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맞춰 주거부터 요양, 생활까지 지원

2019.09.09 최신호 보기


ㅣ▶8월 28일 경기도 부천시 대산동 김 아무개 씨 집에서 김 씨(맨 왼쪽)와 부천시 복지국 복지정책과 의료급여관리사 이순호씨(가운데), 부천시 대산동 행정복지센터 희망복지과 지역통합돌봄팀 이동준 씨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김청연 기자

경기도 부천시 대산동에 사는 김 아무개(84) 씨는 1월 1일 저녁 집 앞 길가에서 미끄러져 대퇴골이 골절됐다. 바로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고, 요양병원에 머물렀지만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 일상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하지만 독거가구인 김 씨의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집 문턱은 집으로 들어가고 나올 때마다 관절에 무리를 줄 정도로 높았다. 화장실에는 세면대 없이 수도꼭지만 있었다. 세수나 목욕을 하려면 늘 쪼그려 앉아야 했다. 자칫 잘못하다간 낙상 등 또 다른 사고가 날까 걱정이었다. 8월 28일 대산동 집에서 만난 김 씨는 편안해 보였다. 얼마 전, 퇴원을 하고 보금자리로 돌아왔을 때 집은 이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높은 문턱은 사라졌고, 화장실엔 세면기뿐 아니라 안전바, 센서 등이 설치돼 있었다.

ㅣ▶세면대 없이 수도꼭지만 있었던 이전 화장실 모습│대산동 행정복지센터

ㅣ▶8월 28일 김 씨가 화장실에 설치된 세면대에서 손을 닦으려 하고 있다.│ 김청연 기자

가족처럼 챙겨주는 발길 이어져
가족처럼 마음을 다해 챙겨주는 사람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부천시 의료급여관리사, 부천시 대산동 행정복지센터 공무원 등이 정기적으로 찾아와 건강은 어떤지, 생활에 어려움은 없는지 등을 챙겼다. 덕분에 마음도 편안해졌다. 김 씨는 “내가 살던 데 이렇게 다시 와서 지낼 수 있어 좋아요”라고 말했다. “특히 세면대가 없어 혼자 씻기가 어려웠는데 이제는 혼자서도 씻을 수 있어요. 그리고 이분들이 와서 이것저것 챙겨주니 든든하고 고맙지요.” 김 씨는 부천시 복지국 복지정책과 의료급여관리사 이순호 씨, 부천시 대산동 행정복지센터 희망복지과 지역통합돌봄팀 이동준 씨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김 씨가 이렇게 자신이 살던 지역사회에 복귀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게 된 건 ‘지역사회 통합돌봄(커뮤니티 케어)’ 정책 덕분이다. 이는 노인이 살던 곳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 지원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이다. 이 정책의 일환으로 6월부터 전국 단위 공모를 통해 선정된 8개 기초자치단체에서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사업’(이하 선도사업)을 시작했다.

ㅣ▶문턱 제거 이전 모습│대산동 행정복지센터

ㅣ▶문턱이 제거된 모습│김청연 기자

부천시의 경우 의료급여수급자 중 장기입원자, 요양병원 장기입원자, 장기요양 등급외 A 대상자(연계모델), 65세 이상 노인(예방모델) 등 4개 모델로 시범사업을 운영 중이다. 부천시 복지위생국 복지정책과 지역통합돌봄정책팀 손보영 팀장은 “선도사업이 각 지자체 상황에 따라 특수성을 갖고 모형을 만들어보는 시도여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시형이면 도시형, 농촌형이면 농촌형 등 각 특성에 맞춰, 어르신 개별 상황에 맞춰 각기 다른 서비스가 필요하죠. 선도사업을 통해 우리 지역에 맞춤해 어떤 사업이 필요한지, 그 사업을 어떻게 꾸려갈지 고민하는 것 자체가 매우 중요한 과정이라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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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담 조직 꾸리고 부천형 모델 만들어
의료급여수급자 중 장기입원자 모델에 속하는 김 씨 측에 선도사업에 대한 정보를 알려준 건 의료급여수급자를 관리하던 부천시 의료급여관리사 이순호 씨였다. 이 씨는 병원에서 장기 입원 중이던 김 씨를 알게 되면서 선도사업을 통해 여러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정보를 전하고, 김 씨가 겪는 어려움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이 씨는 “시범사업이 있으니 도움을 드리겠다고 말씀드렸죠. 그리고 댁을 방문했는데 어르신이 지내시기엔 환경이 열악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르신의 건강상태, 여러 환경 등을 고려한 맞춤형 케어 플랜을 짜서 동으로 보냈습니다. 이후에는 동 지역통합돌봄팀, 종합사회복지관, 100세 건강실 등에서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세웠고요.”
부천시 선도사업은 이렇게 대상자인 입원 환자들의 구체적인 수요·욕구를 파악하고 퇴원 계획을 수립하는 ‘케어 플랜’, 대상자에 대한 지원 계획을 세우는 ‘접수 및 동 케어 회의’에 이어 연계·지역 포괄·재가·주거 등 자원 연계 등을 실시하는 ‘지원 및 사례관리’, 대상자 추적관리 및 사업 전반 평가(전문기관 의뢰 등)에 대한 ‘모니터링과 평가’ 등의 과정으로 진행한다. 김 씨의 케어 플랜에는 월 1회 동네 의원 방문(고혈압), 골절 수술 후 비타민D 약 처방(3개월에 1회 병원 방문), 보건소 방문간호 연계 등도 포함돼 있다.
지역과 대상의 특성에 맞는 통합돌봄 서비스 제공모형을 개발하자는 취지인 만큼 서비스는 대상자의 상황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자활기업 등 사회적경제 조직 등을 통해 진행한 문턱 제거, 세면기와 안전바 설치, 화장실 센서 등과 부엌 LED 교체 등 주거 환경 개선 서비스(효자손 케어서비스) 역시 김 씨의 건강상태, 상황 등에 맞춰 계획하고 실행한 것이다.
부천시는 선도사업을 시작하며 시 본청과 10개 광역동에 통합돌봄 전담 조직도 꾸렸다. 행정 단위를 기준으로 하는 36개 동을 돌봄 서비스 제공 단위를 기준으로 10개 광역동으로 개편하고, 이를 10개 종합사회복지관, 14개 건강생활지원센터 내 100세 건강실과 연결해 행정·복지·건강이 촘촘히 연계된 부천형 통합돌봄 모형을 제시하는 중이다.

