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율 카이스트 소‘ 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 지원사업단장 | 카이스트
“과거 무력이 주도하던 시대에는 군인이 나라를 지키는 전사였지만, 4차 산업혁명 기술패권 시대에는 과학기술인들이 나라를 지켜야 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카이스트)이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해 국내 기업의 핵심 소재·부품·장비 원천기술 개발을 도울 기술자문단(이하 자문단)을 운영한다.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은 8월 3일 카이스트 전 교수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한일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현재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단기적으로는 자문단이 ‘119 기술구급대’ 역할을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카이스트가 해당 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데 국가 전위대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문단은 8월 5일부터 본격 가동을 시작했으며 자문단장은 전사적 차원의 지원 및 대응을 위해 최성율 현 공과대학 부학장이 맡았다. 일본 정부가 수출무역 관리령과 시행세칙 개정안을 공포한 다음 날인 8월 8일 오후, 자문단을 이끄는 최성율 단장과 이영민 화학·생물분과 팀장, 문재균 전자·컴퓨터분과 팀장에게 자문단의 역할과 분과지원 내용 등을 들어봤다.
“미래 기술 위한 산학협력 모델로”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에서 제외한 직후 자문단이 꾸려졌다. 어떻게 자문단을 운영하게 된 건가.
=최성율 자문단장(이하 최): 7월 1일 일본이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에 대한 수출규제를 발표하지 않았나. 그 후 카이스트 교수들 사이에서 ‘우리가 산업계에 역할을 해야 하지 않나’ 하는 자발적 논의가 있었다. 그런 와중에 8월 2일 일본 정부가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고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지원 움직임이 시작됐다. 연구부총장님하고 저하고 신성철 총장님께 ‘우리가 기술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칠 수 있는 국내 중소·중견기업을 도울 방법을 찾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신 총장님께서 ‘그러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게 기술인데, 자문단을 구성해 서둘러서 지원하는 게 어떻겠냐’고 말씀하셨다. 이에 일본 정부 발표 직후 주말 동안에 총장님 주재로 확대 간부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국내 기업에 대한 반도체·에너지·자동차 등 주요 산업 분야 핵심 소재·부품·장비업체 원천기술 개발 지원을 위해 ‘카이스트 소재·부품·장비 기술자문단’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설치 운영안에 대해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바로 운영이 가능했다.
-자문단이 국내 기업에 어떤 역할을 하게 되나.
=최: 자문단의 목표는 크게 두 가지다. 단기적으로는 산업계에서 요청하는 애로기술 부분들을 카이스트가 보유한 기술과 그 주변 기술까지 포함해서 개발 지원과 자문을 하는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우리가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핵심 기술이라고 판단되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연구개발을 통해 확보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런 과정은 향후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차원에서도 꼭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자문단은 1~3년 단위의 기존 산학과제와는 분명 다른 협력체계를 마련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를 위해 지속적인 운영을 위한 후속 조치로 재정적·제도적 정비도 추진할 예정이다. 향후 운영성과 등을 보고 지원 범위와 대상 등을 확대하는 방안도 마련할 계획이다. 지금은 시급한 현장 자문에 집중하겠지만, 이후에는 미래 기술을 논의하는 중장기 산학협력 모델로 발전하기를 기대한다.
▶더불어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 주최로 열린 한국 주재 일본 언론 기자간담회가 8월 1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최재성 특위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 한겨레
“특허 논란 피하면서 국산화 이룰 수 있도록”
=이영민 화학·생물분과 팀장(이하 이): 지난 50년간 대학이나 연구소, 각 기업연구소에서도 산발적으로 연구개발이 이루어졌다. 각각 흩어져 있기도 하고, 필요한 기술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그동안 과학기술인 사이에서는 우리가 가진 기술을 중소·중견기업의 관련 연구개발 성과들에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고민이 끊임없이 있었다. 이번 자문단의 운영은 그동안 고민을 집중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 같다.
