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난민들이사진으로 찍은 목소리

2019.09.02 위클리 공감 최신호 보기


l▶8월 15일 책방이음에서 스트롱 아프리카 밴드가 사진전 개막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모든 일에는 다 때가 있지, 밤이 길다 해도 빛은 다시 나타날 거야. 네 운명은 이미 시작되었어. 인내심을 가져! _알리마(콩고민주공화국)
사진 속 버스는 쉬고 있지만 곧 다시 운행할 것이 틀림없다. 이처럼 나도 지금은 멈춰 있지만 머지않아 다시 달릴 것이 틀림없다. _디유도네(부룬디)
시계와 달력,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성공의 열쇠. _조엘(콩고민주공화국)

l▶포토보이스 프로젝트에 참가한 도르카스(왼쪽)와 종이 사진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8월 15일부터 31일까지 대학로 책방이음에서 열린 <2019 난민 포토보이스 프로젝트 사진전시회> 사진 작품들의 설명으로, 사진을 찍은 본인들이 직접 썼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사람은 10명이며 이들은 모두 아프리카에서 온 난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프로젝트는 ‘여행하는 카메라’ 김정화 대표가 전체 기획을 맡았고 한국에서 ‘포토보이스’를 꾸준히 진행하는 김지하 씨가 강사 겸 프로그램 진행을 맡았으며 (재)바보의 나눔이 후원했다. 개막 행사가 열린 8월 15일 전시장에서 여행하는 카메라 김 대표와 포토보이스 활동가 김 씨를 만날 수 있었다. 포토와 카메라라는 단어가 들어간 단체 이름이 생소해 각각 소개를 부탁했다.

l▶“밤이 길다 해도 빛은 다시 나타날 거야”│알리마의 작품

‘카메라 우체부’ 활동이 모태
사진이 목소리를 낸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단체에서 일하며 평소 사진 찍기를 좋아했다는 김지하 씨는 “사진을 찍으면서 스스로 치유되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사진으로 그런 프로젝트를 한 사례가 있는지 찾아보다 포토보이스란 것을 알게 되었고 가르치는 사람을 찾아 떠났다. 포토보이스는 1992년에 미국 미시간주립대학 교수인 캐럴라인 왕과 메리 앤 부리스가 개발해낸 툴로, 사진을 사용해 참가자들이 이슈를 발굴·표현하여 그들의 커뮤니티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들은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다른 이들과 자신의 사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수동적으로 강의를 듣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더욱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주체가 되어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사진을 통해 전달한다. 캐나다 토론토 요크대학교 환경대학원에서 포토보이스를 공부하게 되었다. 졸업논문으로 ‘소외 계층을 위한 참여적 사진교육 연구’를 썼다. 대학원을 다니면서 2007년과 2008년에 케냐 나이로비에서 마다레 슬럼가 아동 약 45명과 포토보이스 프로젝트를, 캐나다 토론토에서도 저소득층 이민자 청소년들과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라고 말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온 김 씨는 2011년 ‘포토보이스를 활용한 쿠웨이트 청소년과 문화교류’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하고 있으며 그동안 난민뿐 아니라 이주노동자, 학교 밖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수십 차례 포토보이스 활동을 끌어왔다.

l▶“시계와 달력,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성공의 열쇠”│조엘의 작품

카메라가 여행을 한다? 김정화 대표는 “2011년 ‘카메라 우체부’ 활동이 모태가 됐다. 배낭여행자 시절 터키의 어느 게스트하우스에 내가 읽었던 장 그르니에의 <섬>을 남겨두고 온 적이 있다. 밑줄도 치고 내 생각도 적어둔 손때 묻은 책이다. 한국에서 온 다른 여행자들이 보고 나서 또 다른 곳에 책을 전달하길 희망한다고 써뒀다. 신기하게도 몇 개월 뒤 지인 한 명이 다른 나라에서 내가 남긴 <섬>을 봤다는 것이다. 몇몇 여행자의 밑줄과 생각이 추가된 상태로. 이 경험에서 카메라 우체부의 발상이 나왔다. 김 대표는 그 후부터 국내외 취약계층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사진을 통한 심리 정서지원 활동을 해오고 있다. 한 나라를 방문하면 5~6명의 아이들과 열흘에서 보름동안 같이 지내면서 카메라를 주고 사진을 찍게 한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것’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싶은 무엇’ 등 몇 가지 임무를 정해줬다. 그 카메라를 다음 나라의 아이들에게 주고 사진에 대한 반응을 청취하고 또 사진을 찍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베트남, 네팔, 몽골, 탄자니아 등에서 활동을 해왔다. 2016년에는 (재)아름다운 커피의 지원으로 네팔 지진피해 아동 집단사진 치료 프로젝트를 했고, 2017년엔 (재)바보의 나눔 지원으로 터키 내 시리아 난민을 대상으로 시리아 피스 포토 프로젝트를 했다”라고 설명했다.

