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아닌 국민 성장 ‘혁신적 포용국가’ 최고 정책”

2019.11.11 공감 최신호 보기


l▶김재훈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성장분과위원장| 정책기획위원회

김재훈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성장분과위원장 인터뷰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으로 구성되는 ‘혁신적 포용국가’로 요약됩니다. 최저임금 상승같이 여러 어려움과 논란에도, 조만간 선순환의 효과를 내고 국민의 인정을 받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성장분과위원장을 맡은 김재훈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혁신적 포용국가라는 정책 방향 아래 국정과제들이 시행되고 시스템이 개편되어 성과를 내고 있다”며 공공서비스 공급 확대와 광주형 일자리 모델, 일자리 안전망 강화, 불공정거래 관행 개선, 에너지 전환 정책, 과학기술 육성체계 개편 등을 예로 들었다. 그러나 “사회시스템을 혁신적 포용국가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 개편이 입법 과정에서 막히고 있다”며 “내년 이후에는 조금 늦더라도 법 개정이 되고 제대로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다.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성장분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국민성장분과는 정책기획위원회에서 경제 분야를 총괄하고 있습니다. 과거와 같이 총량적 수치의 성장이나 국가의 성장이 아니라, 국민이 성장하고 풍요로워져야 한다는 의미를 이름에 담고 있죠.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경제에 관한 26개를 관리하면서 추가로 경제 분야 정책에 대해 의견을 정리해 청와대에 건의하고 있습니다.

-경제 분야 국정과제 가운데 중요한 성과는 무엇인가요?
=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임금격차 해소와 최저임금 상승이 진행되면서도 올해 8, 9월 고용률이 2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실업률은 2013년 이후 6년 만에 최저 수준인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입니다. 공정경제 관련해서는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과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이 많이 근절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죠. 혁신성장에 관해서는 미래 성장 잠재력의 중추 세력인 대학원생들의 권익을 강화하고, 과학기술혁신본부를 새로 만들어 과학기술 분야의 컨트롤 타워를 분명히 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서비스원 설립을 놓고 세금으로 일자리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비난이 있는데, 선진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받아야 할 사회서비스를 지금까지 못 받고 지내온 게 사실입니다. 국민이 육아, 요양, 노인복지 관련 서비스를 받도록 하면서 그 분야의 일자리도 창출하는 사회서비스원 설립 추진은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죠.

“선진국 가는 길 일본-유럽형 갈림길”
-최저임금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임금 상승률은 생산성 상승에 못 미쳐 그 격차가 계속 누적되었지 않습니까? 그것을 하루아침에 바로잡으려 하니까 저항이 심했고,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자영업 비중이 가장 높다 보니 자영업과 부딪친 면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비정규직은 소득도 낮고 취업 구조도 불안정한 두 가지 멍에를 다 짊어지고 있어요. 소득수준과 직업의 안정성을 한꺼번에 높이려 하다 보면 쉽지 않을 수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은 당장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에 부딪히는 문제였는데 추진력이 부족했고, 공무원노조와 교원노조 합법화 등 나머지 노동 분야 정책도 공약대로 이행하는 게 맞다고 봅니다.

