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7월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앞에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규탄하고 있다.│한겨레
일본의 백색국가(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소재·부품·장비를 일본에서 들여와야 하는 기업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정부 대응 방안을 Q&A 형식으로 풀이해봤다.
배경과 경과
Q:한국의 수출통제 제도에 문제가 있어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한 것인가?
A: 한국은 선진적인 수출통제 제도를 운영하는 국가로, 일본이 구체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않는 상황에서 다른 국가와 비교해 한국의 제도가 불충분하다고 할 근거는 없다.
Q:반도체, 디스플레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A: 일본이 수출통제를 강화한 3개 품목은 일본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품목으로, 우리 업계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다만 생산 차질 등 실제 피해로 연결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에 차질이 생길 경우 가격 상승, 공급 지연 등으로 정보기술(IT) 업계 전반에 영향이 우려된다.
Q수입선 다변화 등 한국의 자구 노력은?
A: 우리 정부와 업계는 그동안 국산화 확대, 수입선 다변화 등 대응 노력을 지속해왔고, 향후에도 긴밀한 민관 공조를 통해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대응해 나가겠다. 그럼에도 일본의 이번 조치로 한국 업계 및 글로벌 공급망(GVC)에는 부정적 영향이 예상되며, 일본의 조치가 이후 여러 가지 동기에 따라 회원국 간 무역 제한 및 교란적 조치(trade restrictive and disruptive measures)를 취하게 하는 선례가 될 우려가 있다.
Q:수출통제 당국 간 협의 결과는?
A: 일본은 백색국가 배제 사유가 한국 법령상 캐치올(전략물자 수출통제 제도) 통제의 법적 근거가 미비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국은 대외무역법령에 따라 캐치올 통제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으며, 7월 12일 양자협의 시 한국의 캐치올 제도를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일본은 한국의 캐치올 제도가 불충분하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Q:백색국가 제외에 따른 영향은?
A: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 조치는 기업 부담 증가, 공급망 안정성 저해 등 한국 산업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 우리 정부는 업계와 함께 품목별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정부는 산업과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수급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대응해나갈 계획이다.
Q:일본의 요청에도 3년간 협의도 없었고, 의견 교환이 이뤄지지 않았다는데?
A: 3년간 협의나 의견 교환이 없었다는 일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한국과 일본은 양국 주최의 세미나, 콘퍼런스 등 다양하게 정보를 공유하며 협력해왔다. 일본은 ‘한일 전략물자 수출통제협의회’가 열리지 않았던 것을 문제 삼는 것으로 보이는데, 당시 양국 간 일정 조율이 여의치 않아 3월 이후 협의회를 개최하기로 양해된 사안이다. 일정 조율 문제로 최근 협의회가 개최되지 못했던 것을 한국 수출통제 제도의 신뢰성 문제로 연결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우며, 이를 재차 문제 삼는 것에 대해 유감이다.
외교적 노력 및 국제공조 방안
Q: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여부는?
A: WTO 제소는 여러 상황과 일정을 감안해 시기를 결정하되, 되도록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여타 WTO 분쟁의 경우에도, 상대국의 조치가 채택된 이후 최소한의 검토 기간을 거쳐 제소를 진행했다. 이번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가능한 한 신속하면서도 충실히 검토를 완료할 예정이다.
Q: WTO에 제소 시 최종 판결까지 걸리는 기간은?
A: WTO 규정상 제소 시 패널(1심) 판정까지 약 15개월 걸린다(양자협의 2개월, 패널 10~13개월). 상소 진행 시 최소 3개월에서 약 1년 이상 추가 소요가 가능하다. 다만, 실제 기간은 분쟁에 따라 단축 또는 지연될 수 있다.
Q:WTO 제소가 실효적인 대응책인지?
A: WTO 제소는 국제적으로 일본의 조치가 WTO 협정 위반임을 확인받고 시정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다. WTO 제소 이후 분쟁 과정에서 일본 조치의 부당성에 대해 국제적 공감대도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도 이번 조치가 WTO 협정에 합치된다고 거듭 주장하므로, 향후 유사 조치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WTO에서 불법 판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WTO 제소 직후나 재판 진행 과정에서 피소국이 위반 조치를 스스로 철폐하는 경우도 있다.
QWTO 일반이사회(7월 23~24일)에서 한국이 주장한 내용은?
A: 일본의 자의적 수출규제 조치는 정치적 목적에서 세계무역을 교란하는 행위로, WTO 다자 무역질서에 심대한 타격을 일으킬 것임을 강하게 제기했다. 일본의 조치는 자유·공정무역을 강조했던 입장과 모순되고, 전 세계 산업생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번 조치의 철폐를 강력히 요구했다. 또 양국 본부 인사가 WTO 일반이사회에 참석했음을 감안해 양국 대표단 간 1대1 협의를 진행할 것도 제안했다.
Q:그간 WTO에서 대응 실적과 향후 대응 계획은?
A: WTO 상품무역이사회(7월 8~9일), 일반이사회(7월 23~24일)를 계기로 일본 조치의 문제점 및 WTO 규범과 불합치성을 국제사회에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WTO 제소는 여러 상황과 일정을 감안해 시기를 결정하되, 가능한 한 신속히 진행할 예정이다.
Q:일본 수출규제 관련 국제공조 방안은?
