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티 : 왜 결혼을 해야 하는지…
멘토 : 준비돼야 도전? 도전해야 준비된다
Q: 35세 총각입니다.
집에서도 주위에서도 결혼 언제 하냐고 난리입니다. 솔직히 사귀는 사람도 있고 결혼도 하고 싶지만, 모아놓은 돈이 없고 집 사기도 힘들어 자꾸 망설이게 됩니다. 결혼은 꼭 해야 하나요?
A: 역사적으로 보면 결혼은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큽니다. 여러 사정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예전처럼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건 이해가 됩니다.
근데 거꾸로 묻고 싶네요. 어느 정도 조건이 되면 결혼을 결심할 건가요? 그게 언제쯤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요즘 젊은 사람들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도 낳지 않는다. 경제적 이유가 가장 크다. 아직 결혼할 준비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이다. 혼자 살기도 힘든데 어떻게 배우자까지 건사하는가, 집값이 너무 비싸고 생활비도 많이 든다, 차분히 준비하다 준비가 끝나면 결혼을 하겠다고 말한다. 난 그럴 때마다 “그게 언제쯤인데”라고 되묻는다. 40세가 되면, 50이 되면 준비가 끝날 것 같은가? 그런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준비가 끝나는 날은 오지 않는 법이다. 준비가 끝나야 결혼하는 건 아니다. 결혼을 해야 준비할 수 있다.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내 경우를 봐도 그렇다. 그때도 먹고살기 힘들었다. 한 달 월급 받아봐야 보름이면 쓸 돈이 없었다. 가장 큰 이유는 절제가 없었기 때문이다. 난 결혼 이후 절제 있는 아내 덕분에 조금씩 나아졌다. 그런 면에서 순서가 중요하다. 준비가 끝나야 결혼을 하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준비를 위해 결혼을 하라는 것이다.
세상만사 시작이 반
세상만사가 다 그렇다. 내가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권하는 건 글을 써보라는 것이다. 그럴 때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회사를 그만두고 쓰겠다, 지금 하는 일이 어느 정도 정리되면 쓰겠다, 공부를 좀 더 하고 쓰겠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러면 속으로 이런 질문을 한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글쓰기 학원이라도 다니시려고요? 언제쯤 그 준비가 끝나는데요? 살아생전 그런 날이 오기는 할까요?” 난 순서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시작이 가장 중요하다. 시작이 반이기 때문이다. 시작하다 보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알게 되고 효과적으로 그 부분을 채울 수 있다. 반대로 차일피일 미루면 1년 후에도, 5년 후에도 지금 상태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다. 내가 생각하는 학습법은 일단 시작하는 것이다. 다음은 필요한 공부를 하되, 고만고만한 공부보다는 세게 공부할 것을 권한다. 그래야 실력이 늘기 때문이다.
난 대학 다닐 때부터 박성원 씨 교재로 일본어를 공부했다. 근데 늘 미지근했다. 몇 달 학원을 다닐 때 외에는 바짝 해본 적이 없다. 그러니 발전이 없고 늘 거기서 거기다. 중간쯤에서 중지하고 그걸 반복한다. 그러니 일본어 실력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 참 한심한 일이다.
영어에서는 다른 경험이 있다. 고교 시절 영어 교재는 난도에 따라 세 종류가 있었다. 가장 초급은 <기초 영문법>이다. 아주 쉬워 중학교 때 마스터했다. 다음은 <성문 종합영어>다. 제법 수준도 있고 잘 만들어 나를 포함한 대부분 친구들은 이 책으로 공부했다. 마지막은 <1200제>라는 책이다. 어려운 문제를 1200개 뽑아놓은 것인데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문제들이다. 도저히 알 수 없는 어려운 단어들로 가득 차 있다. 폼을 잡겠다는 욕심에 그 책에 도전해 뜨거운 맛을 봤다. 정말 하루에 한두 페이지도 나가기 어려웠다. 근데 그렇게 몇 주 공부를 한 뒤 다른 영어책을 보니 그렇게 쉬울 수가 없다. 나도 모르는 사이 업그레이드가 된 것이다. 때론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뭐든 완벽한 날은 오지 않는다
<당신에게 집중하라>라는 책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어 소개한다.
“기업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난 원래 음악가였다. 그때 멘토였던 아틸리오 포토 교수에게 진정한 공부법을 배웠다. 사제 간으로 처음 만난 날, 그는 틀린 부분을 지적하고 올바른 연주법을 보여준 뒤 다음 주에 할 새 곡을 내주었다. 난 새로운 곡 대신 일주일간 처음 곡을 연습하겠다고 했는데 그는 내 간청을 묵살했다. 곡마다 제대로 연습하지 못한 채 시간은 흘렀고 당연히 난 실수투성이였다. 그런데도 포토 교수는 매주 새롭고 더 어려운 과제만 주었다. 6주째 되던 날, 난 도저히 이런 식으로는 배울 수 없다고 불평을 늘어놓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페이지를 넘겼는데 이번에는 뒤쪽이 아닌 앞으로 넘겼다. 그의 지시에 따라 첫 번째 과제였던 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신기하게 처음엔 연주할 수 없었던 그 곡을 멋지게 연주할 수 있었다. 전혀 손댈 수 없어 건너뛰었던 부분까지 부드럽게 넘어갔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그때 내가 배운 교훈은 이렇다.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될 때가 앞으로 나가야 할 때다. 앞으로 나가다 보면 처음 건 별거 아닐 수 있다. 자꾸 거기 머물면 더 이상 발전하기 어려울 수 있다.”
양들은 겨울이 오기 전에 양털을 깎는다.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털을 깎지 않은 양은 털을 믿고 자만한다. 자칫 추운 겨울에 얼어 죽기도 한다. 하지만 털을 깎은 양은 추위를 견디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인다. 준비가 될 때를 기다리기보다는 일단 어려워 보여도 도전하라. 뭐든 완벽한 날은 오지 않는다. 부족해도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결혼도 그렇고, 글쓰기도 그렇고,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일도 그렇다.
한근태_ 핀란드 헬싱키대학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리더십센터 소장을 역임하고 기업 경영자, 청년들을 상대로 리더십과 성공 노하우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세리CEO의 북리뷰 칼럼을 15년 넘게 연재했고 《DBR》 <머니투데이> 등에 칼럼을 쓰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누가 미래를 주도하는가> <한근태의 인생 참고서> <경영의 최전선을 가다> <청춘예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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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