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9월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마빌딩 내 특위 중회의실에서 개최한 대학신문 기자간담회
특위-대학 학보사 기자간담회
청년 대학생에게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어떤 의미일까?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경제체질 개선과 성장 패러다임의 전환을 꾀한다. 정부는 ‘더 좋은 미래’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미래의 주역인 청년 세대에게 계층 이동의 사다리에 쉽게 올라탈 수 있는 기회가 보여야 한다. 하지만 청년의 눈높이에서 아직 그런 기회가 활짝 열리지는 않은 듯하다.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이하 특위)는 출범 1주년을 맞은 9월 5일, 전국 11개 대학의 학보·신문사 기자들을 초청해 소득주도성장 정책과 관련한 간담회를 열었다. 청년 세대를 위한 세부 정책과제들을 소개하고, 청년이 맞닥뜨린 현실에 맞게 좀 더 보완할 점이 없는지 들어보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간담회에서 홍장표 위원장은 “불균형과 불평등 심화 등 경제구조의 여러 가지 문제는 청년들의 미래와도 직결된다”며 “소득주도성장은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 중 하나가 아니라 갈 수밖에 없는 길이다”라고 강조했다. 학생 기자들은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한 쟁점 사안을 두고 홍 위원장과 특위 관계자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쏟아냈다. 간담회에서 오간 질문과 답변을 간추려 소개한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 무산될 것 같은데…”
-소득주도성장 정책 하면 대표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이 떠오른다. 2020년 최저임금은 전년 대비 2.9% 인상해 문재인정부 출범 뒤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최저임금 1만 원’ 공약은 무산될 것으로 예상하는데 소득주도성장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아닌가.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주도성장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정책 수단인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최저임금만으로 소득주도성장을 설명할 수 없다. 정부가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은 유럽의 임금주도성장보다 더 포괄적인 개념이다.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은 가계소득의 증대이고, 가계소득은 임금을 통한 근로소득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대략 2700만 취업자 가운데 약 700만 명이 자영업자다. 지난 2년 동안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가계의 근로소득을 늘리는 데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하지만 자영업 가계의 사업소득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이번에는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다소 늦추면서 자영업 소득을 포함한 전체 가계소득을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다양한 정책을 펴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주휴수당도 올라갔다. 그러다 보니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근무시간을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조정해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쪼개기 노동’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청년층이 아르바이트하는 공간에서 충분한 임금을 확보하기 어려워졌고, 저소득층 청년에겐 생계 위협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 대책이 있는가.
=청년층과 대화에서 쪼개기 고용의 문제를 많이 들었고, 최저임금 인상 뒤 그런 일이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안다. 주휴수당은 최저임금 수준이 매우 낮았던 시절에 등장한 임금 항목이다. 당시 최저임금 수준에 맞춘 임금으로는 생계유지가 어려워 일을 하지 않는 날에도 추가 소득을 보장해야 했기에 주휴수당이라는 개념을 만든 것이다.
개인적으로 최저임금이 충분히 오른다면 주휴수당의 필요성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아직 최저임금이 충분히 올랐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주휴수당 문제가 첨예한 쟁점으로 떠올랐기 때문에 개선 방안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필요한 상황이다.
-특정 기업이나 조직에 속하지 않고 일하는 청년 프리랜서가 증가하고 있다. 프리랜서의 경우 근로기준법과 같은 노동관계 법률의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프리랜서의 노동환경 및 임금 처우 개선과 관련해 어떤 대책이 있는가.
