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모든 무예를 한눈에!
충주가 무예의 열기로 달아오른다. ‘시대를 넘어, 세계를 잇다!’라는 슬로건으로 8월 30일부터 9월 6일까지 충북 충주시 일원에서 펼쳐지는 ‘2019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은 전 세계 유일한 무예 축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함께 세계 양대 스포츠 기구로 꼽히는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에서 공식 후원한다. 2016년에 이어 두 번째 충북에서 열리는 데는 남다른 이유가 있다.
개최지인 충주는 1998년 처음으로 충주세계무술축제를 열었고, 2002년 세계무술연맹의 본산으로 자리 잡으면서 무예의 도시로 떠올랐다. 충주에서 한국전통택견회가 발족했고, 이를 기려 충주시는 1998년 첫 세계무술축제를 열었다. 특히 충주는 택견의 본고장이자 세계무술박물관과 무술공원을 보유하고 있다. 2011년 택견이 무예 부문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 충북도가 무예를 지역 고유의 문화 브랜드로 만들기 시작했다. 2016년 1회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을 개최했고, 2017년에는 진천 세계청소년무예마스터십을 열었다. 세계무술연맹,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 국제무예센터 등 무예의 3대 중심 기구가 모두 충북에 만들어졌다.
▶7월 25일 충북도청 서관과 청주시외버스터미널에서 무예마스터십 성공을 기원하는 ‘무예마스터십 성공기원 소망나무 이벤트’를 열었다. 시민들이 직접 대회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소망 메시지를 적어 나무에 달
았다.
2회째 맞는 2019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은 세계 유일의 종합무예 경기대회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 회장을 대회장으로 선임했고, 유엔 사무총장을 역임한 반기문 IOC 윤리위원장을 명예대회장으로 위촉했다. 1995년 충주시장 재임 시 충주를 ‘택견의 고장’으로 특화했던 이시종 충북지사는 세계무예마스터십조직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8월 15일 제74주년 광복절 경축 행사가 열린 청주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광복절 기념식-ICM 무예시연단의 태권도 격파시범을 보였다.
세계 유일의 종합무예 경기대회
올해 대회에는 내실 강화를 위해 종목별 세계챔피언십이나 대륙별 챔피언십 우승자에게는 체류비 일체를 지원하는 유인책을 쓴다. 또 종목별 국제연맹(IF)이 각 경기를 주관하도록 했다. 선수들이 공식 대회 출전 때 받는 랭킹 포인트를 얻을 수 있도록 일부 종목 국제연맹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번 대회에선 우리나라 씨름부터 레슬링의 원조 벨트레슬링까지 전 세계 전통무예를 한자리에서 즐길 수 있다. 태권도, 유도, 우슈, 무에타이, 카바디, 합기도, 주짓수, 벨트레슬링, 크라쉬 등 국제경기연맹총연합회(GAISF) 9개 종목과 택견, 씨름, 연무경기, 한국합기도, 삼보, 사바테, 펜칵실랏, 기사, 기록경기, 통일무도, 용무도 등 비GAISF 11개 종목의 무예 고수들이 정상을 향해 다툰다. 20개 종목을 한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무예의 종합 전시장이다. 총 금메달 수는 277개로, 올림픽처럼 국가별 메달 수도 집계한다.
▶2019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조직위원회는 8월 13일 서울 명동에서 게릴라 무예시연을 실시했다.| 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조직위원회
대회 조직위원회는 1차 엔트리 등록을 마감한 결과 108개국 4798명의 선수단이 참가를 통보했다고 8월 19일 밝혔다. 이는 ‘2016 청주세계무예마스터십’ 행사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규모다. 참가 선수들 면면도 화려하다. 세계랭킹 8위 안에 들거나 최근 3년 동안 세계 대회와 대륙별 대회에서 메달을 딴 랭커급 우수선수도 91명(8개 종목)이나 된다. 세계랭킹 1위 선수도 즐비하다. 삼보 종목엔 세계랭킹 1위인 푸르니에 로르(프랑스)가 출전한다. 사바테에도 세계랭킹 1위 디아비(말리)와 2018년 세계선수권 2위 무사 마리아(알제리)가 참가한다. 주짓수에서는 세계랭킹 1위 아말 무자히드(벨기에)가 출전한다. 이 밖에 크라쉬 유럽 선수권 1위인 일리아디스(그리스)와 펜칵실랏 2018 월드컵 챔피언십 1위 싱가포르 팀이 기량을 뽐낸다.
가장 많은 선수가 등록한 종목은 세계선수권대회와 동시 개최되는 크라쉬로 339명이 출전한다. 이어 유도 207명, 통일무도 187명, 무에타이 165명, 펜칵실랏 173명 등의 순이다. 나라별 선수단 규모는 한국이 571명으로 가장 많고 인도(141명), 몽골(119명), 우즈베키스탄(113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이재영 조직위 사무총장은 “최종 접수를 마감하면 선수단, 기술 임원, 운영 요원 등을 포함해 대회 참여 인원은 50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생소하지만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도
아직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만큼 대중성이 높고 흥미로운 종목도 이번 대회에서 생생하게 접할 수 있다. 카바디, 펜칵실랏, 주짓수, 크라쉬 등이 대표적이다.
