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회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주권분과위원장│정책기획위원회
정책기획위원회는 대통령 직속 자문기관으로 100대 국정과제의 수정·보완을 자문하고 국정과제 추진 성과의 평가와 방향에 대한 의견을 내고 있다. 문재인정부 집권 후반기를 맞아 국민주권·국민성장·포용사회·지속가능·분권발전·평화번영 등 6개 분과위원장과 정해구 위원장을 잇따라 만나 주요 국정과제 성과를 평가하고 집권 후반기의 과제에 대해 이야기 나눈다.
김인회 정책기획위 국민주권분과위원장 인터뷰
“문재인정부는 집권 전반기에 ‘국민이 주인인 정부’를 만들기 위해 적폐청산과 권력기관 개혁, 민주주의 회복과 강화, 정부혁신, 과거사 바로세우기 등을 추진해왔습니다.”
정책기획위원회 국민주권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인회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무부 탈검찰화, 국가정보원 국내 사찰 금지 등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한 많은 노력이 있었으나 개혁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의 무능과 낮은 생산성이 개혁 작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집권 후반기 국정과제 추진 방안에 대해서는 “굵직굵직한 개혁과제를 중심으로 타깃을 좁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개혁 작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먼저 정책기획위원회와 국민주권분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정책기획위원회는 문재인정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겠다며 출발했습니다. 참여정부 당시 정책기획위원회의 활동을 이어받아 국가의 중장기 비전을 수립하고 정책화하는 역할입니다. 그때의 두 배인 약 100명의 위원이 6개 분과에서 중장기적 비전을 담아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국민주권분과는 권력기관 개혁, 민주주의, 소통·투명 정부 등 3개의 소분과로 이뤄져 있습니다.
“위안부 문제, 인권 문제로 부각 의미 커”
-문재인정부 전반기에 국민주권 분야의 국정과제는 어떤 성과가 있었나요?
=가장 큰 성과는 역사적 정통성 확보라고 생각합니다. 3·1운동 100주년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법통을 확인하고,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재조명을 통해 역사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 의미가 있었다고 봅니다. 위안부 문제를 인권의 문제로,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이자 미래의 문제로, 한국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의 문제로 부각했다는 것은 의미가 큽니다. 그런 과정에서 보훈 문제가 정당하게 평가되면서 나라를 위해 희생하셨던 분들에 대해 정당한 대우가 확립되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4·3 제주 피해자 신고와 5·18 진상규명 작업도 진행되었습니다. 다만 과거사 정리나 법통 세우기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데, 미래 비전이 나올 때쯤 정국이 혼란스러워서 제대로 되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등 반부패 개혁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반부패 개혁은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있다고 평가합니다. 공수처는 검찰 개혁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부패 추방에 대한 국민의 기대감이 크기 때문에 지지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노무현 대통령 이후 10년 동안 반부패 정책이 사실상 중단되어 있었는데 문재인 대통령께서 반부패정책협의회 등을 만들면서 반부패 시스템을 갖춰나갔죠. 다만 참여정부 당시 국가청렴위원회가 이명박 정부 때 국민권익위원회의 부패방지국으로 축소되었는데 다시 위원회로 회복시키지 못한 건 아쉽습니다.
-검찰, 경찰,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개혁은 지지부진하다는 우려가 많습니다.
=그게 정확한 평가겠죠. 개혁 작업의 대부분이 제도 개혁인데, 제도 개혁이란 법률이나 시행령, 시행규칙의 개정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 가운데 제일 중요한 것이 법률 개정인데 이게 국회에서 막혀 있는 것이 첫 번째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한국 국회, 특히 20대 국회는 극도로 낮은 생산성을 보이고 있고, 국회의 무능이 하나의 정치 문화로 정착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싸우다 보니 법안 통과가 안 되고, 법안 통과가 안 되다 보니 또 싸우는 식이라 모든 개혁 작업이 다 막혀 있죠.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중심으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공수처 설치 법안 등은 전혀 통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과거사 정리와 관련해서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 개정되지 않았습니다. 이처럼 국회의 무능 또는 낮은 생산성이 결정적이었고 그 여파가 개혁 작업 전반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봅니다.
“인권침해적 수사 행태 제대로 개혁 못해”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서 진행된 건 무엇이 있나요?
