케줄이 많아지며, 혼밥 횟수도 슬슬 늘어가고 가족 간 대화도 부쩍 줄었습니다.

몇 개월 전, 주말을 맞아 온 식구가 식탁에 둘러앉아 지글지글 고기를 구워가며 배가 터질 정도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식사를 마친 남편이 뒷정리를 돕겠다며 벌떡 일어나는 순간, 갑자기 정신을 잃고 쓰러지며 마룻바닥에 머리를 쿵 하고 찧었습니다. 1~2초 아주 잠깐의 순간이었지만 남편은 두통을 호소했고,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간단한 시술로 회복될 수 있다기에 시술 후 며칠 입원하게 되었습니다.
입원 기간에 4인실을 사용했는데, 옆 침상의 환자 부부와 금세 가까워졌습니다. ‘닭살 커플’이라 할 만큼 다정한 60대 부부였습니다. 두 분의 깔깔 웃는 소리가 커튼을 넘어 들렸고, 소곤소곤 대화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부부보다 족히 20년은 더 오래 사셨을 듯한 두 분의 다정함이 부러워 가만히 대화에 귀 기울여보니, 두 분 대화의 시작과 끝은 주로 “그렇구나, 그래, 그래, 그랬구나…” 맞장구였습니다. 한 사람이 쿵 하면, 그 옆에서 짝 하는.

우리 가족은 맞장구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고 상의하는 것은 비교적 수월하지만, 상대 의견에 조건 없이 동의하지는 않습니다. 남편 퇴원 후 저는 일단 집 안에서 쿵, 짝 맞장구를 칠 수 없는 혼밥을 없앴습니다. 넷이 모두 모일 수는 없더라도 적어도 둘씩 짝을 지어 식사할 수 있게 학원 일정을 조정하고, 남편에게도 야근을 조정해달라고 미리 말해두었습니다. 그리고 당장에 다 바꿀 수는 없지만 적어도 식사 중에는 서로 편하게 이야기하고, 그 이야기에 맞장구를 쳐주자고 제안했습니다.
저희 집은 요즘 쌀값 지출이 늘었습니다. 밥을 많이 먹어요. 같이 밥을 먹으면 수다라는 최고의 찬이 곁들여지고 밉든 곱든 온기가 느껴지는 얼굴을 마주하니 쿵, 짝이 얼추 됩니다. 아이들이 다 커서 독립하기 전까지 우리 집에서 혼밥은 안 하려고요. 혼밥 대신 ‘쿵, 짝’해 보렵니다.

김희성 서울 성동구 금호동4가

<위클리 공감>의 ‘감 칼럼’은 모두에게 열려 있습니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바를 적은 수필을 전자우편(gonggam@hani.co.kr)으로 보내주세요. 실린 분들에게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관련기사

페이지 맨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