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식품의약품 안전처 사이버조사단 정미희 주무관, 심진봉 사무관, 김명호 사이버 조사단장, 이주헌 연구관, 한태희 주무관, 박진성 정책연구원│ 한태희 주무관
식약처 사이버조사단 한태희 주무관
‘이거 먹자마자 3kg 빠졌어요’ ‘이 제품 먹으면 운동 안 하고, 밥 먹어도 살이 빠집니다’….
이런 문구와 함께 관련 체험 영상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누리소통망(SNS)에 올라온다면? 아마 ‘나도 한번 먹어볼까?’라며 진지하게 고민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사이버조사단은 얼마 전, 이런 내용으로 SNS에 올라온 체험 후기 영상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영상 속 인물이 해당 제품 업체 직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자사 제품이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는 체험기 영상을 업체 대표가 직접 제작하고, 직원들이 출연하는 식이었습니다. 실제 영상에 출연한 직원은 저희 측에서 체험기 영상을 보여줬는데도 본인이 아니라고 부인해 적발하는 데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온라인서 소비자 관심 높은 식품 집중 감시
식약처 사이버조사단 한태희 주무관의 이야기다. 이는 ‘온라인 건강안심 프로젝트’(이하 프로젝트)를 통해 적발된 최근 사례다. 온라인 시장이 2014년 45조 원에서 2017년 94조 원, 2018년 114조 원으로 연평균 21% 수준으로 급성장하면서 위 사례처럼 온라인상 과대광고 및 불법유통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온라인상 식·의약 불법유통 건수가 2017년 8만 1000건, 2018년 9만 7000건으로 연평균 13% 증가했다.
프로젝트는 온라인에서 소비자 관심이 높은 식약처 소관 생활 밀접 분야에 대해 집중 점검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 및 적절한 조치를 하는 사업으로,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 제공과 건전한 구매 환경을 조성하자는 취지로 진행한다. 식약처는 과거 온라인상에서 식품·화장품·의약품 등 각각 별도로 관리하던 품목들을 통합해 집중 관리하는 사이버조사단을 2018년 2월에 출범했다.
사이버조사단은 소비자 관심이 높은 생활 밀접 5대 분야(다이어트, 미세먼지, 탈모, 여성 건강, 취약계층)를 집중 점검해 허위·과대광고 사례를 적발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에서 새롭게 유행하거나 의학적 효능이 있다고 주장하는 제품에 대해 전문가를 통한 검증 작업도 병행, 이 결과를 국민에게 알리는 일도 하고 있다. 의사협회, 학회, 소비자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꾸려진 ‘민간 광고 검증단’(의사, 교수, 소비자, 언론인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 43명)은 인허가(인증 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의학적 효능 광고를 검증한다.
허위·과대광고 업체 12곳 최근에 적발
최근엔 다이어트 효과를 비롯해 키 성장, 탈모 등에 효과가 있다고 가짜 체험기 영상을 제작해 SNS에 유포한 사례 등 인플루언서(influencer, SNS에서 영향력 있는 개인)들을 이용해 고의·상습적으로 허위·과대광고를 한 업체 12곳을 적발했다.
과거 TV, PC, 텍스트 광고 중심이던 광고 시장 환경이 모바일, SNS, 동영상 등으로 발 빠르게 이동하면서 허위·과대광고도 지능적·음성적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 프로젝트의 의의는 남다르다. 한 주무관은 “프로젝트는 소비자 생활에 가장 밀접한 식약처 역할 중 하나”라며 “시장 환경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며 즉각적인 조치를 하는 만큼 안전한 소비 환경을 위해 일선의 파수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보람도 크다”고 말했다. 또한 “‘먹어도 되나? 써도 되나?’ 등 안전 이슈에서 벗어나 해당 제품이 정말 효과가 있는지 여부를 정부가 알려줌으로써 국민 안전을 뛰어넘어 국민 안심을 이끌어내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 주무관은 사이버조사단으로 일하며 기억에 남는 일화로 다이어트 체험기 영상을 ‘셀프 제작’한 업체를 직접 찾아갔던 때를 꼽았다.
