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 대응 당정청 상황점검 및 대책위원회 1차회의가 8월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려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 한겨레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에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와 청와대, 더불어민주당은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8월 중 1조 6500억 원 규모 관련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면제하겠다고 8월 13일 밝혔다.
당·정·청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일본 수출규제 대응 상황점검 및 대책위원회 1차 회의를 열어 예타 면제 등 후속조치를 발표했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회의 뒤 “국가재정법상 300억 원 이상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은 예타를 거치게 돼 있지만, 부품·소재·기술·장비 관련 R&D는 긴급한 상황인 만큼 예타 면제 사업으로 이달 안에 전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 ‘소재·부품특별법’ 전면개정안을 9월 초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2021년 12월 31일 일몰 예정인 ‘소재·부품 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개정해 장비 분야도 혜택을 받게 하겠다는 구상이다. 세제지원과 관련해서는 해외 인수·합병 법인세 세액공제, 해외 전문인력 소득세 세액감면, 연구개발 목적 공동출자 법인세 세액공제 등을 신속히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또 화학·섬유·금속·세라믹 4대 분야 실증 지원을 위해 9월부터 테스트베드(시험장)를 구축하고, 장비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국은행까지 포함하는 범정부 긴급상황 점검체계도 가동된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날 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에서 소재·부품산업에 투입되는 예산을 크게 늘리고, 나아가 혁신성장을 위한 부분에도 예산을 대폭 반영하겠다”며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한국은행 총재까지 포함하는 범정부 긴급상황 점검체계로 경제 전체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당·정·청 대책위는 일본 경제보복 대응을 위해 산발적으로 구성된 기구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다. 그동안 여러 기구의 메시지가 일관되지 못하고 기능이 겹친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조정할 ‘컨트롤 타워’ 를 두기로 한 것이다. 조 정책위의장은 “메시지가 조금 차이 나는 것은 정치적 분야에서 그럴 것이라 생각하는데, 서로 간 역할분담도 있어 각 기구의 특성에 맞게 진행되고 있다”며 “그러나 (앞으로) 전체 상황이나 메시지는 관리돼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 연구개발 지원체계 전면 개편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등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체계도 전면적으로 개편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8월 14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1차 경제활력대책회의에서 ‘중소기업 R&D 지원체계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전날 열린 브리핑에서 “일본 수출규제에서 알 수 있듯 작은 중소기업의 기술력이 쌓여 국가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며 “일본이 우리 미래 산업의 핵심을 흔들고 있지만 현장에서 만난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보면 우리가 충분히 이길 수 있다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묵묵히 기술력을 쌓아온 역량 있는 중소기업들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혁신안을 마련했다”며 “이를 통해 불화수소 국산화도 연말까지 가능하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최근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술을 국산화하기 위한 지원이 눈에 띈다. 부품 소재를 공급하는 대·중견·중소기업 간 컨소시엄 R&D를 허용하고, 소재·부품·장비 분야 지원을 전략품목 중심으로 개편해 R&D 자금을 우선 지원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또 소재·부품·장비 관련 우수 창업 아이템과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100개 선정해 안정적 성장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에 1조 원 규모의 기술보증 지원에도 나선다. 중기부와 기술보증기금(기보)은 추가경정예산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기술 중소기업 등의 자금 애로사항을 해소하고자 기술보증 공급에 나선다고 8월 12일 밝혔다.
우선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 배제 등 일본의 수출규제로 피해를 입었거나 예상되는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업에 3300억 원 규모의 만기연장·신규 보증을 지원한다. 3300억 원 중 1300억 원은 기존 보증에 대한 만기연장 확대에 사용할 예정이다. 또 자체 재원 등을 기반으로 일본 수출규제 피해기업에 긴급 유동성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2000억 원 규모의 특별보증 프로그램을 신설, 중소기업의 경영 정상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특히 이 중 1000억 원은 이번 추경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기보가 자체 재원과 은행 협약 출연금으로 마련했다. 기보는 또 이번 일본의 무역보복에 따른 기업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8월 5일부터 ‘일본 수출 애로·피해 신고센터’ 및 비상대책단을 운영하고 있다.
소재·부품·장비기업 출자·인수 시 세액공제
국내 기업이 소재·부품·장비 관련 외국 기업을 인수할 때 세액공제를 받게 된다. 또 둘 이상 국내 기업이 소재·부품·장비 관련 기업에 공동출자 시 출자금액의 5%를 법인세액에서 공제해준다. 기획재정부는 8월 5일 발표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에 따라 법 개정이 필요한 3건 세제지원 사항을 현재 입법예고 중인 세법 개정안에 추가해 8월 9일 입법예고했다.
이에 따르면 내국법인이 국내 산업기반·기술력이 미흡한 전략물자 관련 해외 소재·부품·장비 전문기업을 인수할 때 대기업은 인수금액의 5%, 중견기업은 7%, 중소기업은 10% 세액을 공제받는다. 전략물자 등 국내 밸류체인 핵심품목 중 기술 확보가 어려운 분야는 인수·합병(M&A)을 적극 활용해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적용 기간은 내년 1일부터 2022년 말까지다.
또 2019년부터 3년간 한시적으로 수요기업 공동으로 소재·부품·장비 관련 중소·중견기업에 연구·인력개발 및 설비투자를 목적으로 공동출자(유상증자 참여)하는 경우, 출자금액의 5%를 법인세액에서 공제해준다. 다만 피출자법인이 일정 기간까지 출자금액의 80% 이상을 연구·인력 개발 또는 설비투자에 지출하지 않을 경우, 세액공제액에 이자상당액을 가산해 추징한다.
이와 함께 외국인 기술자에 적용하던 소득세 감면제도를 소재·부품·장비 외국인 기술자에 확대 적용한다. 종전 5년 동안 50%였던 소득세 감면율을 3년간 70%, 이후 2년간 50%로 개선한다. 소재·부품·장비 분야 외국인 기술자 상세 범위는 시행령으로 규정할 방침이다.
심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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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