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칭도 생소하다. 이번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에 펼쳐지는 20개 종목 무예가운데 우리에겐 그리 익숙하지 않은 각국의 무예를 살펴보자. 각 민족의 다양한 역사와 몸짓을 엿볼 수 있다.
펜칵실랏
말레이 왕가 호신술에서 발전해 각국 특수부대와 경호원들 애용
영화 <아저씨>의 주인공 원빈이 상대를 제압할 때 쓴 무술이다. 단호하면서 품위가 있다. 그리고 실전적이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필리핀 등 동남아 지역의 전통 무술이다.
애초 말레이 민족의 왕가에서 사용하던 호신 무술이 발전해 이슬람 문화권 국가로 전파됐고, 타이 무에타이의 힘, 중국 쿵후의 섬세함이 잘 융합된 무술이라는 명성을 얻으면서 세계 각국 특수부대와 경호원들이 사용하고 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이 무술의 탄생 신화가 흥미롭다. 한 여인이 강에 빨래하러 갔다가 호랑이와 큰 매가 싸우는 광경을 지켜보느라 집에 늦게 도착했다. 배가 고팠던 남편이 화를 내며 잔소리를 하자, 여인은 호랑이와 매 싸움에 대해 설명했다. 남편은 아내가 거짓말한다며 다짜고짜 폭력을 행사하려고 했다. 남편은 주먹을 날리고 발로 찼는데 아내를 한 대도 못 때렸다. 그 여인은 남편의 폭력이 시작되려는 순간, 호랑이와 매 싸움에서 본 동작을 따라 했다. 남편은 결국 여인을 한 대도 때리지 못하고 지쳐 쓰러졌다. 남편이 여인에게 그 기술을 알려달라고 해 펜칵실랏이라는 무술이 만들어졌다고 한다.
말레이시아의 마자파힛 왕국에서는 왕족과 귀족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사용됐고, 400년 이상 외국의 식민지가 되었을 때 펜칵실랏을 통해 민족의 통합을 이끌었다고 한다. 1980년 3월 10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의 협회장들이 1000개가 넘는 개인 단체를 통합해 국제펜칵실랏연맹을 설립했다. 현재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고, 실전성이 높은 무술로 인정받아 세계 각국의 특수부대와 경호원들이 수련한다. 세상에서 가장 용감하다는 네팔의 용병 구르카에서도 펜칵실랏을 수련하고 있다.
펜칵실랏 경기는 대련 분야와 시연 경기로 나뉜다. 대련 경기는 상대의 얼굴을 가격하지 못한다. 겨루기 형식으로 손과 발을 이용해 상대를 차고 지르고 잡아 넘기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다른 무술과 다르게 대련할 때 예술적 동작이 있어야 하며, 끝날 때 예술적 동작이 있어야 많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예술 분야인 시연 경기는 예술적 동작만으로 점수를 가리는 경기다.
크라쉬
우즈벡 국기…일본 유도와 비슷 그리스 철학자 역사서에도 나와
우즈베키스탄에서 유래한 전통 무술이며 국기(國技)다. 25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로도토스는 자신이 쓴 역사서에서 “크라쉬는 우즈베키스탄 국민의 삶에서 행해진 대중 스포츠”라고 기록했다. 또 5세기 우즈베키스탄 부하라에 살았던 의학자이자 동양학자인 이븐 시나는 “건강한 육체와 정신에 가장 좋은 운동이 크라쉬”라고 말했다. 일부 학자는 고구려 고분벽화에 나오는 씨름하는 외국인 모습이 크라쉬를 하는 중앙아시아 사람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한민족이 씨름을 해 우승자에게 황소를 상품으로 주는 것처럼, 크라쉬도 ‘나우르스’라는 국가 명절과 집안의 크고 작은 행사에 소, 말, 양 등 여러 상품을 내걸고 경기를 즐기곤 했다. 201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이어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경기 방식과 기술은 일본의 유도와 매우 비슷하다. 상하체 기술은 유도와 다르지 않다. 선 채로 맞붙는다. 상대에게 타격을 가하지 않고 손과 발을 이용해 상대를 내던져 쓰러뜨리면 점수를 얻는다. 오로지 서서 경기가 진행되며, 바닥에서 꺾고 조르는 등 바닥 기술은 금지된다. 상대방을 메쳐 바닥에 완전히 닿게 할 경우 유도의 ‘한판’과 비슷한 ‘할랄’이 선언되고, 바로 경기가 종료된다. ‘얌보쉬’는 유도의 ‘절반’과 같다. 2개의 얌보쉬를 할랄로 취급한다. ‘유효’에 해당하는 ‘찰라’도 있다. 두 선수는 초록색과 파란색 도복인 ‘약탁’을 입고, 흰 바지와 붉은 벨트를 착용한다.
