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이라면서 왜 버릴까?”

2019.09.29 최신호 보기


l▶8월 29일 블루견사 운동장에서 보더콜리를 안고 있는 주인 정 씨, 사모예드를 안고 있는 숨탄 대표정 씨와 김 씨(왼쪽부터)

1. 반려견 행동전문가 강형욱 씨는 2016년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새해 특집, 무는 개!> 편에서 강아지는 어느 정도 세기로 물어야 하는지, 어디까지가 놀이이며 장난이나 싸움인지 등을 엄마 개와 형제 개들에게 배운다. 강아지가 이를 전혀 배우지 못한 상태라면, 게다가 반려인이 강아지를 끔찍하게 사랑하지만 교육 없이 애정으로만 대하는 분들이라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2. 미국 수의 내과 전문의 프랭클린 맥밀런 등은 2013년에 논문 ‘펫숍에서 데려온 강아지와 비상업적인 가정견사에서 데려온 강아지의 행동 특성 차이(Differences in behavioral characteristics between dogs obtained as puppies from pet stores and those obtained from noncommercial breeders)’를 발표했다. 이 논문은 어린 시절 어미와 떨어진 강아지 가운데 펫숍에서 온 강아지들이 가정견사에서 온 강아지들보다 ‘주인을 향한 공격성’ ‘낯선 사람에 대한 공격성’ ‘다른 개들에 대한 공격성’ ‘집이나 마당 탈출’ ‘배변 배뇨 실수’ 등 대부분 항목에서 행동학적 문제가 아주 높다고 밝히고 있다.

3. KB금융그룹의 ‘2018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사람들이 반려견을 기르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배설물, 털 등 관리가 번거롭다’ ‘여행 가기 힘들다’ ‘건강에 이상이 있을 때 대처가 힘들다’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반려견을 기르다 버리는 사람들의 이유가 이와 다르지 않다. 그 외에 ‘많이 짖는다’ ‘크니까 예쁘지 않다’ 등의 이유도 있다. 2018년 한국에서 버려진 개는 9만 1000마리에 이른다.

l▶숨탄을 통해 분양된 강아지들│숨탄

대학 때 함께 자취하며 반려견 입양 인연
“왜 버릴까? 버리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대학을 막 졸업한 청년 김세혁(24) 씨와 정상훈(24) 씨는 이런 고민을 하던 끝에 반려견 분양서비스업 ‘숨탄’을 만들게 되었다. 순우리말인 숨탄은 ‘숨결을 탄’이란 뜻으로 동물을 숨결을 탄 존재로 대우하고 사람과 같이 호흡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자는 의미다. 번식장(강아지 공장)과 경매장을 거쳐 펫숍에서 강아지를 쇼핑하는 구조와 달리 숨탄은 입양을 원하는 사람과 강아지를 키우는 견사를 직접 중개한다. 입양자는 숨탄이 소개한 견사를 방문해 강아지가 태어나고 자란 환경도 보고 엄마견, 견주도 만난 다음 입양할 수 있다. 출생 직후부터 입양 직전까지 성장 과정도 동영상과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숨탄이 소개하는 견사는 엄격한 자체 관리기준을 통과한 곳으로 한정되어 있다. 원칙적으로 엄마견과 최소 35일, 형제견과 최소 60일이 지난 이후 종합백신 2차 접종을 한 뒤 분양할 것, 임신견과 신생 자견(암컷)을 제외한 모든 반려견에게 최소 1일 1회 이상 운동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될 것, 케이지 바닥은 뜬장의 형태가 아닐 것 등 공개할 수 있는 주요 항목이 23개에 이른다. 모견, 형제견과 더불어 사회화 과정을 거치게 하고 질병이 없는 건강한 강아지를 분양받는 시스템이 자리 잡으면 유기견 발생이 줄어들 것이라는 발상이다.

l▶숨탄을 통해 분양된 강아지들│숨탄

8월 29일 안성의 한 가정견사인 블루견사에서 이곳을 방문한 ‘숨탄’ 공동대표들을 만났다. 두 사람은 원래 강아지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4년 전 대학생 때 함께 자취하면서 강아지 한 마리를 펫숍에서 입양했다. 그런데 7일 만에 (그땐 잘 몰랐지만) 파보라는 질병으로 죽고 말았다. 그 후 다시는 반려견을 키우지 않기로 했다. 2016년 강아지 공장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됐고 둘은 반려동물 입양시장이 바뀔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거의 2년이 지난 2017년 12월쯤에 다시 살펴보니 전혀 바뀐 것이 없었다. 김 씨와 정 씨는 의기투합해 직접 나서서 반려동물의 입양 시스템을 바꿔보기로 했다. 처음엔 좋은 펫숍을 소개하면 될 것이라 판단했으나 다양한 정보를 찾고 직접 현장을 확인하면서 강아지 공장과 경매장에서 강아지를 데리고 오는 한 펫숍에선 좋은 반려견을 분양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반려견이 태어난 곳에서 직접 분양을 하면 좋겠다”였다. 몇 달간 열심히 아르바이트해서 각각 500만 원, 1000만 원의 사업 경비를 모았다. 6개월 동안 경기, 충청권 반려동물 생산시설 300곳을 직접 찾아다녔다. 말로 설명하기 힘들 정도로 비참한 시설을 보면서 새삼 충격을 받았고 더 확신이 생겼다고 한다. “진짜 바꿔야겠다.” 돈이 거의 떨어져갈 무렵 깨끗하고 윤리적으로 개를 기르는 견사를 한 군데 발견했다. 분양서비스업 ‘숨탄’의 시작이었다. 숨탄은 2018년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지원과 교육을 받았다.