l▶“전선이 아니라 사원을 봤어”│종의 작품

SNS 메시지로 만나 단박에 의기투합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났고 이번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하게 되었을까? 김 대표는 “2013년쯤에 SNS 메시지를 받았는데 카메라 우체부 활동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내 활동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지하 씨는 포토보이스도 알고 있었고 유학 가서 전공까지 하고 왔다는 것이다. ‘당신은 활동가 할 사람이 아니다’라며 단박에 손을 잡았고 기획자나 강사로 같이 활동하자고 의기투합해서 몇 차례 협업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8번이나 워크숍을 해야 하고 일이 너무 많은데, 역시 믿고 맡길 사람은 한국에서 유일무이한 적임자인 지하 씨밖에 없어 또 같이 하게 됐다”라고 했다.

l▶전시 개막식에서 김정화 대표(왼쪽)와 김지하 활동가가 프로젝트에 관 해 설명 하고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진행에 대해 김 씨에게 물었다. 김 씨는 “올해 3월부터 논의를 시작했고 5명씩 한 팀으로 묶어 팀당 4회씩 워크숍을 했다. 사진을 잘 찍을 수 있는 약간의 기술을 알려주고 주로 ‘일상을 찍어 와라’ ‘얼굴을 찍지 않고 나를 표현해보기’ ‘한국에 와서 내가 잃은 것은 무엇이며 새로 찾은 것은 무엇인가’ 등 미션을 주었다. 찍은 사진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는데 다르게 보는 것이 참 좋았다. 카메룬에서 온 종의 사진을 보고 다들 전깃줄에 시선이 꽂혔다. ‘마음이 복잡했어?’ 이런 이야기를 하는데 종 본인은 이슬람 사원 이야길 하면서 전선을 못 봤다는 것이다. ‘사원도 그렇고 탑이나 교회도 그렇고, 이런 식으로 신을 형상화하는구나!’라고 종이 말했다. 그렇게 7월까지 작업을 했고 오늘 전시도 하고 작은 포토북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전시를 한다니까 “우리가 찍은 것으로 어떻게 전시나 책이 가능해? 작가들이나 하는 거 아냐?”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막상 전시가 성사되니 다들 기뻐했다고 한다.

l▶개막식 참가자들이 아프리카 전통 음식을 맛보 고 있다.

밴드 연주와 솔 푸드로 흥겨운 잔치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몇몇 이들의 소감을 들었다. “사진 찍을 때는 바로 찍으면 안 돼요. 무슨 말을 할지 생각하고 찍었어요. 우리 선생님(김지하 씨)이 말했어요. 이 사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제가 스스로 설명할 수 있어요. 내 사진에 대한 나의 설명과 다른 사람의 견해가 다를 수도 있어요. 이 프로그램은 너무 좋았어요. 선생님, 너무 감사합니다.”(피에르)
“친구가 이 프로그램 같이 하자고 해서 참여했다. 정말 행복했고 저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한다. 화분의 나무 사진을 찍었는데 가족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어서 기억에 남는다. 행복하든 불행하든 가족은 늘 그 자리에 있고 모든 것을 함께할 수 있으니까요. 남편이 군인이었는데 콩고의 분쟁을 피해 2016년 6월, 붙잡히면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탈출했다. 한국 사람들은 정말 서로를 존중하는 것 같다. 특히 서로의 생활 방식에 대해. 그래서 우리 가족도 한국에서 살아갈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알리마)

대부분 난민들은 프랑스어를 썼고 영어가 서툰 사람도 몇 있었다. 그래서 한국에 온 지 9년이 되었고 1년 전에 난민 인정을 받은 도르카스(콩고민주공화국)가 프랑스어-영어-한국어 통역으로 이번 프로젝트에 힘을 보탰다. 도르카스는 한국어로 “우리나라 대통령 나빴다. 문제 많았다. 그래서 콩고를 떠났어요. 한국에서 남편을 만나 결혼했다. 2011년에 김지하 씨하고 포토보이스 했던 인연으로 이번에 도와주러 왔다. 나도 해봐서 아는데 사진이 말을 한다는 느낌이 참 좋았어요”라고 말했다.
개막식의 마지막 행사로 스트롱 아프리카 밴드의 연주와 노래가 이어졌다. 콩고 전통 요리 카문델레(소고기 꼬치 요리로 콩고의 길거리에서도 팔고 잔치 때 꼭 오르는 음식. 이날은 목살로 요리)를 준비해 솔 푸드를 진행한 엔젤은 밴드의 멤버이기도 했다. “제 이름은 엔젤, 천사입니다. 아프리카 음악으로 여러분을 행복하게 만들어드리겠습니다.”
젬베 반주에 맞춰 ‘잠보 잠보’가 흥겹게 터져 나왔고 참석자 모두의 어깨가 들썩들썩했다.

글·사진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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