인도 전통무예인 카바디는 공격과 수비로 나뉜 두 팀이 단체로 술래잡기와 유사한 방식으로 맞붙는다. 힌디어로 ‘숨을 참다’라는 뜻인 카바디는 인도 문화에서 가장 오래된 경기 중 하나다. 카바디는 각 개인이나 집단이 공격을 받는 경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무예로, 방어·공적 생존의 기술 발달을 목적으로 한다. 펜칵실랏은 영화 <옹박> <테이큰> 등에서 주인공들이 선보인 말레이 전통 무술이다.
주짓수는 브라질 전통 격투기와 유도를 결합한 무술로 상대방의 관절을 제압하는 게 기본 기술이다. 주짓수는 브라질 전통 격투기와 유도를 결합한 무술로 상대방의 관절을 제압하는 게 기본 기술이다. 종합격투기 선수들이 익히는 필수 종목으로 알려지며 ‘실전 최강 무술’이란 별칭도 붙었다. 크라쉬는 상의를 잡고 메치는 우즈베키스탄의 전통 씨름 경기다. 크라쉬는 현대 스포츠에 맞게 체계화하면서 2018년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 됐다.
무예는 인간이 내·외부의 환경에 도전하면서 발달시켜온 신체 문화로 세계 각 지역에 분포해 있다. 정신 수련을 하는 사람들이 명상 과정에서 자연스러운 몸의 율동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이런 리듬감은 춤이나 더 나아가 무예로 전환하게 된다. 몸의 부드러움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택견처럼 수행 과정에서 평화와 공존, 배려가 외면화하기도 한다. 예의나 존중이 무예의 기본 덕목으로 꼽히는 이유다.
문제는 흥행이다. 조직위는 대회 기간을 전후해 무술축제와 무술음악영화제, 학술 대회 등 다양한 문화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대회 기간에 약 30만 명의 관중이 찾아줄 것으로 기대한다. 1회 대회가 지방자치단체 중심의 대회였다면, 이번에는 국제 대회의 위상을 갖출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 다만 충북도가 무예 문화 콘텐츠의 중심 도시로 자리 잡으려면 투자 비용과 편익에 대한 냉정한 사후평가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전통 무예 택견의 복장을 입혀 친근감 있고 간결한 무예마스터십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마스코트(원앙새)
개막일 1500여 명 길놀이로 흥 돋워
조직위는 흥행몰이를 위해 개막일인 8월 30일 오후 5시부터 충주 시민과 전문 공연단원 등 1500여 명이 참여하는 길놀이를 펼친다. 이들은 성화와 함께 충주시청 광장을 출발해 개막식이 열리는 충주종합운동장까지 약 1.5㎞ 거리에서 퍼레이드를 한다. 각 구간 주요 지점에서 전문 공연단이 풍물 공연과 무예 퍼포먼스 등을 펼쳐 대회 분위기를 북돋는다. 정민희 조직위 경기지원본부장은 “선수와 관람객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레이드> 시리즈로 유명한 배우 웨슬리 스나이프스가 <나우 유 씨 미> 무술감독이자 스턴트 배우로 활약 중인 척 제프리스와 함께 8월 29일 개막식전 행사에 등장해 분위기를 띄운다. 웨슬리 스나이프스는 영화관에서 직접 관객을 만나고 시상자로도 나선다.
또한 국제 명예 홍보대사 15명을 위촉하고 국내외를 넘나들며 대회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명예 홍보대사들은 앞으로 종목 소개와 응원 메시지를 담은 UCC 영상 제작을 돕고, 개회식에 참석해 대회 분위기를 북돋는다. 또 대회 중 경기장을 찾아 선수들을 격려하고 응원할 예정이다.
종목별 국제연맹으로부터 추천받아 위촉한 명예 홍보대사는 씨름 이태현(43·한국), 택견 정경화(65·한국), 펜칵실랏 셰이크 파만 빈 셰이크 알루딘(22·싱가포르), 크라쉬 조비딘 코지니 야조프(40·우즈베키스탄), 한국합기도 아스투딜로 파리드 데이비드(46·프랑스), 통일무도 피타야 스리수완(49·태국), 태권도 김소희(26·한국), 합기도 크리스티앙 티시에(68·프랑스), 유도 오바이드 알 안지(64·쿠웨이트), 삼보 체노스쿠 로프 아슬림(36·러시아), 벨트레슬링 모문노바 메림(29·키르기스스탄), 우슈 다리아 타라소바(31·러시아), 주짓수 루이스 바구에나(85·스페인), 사바테 웨디 파울(31·프랑스), 무에타이 제네린 오슬림(22·필리핀) 등이다.
대회 조직위원장인 이시종 충북지사는 “무예마스터십은 전통 무예를 세계인이 즐기는 스포츠로 발전시킬 지구촌 축제”라며 “충북은 이번 대회를 통해 무예의 성지이자 무예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금 <한겨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