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스마트폰 없이 얼굴만으로 간편하게 결제(Face Pay)를 할 수 있다. 별도 금융거래 계좌 없이도 포인트(선불전자지급 수단)를 연계해 체크카드를 발급할 수 있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라는 소리가 나올 수 있지만 이 사례는 모두 얼마 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은 신규 금융서비스들이다.
금융위원회에서는 기업들이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있다면 기존 규제에 제한받지 않고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부작용이 적고 이용자 편의를 제공하는 게 확실히 입증되면 서비스와 관련한 법령과 제도를 개선·검토해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다.
기업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담긴 각종 서비스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받고 현장에서 활발하게 선보이게 된 건 정부가 4월 1일부터 ‘금융규제 샌드박스’를 주요 골자로 하는 금융혁신지원특별법(이하 특별법)을 시행하면서부터다. 규제 샌드박스란, 기존 시장에는 없었던 창의적·혁신적인 새 제품이나 서비스를 내놓을 때 기존 규제에 발목 잡혀 지체되거나 무산되는 일이 없도록 일정 조건 아래 기존 규제를 면제 혹은 유예해주는 제도다. 덕분에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인 핀테크 산업이 기존 금융시스템의 단점을 보완하며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제도 시행 이후 지급결제, 해외 송금, 인터넷 전문은행, 자산관리 및 보험 영역은 물론 블록체인 등 신기술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금융 현장 이야기를 만나본다.
▶스위치 보험 서비스를 준비했던 담당 팀원들과 스위치 보험을 총괄하는 레이니스트보험서비스(주)의 최수희대표(앞줄 가운데)
레이니스트보험서비스(주)
일상에서 단기간 운전을 하거나 자전거를 탈 때 관련 보험을 들고 싶지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런데 내가 원하는 시기에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 화면에서 터치 한 번으로 전원 스위치 켜고 끄듯 간단히 보험 가입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레이니스트보험서비스(주)(이하 레이니스트)가 진행, 뱅크샐러드에서 서비스하는 ‘스위치 보험’은 고객이 보험 보장을 받아야 하는 순간에 원하는 보험을 선택해 간편하게 가입하고 보호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보험 간편가입 서비스다. 이는 정부가 4월 17일 제1차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한 9건의 서비스 중 하나로 6월 24일 해외여행자 보험으로 첫선을 보였다.
레이니스트는 ‘데이터에 기반해 사람들의 일상에서 불편함을 최소화한다’는 목표로 2012년 6월에 설립됐고, 2014년 8월 데이터를 금융에 접목한 ‘뱅크샐러드’ 서비스를 출시했다. 뱅크샐러드는 국내 최초 데이터 기반 돈 관리 플랫폼으로 금융 정보의 비대칭 문제 해소 및 개인 맞춤의 금융 혜택을 제공해 2030세대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는 중이다.
가입자 75%가 2030세대인 ‘3초 보험’
6월 24일 내놓은 스위치 보험은 2개월이 지난 9월 10일 첫 주 대비 가입자가 16배 이상 늘어나는 등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30대가 전체의 38%, 20대가 35%로 전체 가입자 중 2030세대가 75%를 차지하는 등 젊은 세대 가입 비율이 특히 두드러진다. 스위치 보험 페이지에 방문한 고객의 60% 이상이 보험 가입을 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스위치 보험은 첫 가입 이후 두 번째 이용부터 3초 만에 보험 가입을 할 수 있어 이른바 ‘3초 보험’이라 불리는데, 7~8월 해외여행 성수기에 2회 이상 가입자가 매주 평균 20~30% 증가하는 등 고무적인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기존 보험사 역시 고객들이 일상에서 위험을 느끼는 순간에 가입할 수 있는 일상보험 상품을 개발할 순 있지만, 우리나라 보험산업이 대부분 대면채널 중심으로 이루어진 탓에 장기 보장성보험 위주로 판매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소비자 입장에선 여행 갈 때, 운동할 때 등 위험이 도사리는 순간에 필요한 보장에만 보험을 가입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해당 보험에 가입하려면 매달 일정 금액을 보험료로 납부해야 하는 한계가 있었다. 레이니스트 측은 “이에 고객들이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만큼만 보험을 가입하도록 일상에서 필요한 보험을 고객이 직접 선택하고 보장받을 수 있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스위치 보험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필요한 보험을 한 번 가입해두면 다음부터는 동일한 보험에 한해 복잡한 가입 절차 없이 클릭 한 번으로 3초 만에 가입된다는 점이 첫 번째 특징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자동차보험을 단기로 이용하는 사람들은 매번 하루 전날 보험사에 전화를 해 자동차 이용 일자를 전달하고, 보험금을 입금해야 했지만 스위치 보험을 이용할 경우 날짜만 입력하면 가입이 완료된다.
레이니스트가 운영하는 뱅크샐러드가 돈 관리 플랫폼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뱅크샐러드에는 개인의 결제 내용이 모두 기록되기 때문에 결제 데이터를 통해 고객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보험을 권유해줄 수도 있다.
혁신금융서비스 지정과 관련한 소감을 묻자 레이니스트 측은 “더욱 혁신적인 서비스를 만드는 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었다는 점에 감사하다. 특히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함께 혁신을 만들어보자’는 메시지가 강하게 와닿는 정책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위치 보험 서비스 앱 실행 화면들| 레이니스트보험서비스(주)
“출퇴근 보험 등 새 상품 선보이고 싶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 과정에서 받은 컨설팅에 대한 만족도도 컸다. 레이니스트 측은 “제안서를 처음 제출했을 때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당국의 보험 담당자들이 신청서를 꼼꼼히 검토하고 모호한 영역들에 대해 명확하게 준비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주었다”며 “이를 통해 서비스를 어떻게 구현하고, 어떻게 해야 혁신적인 서비스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법 관련 궁금증도 친절하게 알려준 덕분에 전반적인 사항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레이니스트 측은 “금융은 지금까지 굉장히 보수적이고, 큰 변화가 없었던 분야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아주 작은 변화가 더 크고 영향력 있게 느껴진다. 따라서 최근 계속되고 있는 정부와 금융 당국의 끊임없는 도전은 현재가 아닌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래서 뱅크샐러드는 정부와 금융 당국이 만들어준 규제 샌드박스라는 기회로 ‘성공적인 규제 샌드박스 1호 서비스’로 거듭나고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으로는 더 가까운 일상에서 스위치 보험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레이니스트 측은 “지금도 골프, 스키 등을 즐길 때 위험을 보장해주는 보험이 있긴 하지만 가입 절차가 다소 복잡하거나 어렵게 느껴진다. 이를 스위치 보험으로 더욱 간단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이에 더해 아직 존재하지 않는 출퇴근 보험처럼 전혀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뱅크샐러드 고객만을 위해 제공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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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