=사회가 빠른 속도로 바뀌며 새로운 형태의 노동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는 노동자인데 법적으로는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플랫폼 노동자’의 규모가 47만~54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용노동부는 우선 플랫폼 노동자의 일부가 포함된 특수고용형태 근로자 9개 업종에 대해 산업재해 보호를 강화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특위에서도 프리랜서 등의 노동자성이 법적으로 인정돼 권리를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입법안을 연구 중이다. 프리랜서와 같은 특수고용직은 사업주와 불공정 계약 관행의 위험에도 노출되어 있다. 이에 대해선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을 통한 보호 대상 적용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홍장표 위원장의 답변들 듣고 있는 대학신문 기자들|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최저임금 상승-자영업 소득 증가 양립되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자영업자들이 부담을 느끼고 있다. 최저임금의 상승과 자영업 소득 증가가 양립할 수 있나.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체계화하고 검토하는 과정에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 영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에게 부담이 될 것은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과 동시에 이를 보완할 여러 정책을 준비하고 시행했다. 대표적인 것이 2018년부터 시행된 ‘일자리 안정자금’으로, 정부 지원을 통해 영세 자영업자들의 임금 지불 능력을 보강해주는 것이다. 또 사회보험 가입이 어려운 자영업자에게는 보험료 부담도 정부가 상당 부분 덜어주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기 위한 대책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보완해가며 시행할 것이다. 정부는 2017년 8월과 2018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자영업자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임대료 등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게 골자다. 우선 임대료 인상 상한선을 9%에서 5%로 낮추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자영업자가 감당하는 카드 수수료를 크게 낮추기도 했다. 자영업 경영 애로의 실질적 원인은 매출 부진에 있다. 자영업 경기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 수단도 동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상품권 발행을 늘리는 것 등이 그런 일환이다.
-특위가 발표한 ‘2/4분기 가계동향 조사 결과 평가’를 보면,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소득은 증가했으나 근로소득이 감소한 가운데 공적 이전소득 증가로 보완한 것으로 돼 있다. 정부 재정을 동원한 이전소득으로 저소득층의 근로소득 감소를 완화하는 구조가 지속 가능한가?
=저소득층의 근로소득 감소는 2011년 이후부터 지속되고 있는 현상이다. 가구 구성을 자세히 살펴보면 왜 그런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위 20%의 경우 가구주의 3분의 2 이상이 은퇴한 60대 이상 노년층이거나 근로 능력이 없는 무직자다. 이런 계층에는 정부가 아무리 강력한 임금 정책이나 일자리 대책을 내놓아도 소용이 없다. 근로 능력이 없는 저소득계층의 소득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은 어느 나라에서든 공적 이전소득 지원밖에 없다. 기초연금 같은 공적 소득이전은 앞으로도 하위 20% 계층에 집중해야 한다. 다만 정부는 저소득층 중에서도 근로를 원하는 노년층을 위해 2018년부터 대대적으로 노인 일자리 대책을 병행하고 있다. 최종 목표를 80만 명으로 정해놓고 올해 61만 명, 내년까지 74만 명의 노인 일자리 대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전반적으로 가계소득 증가를 통한 소비 진작 효과가 나타난다고 판단하나. 저소득층은 소득이 증가해도 소비성향이 높아질지 미지수인데.
=가계소득의 증가가 소비 증가로 연결되도록 하는 게 정부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다. 나아가 가계의 소득과 소비 증가가 성장 발판이 되도록 하는 게 소득주도성장의 최종 목표다. 2018년과 올해 2/4분기까지 통계 지표를 보면, 가계소득과 소비의 증가세는 뚜렷하다.
문제는 소비지출의 쏠림 현상이다. 해외 직구매나 온라인 쇼핑 비중이 급속하게 커져 자영업 체감경기가 개선되지 않는다. 민간 소비가 부진한 또 다른 이유는 가계부채 때문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당시 가계부채 수준이 굉장히 높은 상황이어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둔화하는 정책을 펴왔다. 아울러 빚으로 빚을 메우는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선제적으로 부채 구조를 조정하며 관리하고 있다.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에서 혁신성장의 중요성이 함께 강조되고 있다. 혁신성장 과정에서는 양극화가 생길 수 있는데, 이에 따라 소득주도성장의 정책 목적과 충돌할 가능성은 없나.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소득주도성장 없이 혁신성장은 없고, 혁신성장 없이는 소득주도성장이 지속될 수 없다. 혁신성장에는 위험이 뒤따른다. 혁신 과정에는 성공보다 실패의 반복이 더 많다. 벤처 창업(스타트업)의 경우 ‘성공 1%, 실패 99%’의 도전이다. 실패를 무수히 반복해야지 성공의 가능성이 열린다. 그런데 실패할 경우 그 위험을 전부 개인에게 지울 수 없다. 실패하더라도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 하는 사회안전망이 있어야 한다. 혁신에 실패하더라도 최소한의 생계 기반과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수단이 바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다.