l▶블루견사의 대형견 운동 시간. 보더콜리와 셰틀랜드시프도그가 뛰어다니고 있다.

140평 규모 개 운동장도 만들어
이날 숨탄의 두 공동대표는 그동안 거래를 확정해놓은 견사 중 한 곳인 블루견사의 주인 정숙희 씨 부부와 만나 견사를 둘러봤다. 블루견사는 대형견, 소형견을 합해 28마리를 돌보고 있다. 정 씨가 이렇게 개를 많이 키우는 사연이 있을 법했다. 그는 “우리 부부가 원래 개를 별로 좋아하진 않았다. 7년 전인가, 아들이 18살 때 느닷없이 개를 키우고 싶다고 해서 몰티즈를 한 마리 데리고 왔다. 그런데 걔가 너무 예쁘고…. 덕분에 웃을 일이 없던 집안에 웃음꽃이 피기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정 씨가 결정적으로 개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은 3년 전 친정어머니가 폐암 말기 판정을 받아 병구완을 할 때다. 정 씨가 어머니를 모시고 수원까지 통원 치료를 했다. 6개월 동안 경제적·육체적으로 스트레스가 심했는데 강아지들 노는 거 보면서 우울증을 이길 수 있었다. “얘들이 사람 병을 낫게 해주는구나. 안 키워본 사람들은 모른다.” 그사이 한 마리, 두 마리씩 개가 늘어났다. 주변에서 못 키울 형편이 되어 유기견 신세가 될 강아지를 모두 정 씨 집으로 보냈다. 대변을 못 가려서 한 여성이 (강아지를) 자신의 아버지에게 떠넘겼다. 그 아버지도 감당이 안 되자 친구인 정 씨의 시아버지께 넘겼는데 그 강아지가 다시 정 씨 집으로 온 것이다. 이런 식으로 식구가 점점 불어났다. 3년 전에 462.8m²(140평) 규모의 개 운동장을 만들었다. 정 씨는 “업으로 하게 된 것은 1년 남짓 되었나? 그런데 강아지 분양해서 버는 돈보다 사료비가 훨씬 많이 드니 업이라고 하기도 뭣하네요. 그래도 남편 월급이 있으니 적자 보면서 애들 돌보는 것”이라고 웃었다. 곁에 있던 정 씨의 남편은 “개가 좋아졌으니 키우는 거지 뭐. 돈이 되는 일은 아니에요”라면서 거들었다. 견사를 하려면 허가가 필요하다. 그래서 정 씨는 판매업과 생산업 허가를 취득했다. 대형견 운동 시간이 되어 잠깐 인터뷰를 중단하고 집 바로 옆에 있는 운동장으로 향했다. 사모예드, 보더 콜리, 셰틀랜드시프도그(셸티) 7마리가 정 씨와 숨탄 두 공동대표에게 안기듯 뛰어올랐다. 장난기가 가득한 아이들이 운동장에서 뒹굴었다.