“영상 속 직원이 얼굴에 있는 점 위치까지 똑같은데도 막무가내로 본인 아니라고 발뺌하더군요. 이 업체는 촬영 스튜디오와 촬영 장비까지 갖춰놓고 직원을 모델로 내세워 가짜 체험기 영상을 제작하고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식품을 잘 만들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믿게 할까’만 고민한 거죠. 이런 악의적인 조작에 소비자들은 속아 넘어가기 쉽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누리소통망 체험 후기를 접할 때 조심하라고 강조합니다. 실제로 누리소통망 광고와 제품 누리집 광고가 다른 경우가 많아요. 자사 판매 누리집에는 허위로 올릴 경우 즉각 적발되어 처벌받으니까 그렇게 못해요. 그래서 누리집에선 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정보 위주로 광고를 하지만, 누리소통망에선 손쉽게 선을 넘어버리는 거죠.”
▶온라인 건강안심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광고│식품의약품안전처
“누리소통망 속 가짜 체험기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편 사이버조사단은 소비자와 영업자 등을 위한 교육과 홍보도 진행한다.
한 주무관은 “의외로 온라인상 지켜야 할 법적 가이드라인을 잘 모르는 분이 꽤 있다”며 “단순 처벌 위주보다는 지도 및 개선하는 쪽으로 접근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온라인 시장은 규모가 무한하기 때문에 정부의 일방적 점검만으로는 관리에 한계가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업계와 소비자의 자발적 참여 의지입니다. 업계는 스스로 관련 법령을 준수하고, 소비자는 광고 한마디에 쉽게 현혹되지 않고 신중한 구매를 해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온라인 시장 환경을 조성해야겠죠.”
최근 블로거 중개업체, 크라우드 펀딩, 퀴즈 행사 등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광고가 등장하고, 광고 속 표현도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교묘히 오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이버조사단은 점검 대상을 온라인 쇼핑몰 위주에서 벗어나 누리소통망이나 그 외 새로운 형태의 광고들까지 확대하고, 고의·상습적으로 허위·과대 광고하는 불건전한 유통업체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한 주무관은 “누리소통망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정보 공유 매체로 정부 규제에 한계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소비자들이 공식 쇼핑몰 광고 내용과 비교해 누리소통망 속 가짜 체험기 등 허위·과대광고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한다”고 말했다.
김청연 기자
▶온라인 건강안심 프로젝트를 소개하는 광고│식품의약품안전처
| 온라인 건강안심 프로젝트란 |
43명 ‘민간 광고 검증단’ 활동 활발
불법유통 점검 실적 10만 건 넘어
프로젝트 점검 실적은 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식약처 사이버조사단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불법유통 등 점검 실적은 2016년 5만 7577건에서 2017년 8만 1233건, 2018년 9만 7276건 그리고 2019년(10월 기준) 10만 5281건으로 늘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식품 분야 4만 3329건, 의약품 분야 2만 8755건으로 높았고, 마약류가 9107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국민신문고 처리 현황 역시 2018년 5550건에서 2019년(10월 기준) 6122건으로 늘었다. 불법누리집 차단 소요일수도 2017년 88일(75%)에서 2018년 27일(84%), 2019년 22일(90%)로 소요 기간은 줄고, 차단율은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의사협회, 학회, 소비자단체 등의 추천을 받아 꾸려진 43명의 ‘민간 광고 검증단’을 통해서는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이는 제품의 의학적 효능 광고 검증 결과를 올해 총 5회에 걸쳐 발표했다. 수소수는 ‘연구 결과의 임상적·학술적 근거가 부족하고, 사용 권장이 불가하며, 아토피나 천식에 도움이 된다는 어떠한 학술적 근거도 없다’, 다이어트 커피는 ‘과학적 근거가 미약하고, 저탄수화물·고지방의 장기적 유해성으로 안전성이 우려된다’ 등 유의미한 내용이었다.
아울러 1월부터 9월까지는 홈쇼핑, 제조·판매업자, 지자체 등을 대상으로 온라인 불법유통과 관련한 사전예방 교육도 실시했다. 또 6월부터 9월까지 서울역·용산역 등 다중이용시설을 활용해 옥외광고 제공 및 출·퇴근 시간 라디오 광고 송출 등 허위 과대광고 근절 공감대 형성을 위한 대국민 홍보도 진행했다.
한편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마약류나 그 외 불법 의약품 광고를 발견하거나 식품·화장품이 질병 치료 효과가 있다는 식의 허위·과대광고를 보면 식약처 누리집에 개설한 ‘온라인 불법유통 신고창구’(이하 신고창구)로 신고하면 된다. 신고창구에선 온라인 불법유통 신고 대상, 신고 시 유의사항 등 자세한 관련 정보도 만나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