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월 19일 저녁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에서 열린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집값 급등에 따른 서민 박탈감부터 사교육 부담, 고용난, 검찰 개혁, 성 불평등, 다문화 정책, 탈북민 대책에 이르기까지. 문재인 대통령을 가운데 두고 300명의 국민패널들은 타원형으로 둘러앉아 ‘작은 대한민국’을 이뤘다. 국민패널들은 117분간 어려운 삶의 현실을 짚어내며 정치적 해법을 구했고 문 대통령은 직접 이들의 질문에 답변하며 소통의 시간을 가졌다.
11월 19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민과의 대화’를 통해 소통의 시간을 가진 문 대통령은 비틀즈의 ‘올 유 니드 이즈 러브’(All you need is love)에 맞춰 등장했다. 서울 상암동 MBC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진행된 ‘2019 국민과의 대화, 국민이 묻는다’에서 문 대통령은 “여기 1만 6000명, 아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정되셨다고 들었다. 하나의 ‘작은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한다”며 “오늘 경청하는 시간을 갖겠다”고 말했다. 사회자 배철수 씨는 비틀즈의 노래를 고른 이유에 대해 “정치에 문외한이긴 합니다만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게 사랑이 아닐까, 대통령께도 필요하고 모든 국민께도 사랑이 필요하다고 생각돼서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고(故) 김민식 군의 부모에게 첫 질문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김 군의 어머니는 이른바 ‘민식이법’의 조속한 법안 통과를 호소하며 “어린이가 안전한 나라가 2019년에는 꼭 이뤄지길 약속해 달라”고 밝혔다. 이에 문 대통령은 “스쿨존 횡단보도는 말할 것도 없고 스쿨존 전체에서 아이들의 안전이 훨씬 더 보호될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함께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군은 9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중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현재 어린이보호구역에 과속 단속 장비 설치 등을 의무화하는 ‘민식이법’이 발의돼 있다. 이어 사회자가 자유롭게 질문하라고 제안하자 국민패널들은 곳곳에서 손을 들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주요 발언을 소개한다.
모병제 전환
“첨단 과학장비 중심으로 전환해야”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모병제 전환을 공론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인 여건은 미비하다는 의견을 냈다. 문 대통령은 “아직은 현실적으로 모병제 실시를 할 만한 형편이 되지 않는다”며 “중장기적으로 설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모병제가 화두가 되고 있는데, 우리 사회가 언젠가는 가야 할 길”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어 “갈수록 직업 군인들을 늘려나가고 사병 급여도 높여 나가서 늘어나는 재정을 감당할 수 있게끔 만들어 나가고 첨단 과학장비 중심으로 전환을 해 병력의 수를 줄여야 한다. 남북관계가 더 발전해 평화가 정착되면 군축도 이루며 모병제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김민식군의 부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한겨레
최저임금 인상
“포용성장 위해 반드시 가야할 길”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제 시행이 서민경제를 힘들게 한다’는 한 패널의 호소에 “최저임금 인상은 포용성장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추진) 속도에서 여러가지 의견들이 있을 수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등 분야에 따라서는 어려움을 겪는 분야도 있을 수 있다. 한계선상에 있는 노동자가 고용시장 밖으로 밀려날 수도 있다”며 부족함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인상 부담을 낮출 수 있는 여러가지 조치들이 함께 병행돼야 하는데 국회에서 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2년간 최저임금 인상이 조금 급격했다고 보고 있어서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은 3% 이내로 속도 조절을 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국회 계류 중인 탄력근로제 확대 등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조속한 처리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노동시간 단축은 우리가 가야 할 길”이라며 “이미 300인 이상 기업들은 주 52시간 노동제가 시행됐고, 비교적 잘 안착이 됐다”고 말했다.
부동산 안정화
“부동산 경기부양 수단 사용하지 않을 것”
부동산 가격 급등에 대해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 이유는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라며 “설령 성장률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부동산을 경기부양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굳은 결의를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건설만큼 고용효과가 크고 단기간에 성장률을 높이는 분야가 없다.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건설경기를 살려서 경기를 좋아지게 하려는 유혹을 받게 된다”며 역대 정부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어 “현재 방법으로 부동산 가격을 못 잡는다면 보다 강력한 여러 방안을 강구해서라도 반드시 부동산 가격을 잡겠다”며 “서울의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다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여러 방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300명의 국민패널에 둘러싸인 문재인 대통령│청와대사진기자단
검찰 개혁
“검찰 스스로 국민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야”
문 대통령은 검찰 개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며 “검찰은 조직을 위한 기관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야당 탄압이라는 주장은 사리에 맞지 않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검찰 개혁의 방법으로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제대로 확보돼야 하고,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이뤄줘야 한다”고 밝혔다. 또 “(공수처는) 한나라당 시절 이회창 총재, 2002년 대선 이회창·노무현 후보가 공약했던 사항”이라며 “출발은 대통령과 주변 친인척 특수관계자, 이런 권력형 비리에 대해 검찰 경찰 사정기관들이 제대로 사정 역할을 못 해왔기 때문에 국정농단 같은 사건이 생겨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아울러 “검찰이 무소불위 기구라고 인식돼 있는데 검찰 스스로 개혁을 통해 국민을 위한 기관으로 거듭난다면 검사들 스스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속한 조직에 대해 뿌듯해하고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한국은 안보 방파제… 일본이 원인 제공”
오는 23일 종료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문제에 관해서는 “일본이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고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다만 “마지막 순간까지 종료 사태를 피할 수 있다면 일본과 함께 노력을 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이 우리의 방파제 역할에 의해서 자신의 안보를 유지하고 있다”며 “전체 국내총생산(GDP) 중 한국의 국방비 지출 비율이 2.5%에 가까운 반면 일본이 1%가 채 되지 않는 것은 (한국이) 일본의 안보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안보상으로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면서 군사 정보를 공유하자고 하면 모순되는 태도이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문 대통령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참여한 국민패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한 뒤 “질문 형식을 취했지만 여러분이 제게 많은 의견을 주신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의견들을 충분히 경청해 국정에 반영하고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기 절반 동안 열심히 했지만 평가는 전적으로 국민에게 달려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시는 분들이 있는 반면 아주 부정적으로 평가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질문은 많고 시간은 부족했으나 문 대통령은 정해진 방송 시간을 10여분가량 넘겨 답변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 답하지 못한 질문을 포함해 국민이 보낸 1만 6000여 장의 질문지는 문 대통령에게 전달됐다. 행사가 끝난 후 문 대통령은 국민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으며 패널 중 독도 헬기 사고 유족을 만나 이야기를 들은 뒤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국정 후반기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도출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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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