A: 산업통상자원부는 외교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미국 등 주요국과 양자 채널 및 WTO 등 다자 채널을 통해 계기별로 일본 조치의 부당성과 세계무역 질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WTO 제소 등 필요한 대응조치도 취해나갈 예정이다.
Q:국제 공조를 통해 사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보는지?
A: 일본의 조치는 국제 규범에 어긋나며,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여러 국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국제사회에 조치의 부당성을 설명하고 지지를 이끌어내야 한다. 우리 정부는 국제 공조 외에 일본과 대화를 통한 외교적 노력도 지속할 것이며, 대일 의존도 극복을 위해 수입선 다변화, 생산설비 확충, 국산화 개발 등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전개 상황 및 극복 노력
Q:일본의 조치(7월 4일) 이후 3개 품목에 대한 수출허가 동향은?
A: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가 시행된 이후, 일본 수출업체가 일본 정부에 한국으로 개별 수출 허가를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7월 4일 이후 개별 수출허가 신청 건 중 2건에 대한 수출허가를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Q:3대 품목 개별허가 전환이 3일 만에 전격 진행되었는데, 절차법적 문제는 없는지?
A: 3대 품목에 대한 조치로 기존 포괄허가의 효력이 상실되고, 기업의 물품 조달에 직접적 차질이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충분한 사전 고지나 유예기간 없이 조치한 것은 절차적 문제가 크다고 판단된다.
Q:소재·부품 육성정책을 계속해왔는데 자립화가 낮은 이유는?
A: 수요·공급 기업 간 긴밀한 협력모델 부재로 전문기업 출현에 제약이 따랐고, 적시성 있는 투자 부족 등으로 핵심기술 확보와 산업 성장에 한계가 있었다.
Q:핵심 품목 대외 의존이 지속되는데 극복할 수 있는지?
A:소재·부품·장비 경쟁력은 제조업 정책의 핵심으로 꼭 달성할 필요가 있다.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기술력과 안정적 공급망 확보로 지나친 대외 의존을 낮추도록 범부처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Q:WTO 제소, 수입선 다변화, 품목 국산화 등 한국이 제시하는 대책들은 단기적으로 실효성 없는 대책이 아닌지?
A: WTO 제소, 수입선 다변화는 단기적으로 유효한 대책일 뿐 아니라 특정 국가 의존도 탈피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다. WTO 제소는 일본 조치의 위법성을 국제적으로 확인하고 시정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며, 향후 유사 조치를 예방할 수 있다. 수입선 다변화는 일본 외 공급안정성 확보를 위한 유효한 수단이다. 2018년 말부터 업계와 수입선 다변화 방안을 검토해왔으며, 양산 성능평가 지원 등으로 EU·미국 등 대체 공급선을 즉시 확보했다.
Q:그동안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국산화가 제대로 안 된 이유는 무엇인지?
A: 정부와 업계는 소재 국산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다만 핵심소재 개발에는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 원천기술 노하우가 필요하고,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가 첨단 제품을 생산하면서 생산에 필요한 첨단 소재는 일본산이 많았던 것이다. 앞으로 핵심소재 국산화를 위해 중장기적으로도 꾸준히 기초과학 역량 확충 및 인력 양성을 추진해나가겠다.
Q:한일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특사 파견의 필요성이 거론되고 있는데?
A: 알려진 대로 우리 정부는 7월 두 차례 고위 인사를 일본으로 파견해 일본 고위 인사와 만났다. 당시 우리 정부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제안하는 데 8개월이나 걸린 이유를 소상히 설명했고, 일본이 요구하는 제안을 포함해 모든 사안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논의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도 전달했다.
강제징용 판결과 청구권협정 문제
Q:강제징용 대법원 판결과 관련한 한국의 입장은?
A: 2018년 10월 대법원 판결은 한일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 및 범위에 대한 최종 유권해석으로, 일본 기업의 위자료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한국은 역사 및 인권 문제인 강제징용과 관련한 사법부 판단을 존중하며, 삼권분립을 핵심가치로 하는 민주주의국가로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에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Q:일본 외무성이 청구권협정 협상기록 등을 공개하며, 강제징용 문제는 청구권협정으로 해결됐다고 주장하는데?
A: 2018년 대법원 판결은 일본의 불법적 식민지배 및 침략전쟁 수행과 직결된 일본 기업의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따른 위자료가 청구권협정의 적용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며, 우리 정부는 이런 대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이다. 일본 외무성이 공개한 협상기록은 새롭게 발견되거나 제기된 것이 아닌 이미 공개됐던 자료로, 우리 대법원도 심리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고려해 최종 판결을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
Q:청구권협정 해석 및 적용과 관련해 한일 양국 간 분쟁이 있다면 일본의 요구대로 청구권협정상 중재로 해결하면 되는 것 아닌지?
A: 우리 정부는 최근 고령의 피해자 조속 구제 필요성과 일본이 요구한 청구권협정상 분쟁해결 절차를 균형 있게 고려한 강제징용 판결문제 관련 해결 방안을 일본에 제시한 바 있다. 일본이 우리 정부의 제시 방안에 대한 진지한 검토 없이 분쟁해결 절차를 일방적으로 악용하면서 법적 해결만을 고수하는 것은 문제의 근본적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Q:강제징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이 새로운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은 없는지?
A: 우리 정부는 6월 19일 발표한 방안을 토대로, 양국 국민과 피해자들이 수용 가능한 합리적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대화에 열린 입장이다.
심은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