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트 펭TV
거대 펭귄이 화제다. ‘펭수’라고 불리는 이 펭귄은 EBS의 캐릭터다. 그런데 근엄하거나 귀엽거나 어른 말씀 잘 듣던 기존 캐릭터와 달리 펭수는 자기 하고 싶은 건 하고 생떼도 부리는 캐릭터다. 엉뚱하고 어설픈 행동으로 실수도 하지만 특유의 솔직함과 꿈을 향해 끊임없이 배우고 도전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찌 보면 조금 건방지기도 하고 또 제멋대로인 캐릭터다. 분명한 건 ‘방귀대장 뿡뿡이’나 ‘뽀로로’ 같은 기존 EBS 캐릭터와는 180도 다르다는 점이다.
펭수의 인기는 얼마 전 EBS가 MBC의 인기 프로그램인 <아이돌스타 육상 선수권대회>(아육대)를 패러디한 /ebs>/ebs> ebs="">/>(이육대)를 방송한 후부터다. 여기서 펭수는 뽀로로, 뿡뿡이와 함께 여러 체육 종목을 마스터했는데, 본질적으로는 콩트나 패러디 콘텐츠가 되며 인터넷에서 화제가 됐다. 물론 21세기 캐릭터답게 펭수는 ‘자이언트 펭TV’라는 유튜브 채널도 하고 있다. 이 방송 후로 ‘자이언트 펭TV’ 구독자 수도 빠르게 늘었다. 구독자는 8개월 만에 50만 명을 돌파했다. 아이들뿐 아니라 성인에게도 큰 인기를 얻기 때문이다.
펭수는 나이 10살, 키 210㎝의 펭귄으로, 회사 선배인 뽀로로에게 도전장을 내민 연습생이다. 요즘 초등학생 장래희망 1위가 크리에이터(창작자)인 것처럼 펭수도 크리에이터가 꿈이다. 여느 유튜버처럼 “구독, 좋아요, 알람 설정”을 외친다. 실제 방송은 주 1회에 두 편씩이지만 유튜브에는 더 많은 영상이 올라온다.
정보와 재미 두 마리 토끼 잡아
펭수의 기사 댓글에는 “우연히 틀다 ‘소방서 편’ 보게 됐는데 40대 우리 남편 뒤에서 깔깔거리며 봄ㅋㅋ” “직장 동료들과 펭수 팬 됐어요!” 같은 내용이 자주 올라온다. 30, 40대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펭수는 전 세대의 캐릭터가 되고 있는 셈이다.
영화계에서도 펭수를 모시고, 각종 행사장에서도 펭수는 화제다. 교육 콘텐츠, 입소문 마케팅, 크리에이티브, 제트 세대 등 요즘 핫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러브콜(제안)’을 받으며, 펭수와 펭수 제작팀은 몸값이 올라갔다. 정보 전달과 재미,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사례인 셈이다.
소위 ‘드립력’ 덕분이다. 펭수가 초등학교를 찾아가는 코너에 대해 대학생들이나 직장인이 자신의 대학교, 직장에도 찾아와달라는 댓글을 단다. 제작진과 회의를 하던 펭수는 “구독자 1만 명 달성 공약으로 1만 명에게 선물을 주자”고 제안한 뒤 “누구 돈으로 하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김명중(EBS 사장)”이라고 답한다.
직장 생활의 고충, 선후배의 위계 등을 패러디하면서 펭수는 여러 세대의 공감을 받는다. “못 해먹겠네” 하면서 “(KBS)로 이직하겠다”는 얘기도 종종 나온다.
펭수의 특징은 패러디, 비틀기 그리고 인터넷 크리에이터들과 적극적인 협업(컬래버레이션)이다. 요즘 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유행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기획이지만 EBS 본연의 자세도 잊지 않는다. 봉사활동, 학교 탐방, 전문가 강의가 주요 콘텐츠인 건 사실이다. 다만 그걸 전달하는 방식이 기존과 다를 뿐이다. 교훈적인 태도보다는 요즘 아이들의 눈높이와 감수성에 초점을 맞춘다. 이것이 바로 펭수의 인기 비결이다. 펭수는 자신의 감정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랩과 비트박스를 즐긴다.
패러디·비틀기·컬래버레이션 특기
제작진은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이지만 ‘아이다움’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성인이 봐도 웃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는 기획 의도를 밝힌다. “교훈적인 메시지를 일방향으로 전하기보다 유튜브를 통해 활발히 소통하며 유대감을 맺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펭수는 요즘 초등학생은 고학년만 돼도 어른들과 같은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것을 참고해 기획됐다. 유치원 시절과 다른 취향과 사고방식을 가진 세대에 맞춰 ‘불량’ 캐릭터를 만든 것인데, 2030세대에 꽂히다 보니 시간대도 콘텐츠의 방향도 조금 달라졌다.
그런데 이런 타깃의 변화는 시사적이기도 하다. 어린이들의 취향이 상향된 것도 있지만 어른들, 특히 2030세대의 취향이 내려온 면도 있기 때문이다. 20대와 30대는 인생의 많은 것과 이별하는 세대다. 단순히 청소년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삶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그 과정에서 가치관과 경험의 질이 달라진다는 게 중요하다. 펭수는 이 감각을 B급으로 포장해 전달한다.
귀여운 캐릭터가 외모와 다르게 공고한 위계질서나 을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선을 넘나드는 설정이 공감을 얻는 것이다. 직장 선배뿐 아니라 사장님까지 거침없이 대하는 펭수의 선을 넘는 불량함이 통쾌한 대리만족을 준다. 덕분에 펭수는 올해 최고의 캐릭터이자 신드롬으로 자리 잡고 있다. 과연, 예측이 불가한 시대다.
차우진_ 음악평론가. 미디어 환경과 문화 수용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청춘의 사운드> <대중음악의 이해> <아이돌: H.O.T.부터 소녀시대까지…> <한국의 인디 레이블> 등의 책을 썼고, 유료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에서 <음악 산업, 판이 달라진다> 리포트를 발행했다. 현재는 ‘스페이스 오디티’라는 스타트업에서 팬 문화, 콘텐츠, 미디어의 연결 구조를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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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