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나영석 PD의 히트 예능 프로그램 <신서유기>의 외전이다. 이 시리즈는 은지원과 이수근이 아이슬란드로 떠나는 여행기인데, 내용이 아니라 형식에서 파격적이다. 국내 TV 예능 사상 가장 짧은 고정 편성 프로그램이 된 것이다. 9월 20일 첫 방송된 tvN <신서유기 외전: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주 1회, 고작 ‘5분’으로 방송된다. 말 그대로 전무후무한 시도다. <아이슬란드 간 세끼>의 첫 회 방송은 평균 4.6%, 최고 5%의 시청률로 동시간대 1위를 기록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이 프로그램의 발단은 2018년 11월 11일 <신서유기 6>으로 거슬러 간다. 이날 방송에서는 출연진이 준비한 100개의 상품을 적은 쪽지를 찾는 보물찾기 형식의 게임이 등장했는데, 하필 이수근과 은지원이 아이슬란드 여행권을 차지한 것이다. 제작진 추산 3500만 원 이상의 제작비가 드는 상품이었다. 장난삼아 적어놓은 상품이 선택되고 뜻밖에 <아이슬란드 간 세끼>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직항 노선이 없어 편도로만 최소 25시간에서 최대 40시간 이상이 걸리는 장거리 여행 예능이 탄생했다.
2013년부터 인기리에 방영 중인 <신서유기> 시리즈는 원래 웹 예능이었다. 나영석 PD가 KBS를 떠나 CJ ENM으로 이직하면서 등장한 <신서유기> 시즌1은 인터넷 전용, 네이버 TV에 방송하는 걸 목적으로 제작되었다. 당시로선 매우 낯선 형식이었지만 브랜드 노출과 같은 각종 심의 및 규제에서 자유로워진 덕분에 큰 재미를 만들어냈다. 이후 편집본이 tvN에서 방송되며 다시 큰 인기를 얻었다.
웹용에서 TV로… 이번엔 TV에서 유튜브로
인터넷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진에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JTBC는 <스튜디오 룰루랄라>를 만들어 유튜브에만 방송되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박준형의 <와썹맨>, 장성규의 <워크맨>은 현재 가장 영향력 높은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방송사에게 유튜브는 아직 홍보 수단에 가깝다. 인터넷 콘텐츠 전용 광고 단가가 방송에 비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방송은 오랫동안 형성된 제작비 규모와 광고 단가의 균형이 만들어져 있고, 이 구도는 쉽게 깨지지 않을 것이다. 유튜브 콘텐츠는 영향력과 구독자 수가 높아도, 제작비 대비 광고 수익을 겨냥하기엔 사실상 좀 어렵다.
물론 TV 광고는 정밀한 성과 측정이 어렵고, 이것이 방송 광고 시장의 한계로 지적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브랜드나 제품 노출 측면에서는 TV보다 인터넷이 더 자유롭다. 이런 모순적인 환경은 제작진에게는 도전을, 브랜드에는 믿을 만한 제작팀을 찾는 동기가 된다. 나영석이라는 기획자가 인터넷을 기반으로 이런저런 실험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신서유기>는 이런 맥락에서 만들어졌고, 시즌2부터 TV 방영으로 방식이 변경되었다.
그렇다면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어떤 면에선 초심으로 귀환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방대한 제작 규모를 자랑하던 기존과 달리, 이번엔 신효정 PD를 중심으로 카메라맨도 고작 1명만 동행하는 최소한의 제작 환경을 고수한다.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tvN에 편성되었지만 나영석 PD의 유튜브 채널 <채널 나나나>에 업로드된다. 사실상 유튜브 예능인 것이다. 나PD는 <채널 나나나> 구독자가 100만이 되면 이수근과 은지원을 달에 보내겠다는 기상천외한 공약도 내걸었다. 유튜브 채널도, 시청률도 함께 신경 써야 하는 고민을 반영한 결과라고 본다.
대개 60~90분짜리 주 1회 방송되는 예능 프로그램들은 각종 선공개 혹은 미방영이란 명목 아래 몇 분짜리 영상으로 편집, 인터넷에 소개하지만,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5분짜리 본방을 TV로 방영한 직후 유튜브로 풀 스토리를 공개한다. 기존 예능과 정반대 상황을 만든 것이다. 은지원의 말처럼 잠깐 틀어놓고 다른 일 하면 못 볼 수 있는 고작 5분짜리 방송이다.
▶유튜브에만 방송되는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JTBC의 <스튜디오 룰루랄라> 한 장면│JTBC
싼 인터넷 광고 단가 끌어올리려는 시도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어쨌거나 정규 편성된 TV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본 콘텐츠는 인터넷을 통해 유통된다. 여기에 광고주인 삼립호빵, 호텔스컴바인, 네파 광고는 TV와 다르게 브랜드 노출에서 무척 자유롭다.
<신서유기>는 나영석 PD의 첫 인터넷 콘텐츠 실험이었지만, 그는 이를 두고 실패라고 진단한 바 있다. 여러 이유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수익 모델의 실패였다. “방송은 프로그램에 광고가 붙고, 가격이 어느 정도라는 나름의 비즈니스 생태계가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인터넷은 아직 정립이 안 돼 부르는 게 값이고, 그 가격도 너무 쌌다”는 내용이었는데, 바로 이 이유 때문에 인터넷을 통해서만 유통되던 <신서유기>가 TV로 편성되었다. 이런 측면에서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저렴한 인터넷 광고의 가격을 방송 광고 단가 수준까지 끌어올리려 하는 시도로도 읽힌다.
5분 편성 프로그램에 높은 가격의 광고가 붙는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혁신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방송과 인터넷, 편성과 클릭, 생산자와 수용자라는 인터넷 시대의 화두는 미래 진행형으로 남겠지만, 무려(?) 240회분의 현지 촬영이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아이슬란드 간 세끼>는 새로운 실험 도구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차우진_ 음악평론가. 미디어 환경과 문화 수용자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청춘의 사운드> <대중음악의 이해> <아이돌: H.O.T.부터 소녀시대까지…> <한국의 인디 레이블> 등의 책을 썼고, 유료 콘텐츠 플랫폼 ‘퍼블리’에서 <음악 산업, 판이 달라진다> 리포트를 발행했다. 현재는 ‘스페이스 오디티’라는 스타트업에서 팬 문화, 콘텐츠, 미디어의 연결 구조를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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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