-문재인정부 최고의 정책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우리나라의 새로운 발전 모델로 혁신적 포용국가를 제시한 게 최고의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낙수효과에 의존하면서 추격형 성장을 해왔는데, 이제 중국이 뒤에서 추격하고 있고 더 이상 추격형 성장과 낙수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발전 시스템의 전면적 전환이 필요한데 제대로 못 했을 뿐 아니라 지난 정부 때에는 발전국가로 다시 회귀하는 상황이 벌어졌죠. 국민과 사회 전체에 사회경제 구조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건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혁신적 포용국가로 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추격형 성장, 그러니까 모방형 성장을 하다 보니 우리 국민이 창의력을 계발할 여건이 안 되고, 기존 지식을 흡수하고 쫓아가기 바빴죠. 창업했는데 실패하면 일가가 폭삭 망할 정도로 충격이 크니 아무도 도전하려고 하지 않잖아요. 실패와 실업이 개인에게 일생일대의 충격이 되지 않게 사회안전망을 두텁게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이 살면서 경쟁이 너무 심하고 긴장도가 높아요. 지역 출신은 수도권에 와서 직장을 구해야 하는데 집값은 비싸고, 결혼하기 어렵고, 저출생 문제로 이어집니다. 사회 전체적으로 긴장을 덜 하고 경쟁 압박을 덜 받으면서 생산성을 더 높이지 않으면 국민의 에너지와 국가 전체적인 잠재력은 점점 소진돼갈 수밖에 없죠. 지금 일본이 단적인 예입니다. 우리나라가 이제 선진국으로 가는 마당에 일본형으로 계속 갈 거냐, 아니면 유럽형으로 갈 거냐는 선택의 갈림길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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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노동 동일임금 적용하며 사회안전망 크게 강화해야”
-과거 성장의 그늘을 해소·보완하는 의미가 있겠군요.
=그뿐 아니라 미래를 대비하는 측면에서도 중요합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 근육노동뿐 아니라 두뇌노동도 단순 반복 작업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배달노동 증가와 같이 불안정 고용이 많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에 대비하려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구별이 의미가 없게 동일노동 동일임금 원칙이 적용되도록 임금체계를 바꾸면서 사회안전망을 크게 강화해야 합니다. 인구감소 시대를 준비하고,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산업체계로의 전환에도 뒤처지지 않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높여가야 하고 여기에는 디지털 전환, 에너지 전환이 필수적입니다. 지난 정부 동안 정보통신부를 없애서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 시대 대비가 미흡했고, 4대강 공사와 환율 저평가로 기존 기술체계에서 수출 물량 확대,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으로 국내 경기를 억지로 끌어올려 성장 구조를 왜곡시켰지 않습니까? 내수 확대를 한다면서 국민의 구매력은 누르고 서비스산업을 육성한다고 영세 자영업 비중을 30% 가까이 높여놓기도 했습니다. 당장 효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성장 잠재력을 높여서 미래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선점하는 힘을 키워야 합니다.

-혁신적 포용국가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번에 일본과 경제마찰에서 드러났듯 소재·부품 산업이 튼튼해야 합니다. 그동안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부 정책이 계속 나왔는데도 대기업이 중소기업 제품을 채택하지 않았잖아요. 대기업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소재나 부품을 한 품목당 서너 개 업체로 분산시켰다 했는데, 국가별로 분산은 못 시키고 일본에 집중되다 보니 이번에 타격이 온 거죠. 대기업이 국내 중소기업과 같이 가지 않으면 부담이 매우 클 수 있다는 걸 깨닫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교육의 압박이 심하고 과도한 경쟁이 되는 것은 공무원, 공기업, 소수의 대기업 외에는 좋은 직장이 많이 없기 때문입니다. 중소기업들도 대기업과 비슷하게 임금을 받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경쟁과 긴장도가 낮아지지 않을까요? 결국 포용성, 혁신성, 공정성을 국정 방향으로 하는 혁신적 포용국가로 가야 하는 거죠.

l▶정책기획위원회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가 2018년 5월 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연 ‘내 삶을 바꾸는 혁신적 포용국가’ 국제콘퍼런스에서 로버트 라이시 미국 UC버클리 정책 대학원 교수(왼쪽부터), 이정우 경북대 교수,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 원장이 대담하고 있다.| 정책기획위원회

“개혁 과감성 부족하지 않았으나 아쉬움”
-문재인정부 2년 반을 돌아봤을 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과감성이 좀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개혁을 하다 보면 기존 시스템에서 혜택을 받던 사람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이 갈 수 있는데, 정치적 고려를 하다 보니 너무 조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요인은 법 개정이 안 돼서 못 했던 것이 많은 거 같아요. 사회시스템을 전환하려면 관련 분야의 수많은 법률을 개정해야 합니다. 법 개정을 못 하고 있어 시행령을 개정해서라도 하려다 보니 원래 취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것들이 많더라고요. 저희는 이렇게 우회하면 원래 취지를 못 살리니 가능하면 국정과제는 수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건의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지금은 과도기인 것 같아요. 사회시스템을 전반적으로 개편하면 삐거덕거리는 과도기를 거칠 수밖에 없잖아요. 국민이 그 필요성을 공감하고 불편을 감수하면서 과도기라는 강을 같이 건너가는 과정이 필요한데, 국민에게 정책의 내용과 취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게 아닌가 반성합니다. 무엇보다 제도 개편을 못 하게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지금 상황이 불행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내년 이후 조금 늦더라도 법 개정이 되고 제대로 진행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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