아울러 혁신성장이 이뤄지지 않고는 소득주도성장은 불가능하다. 간단히 말해 혁신성장이란, 지속적인 혁신으로 국가 전체의 경제적 부가가치를 늘리는 과정이다. 기업의 생산성과 부가가치 총생산이 늘어나는 혁신을 하지 않고는 노동자의 임금소득이든 자영업자의 사업소득이든 보장할 수 없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도 혁신성장 관련 정책이 있었다.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가 혁신성장 정책이다. 그런데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없었다. 이 점이 문재인정부와 지난 정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은 함께 가야만 한다.
“몰리는 공시족 문제 해결에 도움 되나”
-직업능력개발원의 ‘청년층의 취업 관련 시험 준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청년층이 약 41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핵심 노동인구인 청년층이 과도하게 공무원 시험에 쏠리는 이른바 ‘공시족 현상’은 우리 사회와 경제에 여러 문제를 가져올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이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는지 알고 싶다.
=공시족 현상에 대한 문제의식이 바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청년들이 사회에 나와서 가장 먼저 부닥치는 과제가 일자리 구하기인데, 노동시장의 극심한 이중구조가 청년들의 선택 폭을 제한하고 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에 처우와 임금 격차가 너무 크고 직업의 안정성도 보장받지 못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은 어쩔 수 없이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안정적인 공무원 시험 준비에 몰리는 것이다. 그런데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청년은 100명 가운데 2명꼴에 그치고, 나머지 98명은 계속 공시족으로 떠돌게 된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한 처방이 정부가 2018년 3월에 발표한 청년 일자리 대책이다. 청년들이 어떤 일자리를 선택하든 일정 기간 동안 적어도 보수에서는 차별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청년 일자리 대책의 요지다. 중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해소해 청년들이 다양한 직업과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혁신성장을 위해서는 청년 세대의 혁신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지금까지 청년 세대가 혁신할 수 있는 경제적 환경 조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와 더불어 청년 세대의 심리적 조건과 사회적 분위기도 중요할 텐데, 청년층은 혁신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비관적이다. 이러한 청년층의 인식 변화를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청년들 사이에 도전 정신과 혁신 의지가 과거에 비해 많이 낮아진 것은 확실하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언제부턴가 사라지고 ‘개천에서 용쓴다’는 우스갯소리로 바뀌었다. 1997~1998년 IMF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파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의 큰 경제적 파동을 겪으면서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도전 의식이 약해져 새로운 경험을 해보려는 의지가 가라앉으면서 청년 세대도 안정만을 추구하는 경향이 팽배해진 것이다. 그러나 이웃 일본과 비교하면, 혁신 잠재력과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고 본다. 문재인정부 출범 뒤 벤처 투자와 스타트업 창업이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우고 있고, 시장가치 1조 원이 넘는 비상장 벤처기업을 뜻하는 ‘유니콘기업’ 수가 2019년 6월 말 기준으로 9개에 이른다. 일본은 단 2개에 그친다. 다시 청년들 마음에 불을 붙여야 한다.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도전과 혁신을 뒷받침하고, 앞으로 더 많은 성공 사례가 뒤따른다면 혁신에 대한 청년 세대의 의지는 자연스럽게 확산될 것으로 기대한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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