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이들의 정신을 기억하는 축제. ‘부마민주항쟁의 발원지’ 부산에서 열린 전국 마당극 축전(부마 1979: 위대한 민주여정의 시작)은 상상 이상이었다. 부마민주항쟁 40주년 기념 축제에 걸맞게 행사장 모든 곳은 열기로 달아올랐다. ‘항쟁’과 ‘평화’라는 주제로 시민들과 함께하는 화합의 장이라는 취지가 어색하지 않았다.
전국 마당극 축전 현장
9월 29일 오후 3시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연지동의 부산시민공원에서 열린 전국 마당극 축전 행사장 주변은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인파로 인산인해였다. 축제 현장에 가까워질수록 조명이 밝아졌고 함성 역시 커졌다. 이미 축제를 즐기고 빠져나가는 관객도 상당수 있었다. 유신독재에 맞서 자유와 평화를 지켜낸 시민 정신을 몸소 확인한 순간이었다. 출신·나이·성별은 달랐지만, 모두의 얼굴에는 민주주의를 향한 뜨거운 열정이 가득했다.
부마민주항쟁은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 체제에 저항해 1979년 10월 16일부터 닷새간 부산과 마산(현 창원시)에서 일어난 민주화 운동을 말한다. 시위 기간은 짧았지만, 군사정권 철권통치 18년을 끝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4·19혁명, 5·18민주화운동, 6·10민주항쟁과 함께 대한민국 현대사를 대표하는 민주화운동 가운데 하나로 꼽혔지만, 그동안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지 못했다.
항쟁 발발일인 10월 16일 국가기념일 지정
정부는 부마민주항쟁 40주년인 올해 뒤늦게 부마민주항쟁 발발일인 10월 16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올해부터 정부 주관으로 행사도 치러진다. 또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에서는 4월부터 11월까지 시민과 함께하는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했다. 아카이브 순회전시, 시민참여 공연예술 축제, 전국민주시민합창축전 등 20여 개의 프로그램이 전국 각지에서 진행 중이다. 재단 관계자는 “유신독재 아래서도 자유와 평화를 위해 떨쳐 일어난 시민 정신을 기념하고 계승하는 목적”이라며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한 걸음 더 발전하는 데 밑거름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국 마당극 축전이 다른 부마민주항쟁 40주년 기념행사와 다른 점은 한 장소에 두 군데의 행사장이 있다는 점이다. 축제는 수백 명을 수용할 수 있는 부산시민공원의 방문자센터 야외무대와 향나무의 진한 향 내음을 느낄 수 있는 향기의 숲에서 진행하고 있었다. 마당 축전의 묘미는 바로 시원한 바람과 하늘 등 자연과 함께 감상하는 공연이다. 축제가 열린 9월 28일과 29일 이틀간 주요 공연인 뮤지컬 <지워진 이름 부마>(극단 예감)와 더불어 놀이패 신명의 마당극 <언젠가 봄날에>, 놀이패 한라산의 <사월굿 헛묘>, 극단 자갈치의 통일굿 <피리부는 사나이>, 프로젝트 광어의 거리예술 <필 때까지>, 풍류 춤 연구소의 창작 탈춤극 <아버지>, 극단 꼭두광대의 <왼손이>, 극단 갯돌의 <뺑파전>, 4·16가족극단 노란리본의 <장기자랑> 등 모두 9개 공연팀의 다채로운 무대로 채워졌다.
비가 내려 행사가 축소된 첫날과 달리 날이 갠 둘째 날은 공연 리허설부터 순조롭게 진행됐다. 축제 현장에는 부모 손을 잡고 온 어린이부터 대학생, 어르신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입장했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라는 이지민 학생(16)은 “(오늘 마당극 축전 무대에 오른 공연들을 보고) 당시 부산·마산 대학생들의 민주항쟁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학원 수업 시간 때문에 끝까지 공연을 볼 수 없어 너무 아쉬웠다”고 말했다.
당시 고통받은 시민들 자화상 그린 <지워진 이름 부마>
방문자센터 야외무대 쪽으로 들어서자 이날 행사의 마지막 무대인 뮤지컬 <지워진 이름 부마>의 공연이 시작됐다. <지워진 이름 부마>는 부마가 가진 의미와 당시의 비극, 독재와 권력으로 인해 변하고 고통받았던 시민들의 자화상을 그려낸 작품이다. “(바바바밤! 밤! 밤!) 부마민주항쟁은 시민이 중심이 된 시민항쟁이었습니다!” 웅장한 배경음악에 배우들의 대사가 더해지자 관객들은 무대에 더욱더 빠져들었다. 넓은 야외무대였는데도 관객석은 소극장의 연극 무대를 관람할 때와 같은 집중력과 묘한 긴장감까지 흘렀다. “힘이 없는 놈은 아무리 소리 지르고 발버둥 쳐봐야 결국 힘 있는 놈한테 밟히거든.” “진정한 힘이 뭔지 아나(알아?), 바로 깨어 있는 시민의 힘이야. 이 나라의 역사가 그걸 증명하고 있다.” 무대 위 배우들의 열연에 따라 관객들의 감정도 요동쳤다. 안타까운 장면에서는 양손을 모아 가슴에 움켜지는가 하면, 기쁜 순간엔 아낌없는 박수를 쏟아냈다.
연인과 데이트를 즐기러 공원에 왔다가 우연히 보게 됐다는 박정현(24) 씨는 “교과서에서만 접한 부마민주항쟁을 이번 공연을 통해 자세히 알게 됐다”며 “딱딱하고 무거울 수 있는 역사를 문화와 연계해 시민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한 점이 좋았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부산 여행을 왔다가 행사장을 찾았다는 광주시민 김재원(42) 씨는 “이번 국가기념일 지정을 계기로 관련 피해자 등을 위한 지원도 활발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글 강민진 기자
사진 부마민주항쟁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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