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대학들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대학들은 특별팀을 잇따라 구성하고 소재·부품 기술지원에 착수했다.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가 갈수록 노골화하는 가운데 대학이 국내 산업 보호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이다. 연구개발(R&D) 능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대학과 협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발 빠르게 나선 곳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이다. 8월 5일 카이스트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을 돕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을 꾸렸다. 카이스트는 전·현직 교수진 100여 명으로 기술자문단을 설치하고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카이스트가 자문단을 운영하는 것은 일본이 우리나라에 두 차례 무역보복을 단행해 곤란한 상황에 놓인 기업의 애로기술 문제를 해결하고, 카이스트 설립 목적에 따라 과학기술대학으로서 위기를 맞은 국가 기간산업계에 기술을 지원해 국가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것이다.
카이스트 기술자문단은 일본의 수출규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는 반도체·에너지·자동차 등 주요 산업 분야 1194개 품목 가운데 우선 159개 소재 등 관리 품목과 관련 있는 중견·중소기업의 원천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자문하는 구실을 한다.
TF 중심으로 연구소끼리 유기적 협력
기술자문단은 최성율 공대 부학장을 단장으로 △첨단소재분과(팀장 이혁모 신소재공학과장) △화학·생물분과(팀장 이영민 화학과장) △화공·장비분과(팀장 이재우 생명화학공학과장) △전자·컴퓨터분과(팀장 문재균 전기 및 전자공학부장) △기계·항공분과(팀장 이두용 기계공학과장) 등 5개 분과를 두고 분과별로 20여 명씩 카이스트 전·현직 교수 100여 명이 참여했다.
각 분과는 159개 핵심 품목 관련 기업에 기술개발을 지원하고, 해당 업체들의 기술자문 요청에 담당 교수를 지정해 대응하며 지원 상황과 문제해결 결과 등을 관리한다. 또 기업이 요청하는 기술상 문제점을 신속·정확하게 진단해 최적화한 기술자문을 하기 위해 자문단 산하에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 접수 전담 창구를 설치했다.
단순 자문 넘어 공동 연구·기술 이전도
서울대도 일본 수출규제에 맞서 국내 기업 기술 자립 지원에 나선다. 서울대는 8월 6일 산학기술협력 조직인 SNU 공학컨설팅센터 산하에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 특별전담팀(TF)’을 새로 구성했다고 밝혔다. 전폭적이고 체계적인 기업 지원을 위해 서울대 소속 320여 명의 교수와 6개 연구소가 참여한다.
TF는 중소·중견기업과 협업해 기술을 개발하고 조언하는 역할을 맡는다. 산업별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금속 △화학 소재 6개 분야로 나눠 조직을 구성했다. 서울대 공대 산하 6개 연구소가 관련 산업 분야를 맡는다. 반도체공동연구소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를 맡고, 자동차 분야는 차세대자동차연구센터가 담당한다. 전기·전자 분야는 자동화시스템 공동연구소, 화학 소재는 화학공정신기술연구소가 참여한다. 기계금속 분야는 신소재공동연구소와 정밀기계설계공동연구소 두 곳이 맡는다.
한양대는 총장 직속으로 기술자립화 지원단을 8월 12일 신설했다. 지원단은 반도체·에너지·디스플레이·자동차·전기전자·부품 소재·기계 부품·화학생물 소재 등 8개 분야로 특화됐다. 지원단의 전체 운영은 한국공학한림원 회장인 권오경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가 총괄한다. 서울·에리카 캠퍼스에서 해당 분야 교수 300여 명이 참여한다.
지원단에는 관련 분야에서 세계적 연구력을 갖춘 교수들이 다수 포함됐다. 디스플레이 분야의 권오경 석학교수와 박진성 신소재공학부 교수를 비롯해 반도체 분야에서는 박재근 융합전자공학부 교수, 안진호 신소재공학부 교수 등이 참여한다. 자동차 분야에선 자율주행 분야 세계적 권위자로 꼽히는 선우명호 미래자동차공학과 교수와 김선우 융합전자공학부 교수가 합류했다.
김우승 한양대 총장은 “소재·부품·장비 분야 핵심기술 확보와 대외 의존형 산업구조를 탈피하는 데 한양대가 기여하겠다”라고 말했다.
연세대는 소재와 부품, 장비 관련 등 60개 품목 국내 기업 기술 자립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 기술지원·연구단을 8월 11일 꾸렸다. 특별 기술지원·연구단은 공과대학 산하 공학연구원 소속 7개 연구소, 3개 연구단(센터)과 이과대학 자연과학연구원 등 총 185명의 교수로 구성된다. 이들이 5개 분과(반도체·디스플레이, 자동차·기계, 로봇·인공지능, 에너지·환경, 바이오·의료)에 골고루 참여할 계획이다.
학술 세미나 열어 R&D 과제 발굴
이 밖에 포스텍(포항공대)은 외국 의존성이 높은 소재·부품 분야 기업 지원에 집중하기로 했다. 소재·반도체·철강·에너지·통신 분야 교수 100여 명으로 전문가 풀을 구성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대상인 극자외선 포토레지스트를 실험할 수 있는 유일한 장비를 갖춘 포항가속기연구소도 관련 기업의 R&D를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정보기술(IT) 분야 강세가 뚜렷한 경북대는 공대 중심으로 기업의 부품 국산화를 돕기 위해 기술국산화지원부를 신설할 계획이다. 영남대, 대구대, 대구가톨릭대, 경일대, 대구한의대 등 경북 지역 5개 대학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할 특별전담팀을 공동으로 꾸렸다.
그 외 대전·충남 지역 대학도 총장 긴급간담회를 열고 대응 방안을 모색했다. 간담회에서 대학 총장들은 대학이 대덕연구단지 내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과 협력해 소재·부품 원천기술 개발을 위한 산·학·연 협력을 강화하고 관련 인재 양성에 나서기로 뜻을 모았다. 부산 동명대는 첨단부품 소재 학술 세미나를 열고 일본의 대학 R&D 과제 발굴에 집중하기로 했다.
강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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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