=법률 단위가 아닌 행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단위의 개혁 작업들은 많이 진행됐습니다. 법무부의 탈검찰화 같은 경우에는 인사직제 시행령을 개정해서 검사들이 일부 법무부 업무를 하지 못하도록 바꿨죠. 법무부의 법무실장이라든가 인권국장, 출입국관리본부장 등은 고위직인데 비검찰 출신 변호사가 임명됐고 교정본부의 경우에는 역시 비검찰로 교정공무원 출신이 올라가게 됐죠. 그 이전 정부에서는 전부 고위직 검사들이 하고 있었습니다만 그걸 바꿔냈고 직제 개편도 이뤄졌습니다. 하지만 기조실장이나 검찰국장은 여전히 검사들이 담당하고 있습니다. 한편 제도 개혁에 집중하다 보니 구체적인 수사 행태에 대해서는 개혁 작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이번 조국 전 장관 일가 수사를 보면 수사의 방법이 이렇게까지 과도할 필요가 있는지, 잔인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인권 말살적인 요소가 보입니다.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요소들은 충분히 개혁할 수 있었는데도 안 됐던 겁니다. 검찰 개혁을 추진하는 분들이 이 부분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고 자연히 될 것으로 방심한 측면이 없지 않았던 거죠. 이번에 한 가정을 파탄 낼 정도의 과도한 수사를 보면서 수사 방법을 인권 친화적으로, 잔인하지 않도록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인식에 도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집권 전반기를 돌아봤을 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어떤 건가요?
=좀 더 신속하게 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검경수사권 조정과 관련 최종 합의안을 만든 게 2018년 6월 행정자치부 장관, 법무부 장관, 민정수석, 총리가 함께 모였을 때거든요. 정권이 출범한 지 1년이 지난 이후라 계획 수립이 조금 늦게 진행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계획이 늦게 수립되면서 법안으로 만들어지는 것도 늦어져 계속 정쟁 중인 국회에 휩쓸려가며 국회를 주도하지 못한 문제가 있었다고 봅니다.
-국민주권 분야의 전략 네 가지 중 하나가 ‘국민주권의 촛불민주주의 실현’입니다. 다시 촛불을 든 국민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십니까?
=적폐청산을 통해 엄정한 교훈이 나왔고 국민 사이에서는 이런 일이 다시 나와선 안 된다는 강한 공감대도 형성되었다 생각합니다. 민주주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건 틀림없다는 생각은 들죠. 그런데 적폐청산을 통해 개혁 작업으로 성과가 마무리되어야 했는데 그것이 잘 안 되었습니다. 개혁이 잘 안 되니 개혁이 실패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생겼고 이 때문에 국민이 거리에 나오신 것 같습니다. 적폐청산을 통한 교훈들이 제도화되고 상시적인 시스템으로 되어야 하는데, 잘못하면 되돌아갈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작용한 것이죠. 적폐청산을 통한 제도화와 시스템화가 제대로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엄중한 반성과 답을 요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 위원회가 3·1운동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4월 11일 중국 상하이에서 ‘1919년 동아시아, 대전환을 꿈꾸다’를 주제로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정책기획위원회
“대화, 타협, 협상 통해 성과 반드시 내야”
-국민은 ‘집권 전반기에도 권력기관들의 저항과 위세가 대단한데, 레임덕이 생기는 집권 후반기에는 얼마나 바꿀 수 있을까’라고 염려하는 것 같습니다.
=역시 개혁 작업은 말로 하는 게 아니고, 요란만 떠는 것이 아니고, 이벤트도 아니라는 냉정한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손에 쥐는 성과가 있어야 하는데, 손에 쥐는 성과라는 것은 결국 제도의 문제입니다. 제도라는 것은 법률 또는 시행령, 시행규칙으로 표현이 되고 그다음에 기구거든요. 이 두 가지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그렇게 하려면 여당과 야당 사이의 수준 높은 대화도 필요하고 상호 양보와 타협도 있어야 하거든요. 그러고 나서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필요하고, 양보할 건 양보하고 정치가 정상화되면서 구체적으로 손에 쥐는 성과를 내야 합니다.
-집권 후반기에는 국정과제를 어떻게 추진해야 할까요?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나라의 틀을 바꾸는, 굵직굵직한 개혁 작업에 집중해야 합니다. 나머지는 적당한 힘을 주면 되는데 중요한 것은 진짜 혼신의 힘을 다해서 해야 하거든요. 혼신의 힘을 다할 만한 굵직한 개혁과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에 힘을 집중하고 리더십을 세우고 그것을 바탕으로 여야 상설협의체든 정치 차원에서 대화·타협·협상을 통해 성과를 반드시 내야 합니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결국 다음 정부에 넘기게 되는데, 다음 정부에 현 정부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온다고 장담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이 시기에 해야 할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중 핵심적인 것은 검찰 개혁, 경찰 개혁, 국정원 개혁으로 대표되는 권력기관 개혁이고, 선거법 개혁 등으로 대표되는 정치 개혁과 반부패 문제 등 큰 문제에 초점을 맞췄으면 좋겠습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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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