l▶숨탄을 통해 분양된 강아지들│숨탄

“예쁘고 어린 강아지만 찾으니 속여”
다시 자리를 같이한 정 씨와 숨탄 대표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예쁘고 어린 게 다가 아니다.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많은 펫숍에선 두 달이 채 안 된 공장 강아지를 경매를 통해 데려온다. 굶어 죽지 않을 정도만 먹이를 준다. 작고 예뻐야 잘 팔린다는 생각 때문이다. 가정견이 건강하다고 소문이 나자 공장 강아지를 위장된 가정에서 판매한다는 소문도 있다. 펫숍에선 절대 공장 강아지라고 하지 않는다. 펫숍 사장님들이 화요일 경매장에 나타나는지 아닌지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지금 유기견 보호소에서 관리하는 수많은 유기견이 있으니 유기견을 입양하는 캠페인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정 씨는 “유기견들 불쌍하다. 2월에 점심 먹으러 갔던 추어탕집 주차장에서 버려진 지 꽤 돼 보이는 몰티즈를 (혹시 몰라 전화번호 남겨놓고) 우리가 데려왔다. 직접 미용하고 백암동물병원에서 검사해보니 건강하다고 해서 분양 사이트에 올렸다. 최근 송도에서 한 분이 직접 오셔서 데리고 갔다. 추어탕집에 전화해보니 몰티즈 원래 주인은 나타나질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 숍에서 입양하는 분들 가운데 유기견을 싫어하는 분이 많다. 돈 주고 쇼핑하듯 사고 싶어 한다. 비싸면 좋다고 생각한다. 10만 원, 25만 원 주고 펫숍에서 (가정견사에서 왔다는) 강아지들을 산다. 그런데 그 금액은 불가능하다. 가정견사 출신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정말 윤리적이고 깨끗한 환경의 전문 견사도 있다고 들었다. 그런데 예쁘고 어린 아이를 찾으니 두 달 안 된 애들을 두 달이라고 속여 판다. 부모, 형제견과 사회화 과정이 부족했으니 집에 데리고 가면 탈이 날 확률이 크다. 나도 개한테 물리는 건 싫다. 버릴 확률도 커진다. 강아지에 대해 공부한 사람들은 숨탄을 찾고 이쪽으로 온다. 공부 없이 그냥 키우고 싶은 사람은 숍에 간다. 정말 가족으로 입양할 분들은 울산, 광양, 포항 등 전국에서 우리 집으로 온다”라고 답했다.

l▶안성 블루견사에서 견사 주인 정숙희 씨, 숨탄 공동대표 정상훈, 김세혁씨(왼쪽부터)가 각각시추, 포메라니안을 안고 포즈를 취했다.

“견사-입양자-업체 서로 믿을 수 있어야”
숨탄을 통한 첫 입양자의 사연을 전달받았다. 2018년 9월 경기도 화성의 클라라 견사에서 치와와 ‘춘향이’를 입양한 20대 여성(경기도 평택 거주)은 “원래 ‘사지 말고 입양하자’란 구호가 와닿아서 유기견 중 제가 원하는 초코탄 장모 치와와가 있으면 나이와 질병 상관없이 입양하려 했는데 두 달간 찾았으나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숨탄이란 곳을 알게 됐다. 숨탄 대표에게 윤리적 분양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강아지 사진을 확인했고 견사를 직접 방문했다. 주변 친구들이 사기당한다고 많이 말렸다. 그런데 가보니까 모든 것이 다 진짜였다. 부모견도 봤고 환경도 좋았다. 그리고 사진과 똑같은 아이가 저를 기다리고 있었다. 집으로 데리고 왔는데 (춘향이가) 직전까지 모견과 같이 있다 와서 그런지 첫날에 알아서 나한테 와서 자더라. 얼마나 사랑스럽던지. 자는 모습만 봐도 행복했다”라는 소식을 전해왔다.

l▶숨탄 홈페이지에서 입양 대기 중인 강아지를 클릭하면 강아지의 부모견 사진도 볼 수 있도록되어 있다.

숨탄의 두 청년 대표들에게 수익이 나는 스타트업인지 물었다. 둘은 “2018년 9월 첫 분양 이후 그동안 모두 52명의 입양자를 만났다. 숨탄은 분양가의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가지만 그중 일부를 다시 견사에게 돌려준다. 견사 환경을 개선하거나 부모견의 건강검진, 특식 제공 등에 쓰이도록 한다. 숨탄이 가져가는 수수료는 사실상 운영비도 되지 않는다. 우리는 현재 당장의 수익보다는 더욱 건강한 강아지를 분양할 방법을 찾는 데 열중하고 있다. 2020년 이후엔 입양 후 매칭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반려견 시장을 둘러보니 분양 후에도 문제가 있더라. 입양 후 강아지들에게 올바른 교육이 필수적이다. 숨탄은 현재 ‘올바른 사회화 방법’이란 소책자를 만들어 입양자들께 제공하고 있다. 입양 직후 전문 훈련사의 퍼피 클래스가 진행된다. 실제로 많은 입양자분들이 훈련사 교육에 매우 만족해한다. 동물병원이 다음 문제다. 무분별한 진료와 터무니없는 진료비로 힘들어하는 입양인이 많다. 양심적으로 운영하는 동물병원을 소개하고자 한다. 또한 입양 후 필요한 사료나 용품 회사 등을 네트워크로 엮어볼 것이다. 갈 길이 멀다. 믿을 수 있는 가정견사를 이제 겨우 12군데 확보했다. 가정견사와 입양자, 업체가 서로 믿을 수 있는 곳이어야 하기 때문에 하루 이틀 만에 결정할 일이 아니다. 윤리적인 견사에서 함께하고 싶다는 연락이 꾸준히 오고 있다”라고 답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블루견사 견주 정 씨가 “우리가 최선을 다해 밀어줄 테니 버텨라”라며 박수를 쳤다.

글·사진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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