ㅏ▶김 씨가 안전바를 잡고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다.

지역 5개 의약단체 가정 방문 의료
김 씨를 정기적으로 살피고 있는 부천시 대산동 행정복지센터 이동준 씨는 “2인 1조로 어르신 상황을 살피는데, 전화드리는 건 기본이고 지역사회 가까이 있는 만큼 직접 찾아가 보살펴드리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김 씨는 부천시, 대산동 행정복지센터 측에 고마움을 드러내며 “앞으로 지원받을 더 많은 선도사업을 생각하면 불편한 몸이지만 얼마든지 우리 지역사회에서 잘 살아갈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ㅏ▶화장실 안에 설치된 안전바│김청연 기자

앞으로 혼자 사는 어르신에게 말벗이 되어주는 AI 스피커, 누워서도 불을 끄고 켤 수 있는 IoT 스위치 등을 제공하는 ‘스마트홈 시범사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스마트홈 시범사업은 보건복지부와 LG유플러스가 협약해 부천시 지역사회 통합돌봄 대상자 250가구에 AI 스피커, IoT 기기(가스 잠김, 스위치 등)를 설치해주는 사업을 말한다. 또한 필요할 경우 지역자활센터 통합돌봄 사업을 통해 가정에 영양식을 배달해 어르신의 건강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편 지역 5개 의약단체(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간호사)가 가정으로 방문해 의료, 한방, 구강, 약료 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퇴원 환자 방문 의료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ㅣ▶화장실 안에 설치된 안전바│김청연 기자

부천시 측은 “선도사업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살기 원하는 어르신의 퇴원을 돕고, 부양가족의 부담을 경감하며, 장기요양 등급외자 등급 진입을 방지, 요양원·병원 등 입소를 지연해 지역 어르신 모두 지역사회에서 행복하게 살도록 민관이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청연 기자

2026년 초고령사회 앞두고 최저생계 등 삶의 질 높여

2026년 우리나라는 노인이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노인 57.6%가 거동이 불편해도 살던 곳에서 여생을 마치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김 씨에게 제공된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초고령사회를 앞둔 시점에서 국민의 돌봄 불안을 해소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매우 필요한 정책 중 하나다.
정부는 2018년 국무회의를 통해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통합돌봄 제공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추진 로드맵 및 4대 중점과제(주거, 건강·의료, 요양·돌봄, 서비스 통합 제공)를 제시했고, 올해 6월부터는 16개 시군구에서 지역과 대상의 특성에 맞는 통합돌봄 서비스 제공모형을 개발하자는 취지로 선도사업을 추진 중이다.
정부는 그간 지역사회 통합돌봄 등 ‘돌봄 보장’을 비롯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소득 보장’ 관련 정책을 추진해왔다. 올해는 이렇게 국민 누구나 기본생활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사회복지 정책의 출발점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2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1999년 9월 7일 제정, 2000년 10월 1일부터 시행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1조에 따라 생활이 어려운 자에게 필요한 급여를 행해 최저생활을 보장하고 자립을 유도하자는 취지로 시행 중이다.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 생계급여 30%, 의료급여 40%, 주거급여 44%, 교육급여 50% 등 가구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일정 비율 이하, 부양의무자(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가 없는 자 및 부양의무자가 있어도 부양 능력이 없거나 부양을 받을 수 없는 자 등 소득인정액 기준과 부양의무자 기준을 동시에 충족해야 한다. 부양의무자 기준이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격을 결정하기 위한 기준으로 수급 대상자뿐만 아니라 1촌 직계혈족(부모, 자식) 가구의 소득·재산 수준도 함께 고려하는 기준을 말한다. 정부는 2019년 초 장애인연금 또는 기초연금 수급자를 부양의무자로 둔 수급자 가구에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을 제외하는 등 기초생활보장 부양의무자 기준을 추가 완화하기도 했다.
2019년 기초생활보장제도 예산은 생계 3조 7000억 원, 주거 1조 6000억 원, 의료 6조 4000억 원, 교육 1000억 원, 자활 4000억 원, 해산·장제 338억 원 등 약 12조 3000억 원(국비 기준)이다. 국민기초생활수급을 받은 이들은 생계급여 123만 명, 의료급여 140만 명, 주거급여 153만 명, 교육급여 31만 명 등 2018년 말 기준으로 174만 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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