사바테
선원 발차기 유래 프랑스 킥복싱 권투 가미돼 거리 싸움꾼에 퍼져
프랑스의 실전 킥복싱이다. 18세기 말 프랑스 선원들이 흔들리는 배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바닥을 짚고 높이 발차기를 하며 발전했다. 사바테가 처음 시작된 곳이 외항선 배가 드나드는 곳이었다고 한다. 차츰 발차기 위주의 초기 형태에 권투 기술을 더했다. 길거리 싸움꾼들에게 사바테가 급속도로 알려졌고, 이에 따라 이를 가르치는 사람도 늘어났다.
사바테는 ‘오래된 신발’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로, 신발을 착용하고 경기를 한다. 사바테는 1924년 개최된 파리올림픽에 시범종목으로 채택됐고, 1937년에는 제1회 프랑스권투선수권대회가 열렸다. 사바테를 프랑스 권투로 부르기도 한다. 1970년에는 유럽컵 대회를 개최하는 등 경기화된 사바테로 발전했으며,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가 주최하는 월드 컴뱃 게임의 정식종목으로 참가했다.
경기 종류에는 ‘아소’와 ‘콩바’가 있다. 아소는 기술이 중요하다. 녹다운으로 승패를 결정하지 않고, 완벽한 기술과 정확한 타격으로 판가름 난다. 경기 시간은 2분 3라운드다. 콩바는 타격이 우선이다. 3, 4, 5회의 3종류가 있고 경기 시간은 1분과 1분 30초, 2분이 있다.
벨트레슬링
카자흐 민족무예, 젊은 층 인기 메소포타미아 문명 기원 기록도
우리말로 ‘띠씨름’이라고 하는 벨트레슬링은 고대부터 이어져온 역사를 간직한 무예다. 우리 씨름도 벨트레슬링의 한 유형이다.
벨트레슬링의 역사는 기원전 2600~28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2000년경 수메르 왕에 관한 이야기인 <길가메시 서사시>에는 벨트레슬링이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쓰여 있다. 레슬링은 맨몸인 두 사람이 상대를 잡아 쓰러뜨리는 경기인 데 비해, 벨트레슬링은 몸에 샅바나 벨트 종류를 걸치고 이를 잡은 채 상대를 넘어뜨리는 경기를 말한다. 벨트레슬링의 경기 규칙은 각국에 따라 다르나 옷을 입고 벨트를 착용하는 것은 공통이다.
벨트레슬링은 ‘알리시’와 ‘쿠레스’ 두 종류가 있다. 알리시는 흰 바지에 빨간 벨트를 차고, 특수한 녹색 혹은 청색 재킷을 입는다. 경기를 시작할 때 선수들은 머리를 상대 어깨에 괴고 몸을 앞으로 굽힌다. 서로의 왼손을 상대 오른편에 두고 양손으로 상대 벨트를 잡는다. 서 있는 채로 상대 선수의 벨트를 잡고 상대를 꼼짝 못하게 잡는 것이 중요하다.
쿠레스는 카자흐스탄에서 유래했다. 2016년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민족 무예로서 카자흐스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 쿠레스를 배우는 과정을 통해 카자흐스탄의 젊은 세대는 역사와 문화를 존중하게 된다.
삼보
러시아 KGB나 공수부대원 수련 다양한 격투기 융합, 푸틴 대통령도 선수
러시아어로 ‘무기 없는 호신술’이라는 뜻의 삼보는 빅토르 스피리도노프와 바실리 옥스쳅코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옥스쳅코프의 삼보는 유도 기반 기술의 자유형식 레슬링과 비슷하고, 스피리도노프의 삼보는 부드럽고 적은 힘에 의존한다.
삼보는 다양한 격투기의 장점을 받아들였다. 일본의 유도를 기반으로 국제 스타일 레슬링과 전통 스타일 씨름의 가장 효과적인 기술을 융합했다. 삼보는 타격기와 조르기, 꺾기, 메치기, 던지기 등 다양한 기술이 모두 있다. 삼보는 2013년 하계 유니버시아드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종목으로 채택됐다.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도 채택됐다.
삼보는 크게 스포츠 삼보와 컴뱃 삼보로 구분된다. 스포츠 삼보는 도복 상의에 짧은 팬츠와 신발을 신는 등 같은 복장을 입고 경기한다. 컴뱃 삼보는 여기에 헤드기어와 오픈핑거 글러브를 끼고 겨룬다. 남자 경기 시간은 5분 1라운드, 여자 경기 시간은 4분 1라운드다.
컴뱃 삼보는 타격기는 물론 여러 서브미션 기술도 허용한다. 스포츠 삼보는 주먹이나 발차기를 금지하고 서브미션 기술도 상당 부분 엄격히 제한한다. 애초 군과 경찰에서 사용하던 격투기로 알려진 컴뱃 삼보는 군인 가운데 엘리트만 배울 수 있는 무술로, 과거 KGB나 공수부대 요원만 수련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삼보 선수 출신이다.
이길우 기자
사진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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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