=문재균 전자·컴퓨터분과 팀장(이하 문): 이 자문단은 당면한 일본의 소재 부품 수출제한으로 인한 어려움을 해결하는 데 역할을 하고자 만들어졌다. 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대한민국 중소·중견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 건강한 우리 산업생태계를 구축해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본 자문단은 단기적인 해결안으로서 역할 이외에 긴 안목으로 유지하면 좋을 것 같다. 타 대학에서도 비슷한 시도를 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산업과 직결되는 연구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진 모든 대학이 다 참여해서 판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렇게 해서 많은 기업이 기술개발에 도움을 받는다면 건강하고 강력한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지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첨단소재분과, 화학·생물분과, 화공·장비분과, 전자·컴퓨터분과, 기계·항공분과 등 5개 기술분과로 세분화했다. 분과별 지원 내용도 궁금하다.
=이: 화학·생물 분야는 특허가 걸려 있는 부분이 매우 많다. 이에 특허 논란도 피하면서 국산화도 이룰 수 있도록 기술을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단기간 연구개발로 국산화를 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려운 일이다. 정부에서 발표했듯 당장 수급할 수 있는 대체원을 찾는 것이 급선무다. 동시에 특정 분야를 대체하거나 만들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도 병행돼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에 1년 이상 장기적인 자문을 통해 도울 수 있는 일이 많을 것 같다.
접수 042-350-6119나 smbrnd@kaist.ac.kr
=문: 전자·컴퓨터분과가 커버하는 분야는 전기·전자 공학 및 컴퓨터 공학 전체를 망라하는 방대한 영역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면 로봇, 광통신 시스템, 통신 부품, 신소재소자, 반도체 공정용 소재, 디스플레이 소재, 통신시스템 및 통신기기용 회로, 반도체 패키징, 자동차 전장부품 EMC, 광소자, 반도체 공정 및 소자 품질관리, 센서 시스템, 전력회로, 바이오센서, 집적회로, 인공지능 알고리즘 및 회로설계, 빅데이터, 데이터 마이닝, 분배 저장, 분배 네트워크 등을 포함한다. 이러한 분야에서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는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가진 교수들이 개발 과정에서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는 데 도움을 준다는 취지다. 개발 시 디자인 방향을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고, 난해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공할 수도 있다. 또 중심 개발인력에 대한 단기 교육 등 여러 가지 형태로 개발 속도를 높이거나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한다.
-1194개 품목이 지금 수출규제 영향권에 들어간다고 하는데, 이 가운데 159개 핵심 품목에 대해 지원이 가능하다고 들었다. 지원을 받고 싶은 기업은 어떻게 하면 되나.
=최: 지금 산업계에서 긴급하게 요구되는 소재 부품 장비 기술이 159개, 정부 발표에서는 100개 정도로 파악됐다. 매우 많은 물품이다. 여기에 학교와 기업의 연구개발이 다르고 거리도 있는 게 사실이다. 자문단이 나서서 어떤 품목을 개발해야겠다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술개발 분야를 정하는 것은 기업의 몫이다. 어떤 기술이 시급한지 먼저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지원이 필요한 기술을 추린 다음 카이스트 기술자문 전담 창구(042-350-6119 또는 smbrnd@kaist.ac.kr)를 통해 접수하면 된다. 향후 홈페이지를 통한 접수도 계획 중이다.
-접수 이후 어떤 절차를 거치며, 지원은 어떻게 이뤄지나.
=최: 단장과 분과위원장들이 기술 쪽으로 파악해서 어느 분과에 배치해야 하는지 논의 과정을 거친다. 결과를 토대로 각 분과에서 도움을 주실 수 있는 자문 교수를 선정한다. 두 개의 분과에 겹쳐서 지원될 수 있는 부분도 있기 때문에 한 명이 될 수도 있고, 여러 사람이 될 수도 있다. 자문 교수님이 지정되면 관련 애로기술에 대한 진단 등 기업 현황 분석과 함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이뤄진다. 또 연구개발 계획 수립 및 참여를 통해 문제 해결에 이르기까지 밀착 지원하는 원스톱 서비스 제공도 목표로 하고 있다.
강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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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