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8일 서울 성동구 동일로 ㈜플라이쿱 작업장에서 작업자가 컴퓨터 자수기 옆 모니터에 뜬 작업 설명, 수량, 색상, 납기일, 작업자 등의 정보를 확인한 뒤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두루루루룩, 두루루루룩.’
7월 18일 서울 성동구 동일로 ㈜플라이쿱 건물 4층에 들어서자 굉음이 귀를 때렸다. 컴퓨터 자수기에 한 줄로 길게 연결된 20개의 바늘이 초당 수십 번씩 오가며 똑같은 모양의 그림을 수놓고 있었다. 남산타워 주위를 무궁화꽃 4송이가 둘러싼 작은 그림이었다. 최성진 대리는 “냉장고에 붙이는 자석 기념품인데, 자수로 관광 명소를 표현해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있다”고 말했다. 컴퓨터 자수기는 디자인한 그림 파일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그림과 똑같이 수를 놓는 정밀 기계다.
아래층에서는 레이저 커팅기가 여러 개의 자수 그림이 새겨진 천에서 하나씩 오려내고 있었다. 파일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그림의 윤곽을 자른다. 최성진 대리는 “몇 년 전에 레이저 커팅기를 도입했는데, 컴퓨터 자수기용으로 디자인한 데이터를 레이저 커팅기에 맞게 다시 처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활용도가 떨어졌다. 그런데 스마트공장을 구축해 따로 놀던 기계들을 연동시킨 뒤 작업자들이 쉽게 활용하면서 생산량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공장이란 제품의 기획부터 판매까지 모든 생산과정을 정보통신기술(ICT)로 통합해 최소 비용과 시간으로 고객맞춤형 제품을 생산하는 첨단 지능형 공장을 뜻한다. 컴퓨터 자수기를 이용해 휴대전화 케이스, 한지 액자, 계급장 등 다양한 자수 제품을 생산하는 ㈜플라이쿱은 2016년부터 스마트공장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김기선 ㈜플라이쿱 대표가 여러 대의 모니터에서 생산 공정을 확인하고 작업 일정을 관리하고 있다.
컴퓨터 자수기로 휴대전화 케이스 등 생산
맨 처음 적용한 분야가 생산 일정 관리였다. 하나의 자수 제품이 완성되기까지 △디자인 기획과 샘플 제작 △업체 상담 및 디자인 수정 △업체 성향과 디자인 분석, 샘플 보완 수정 △업체 최종 확인 뒤 작업지시서 작성 △생산, 검수, 납품 등 여러 단계를 거친다. 김기선 대표는 “그 전까지는 생산 일정을 엑셀로 관리했는데, 종이로 작성한 작업지시서가 여러 부서를 돌아다녔다”고 말했다. “어떤 설비에 어떤 작업을 언제 넣어서 납기일을 맞출 거냐가 굉장히 복잡해요. 바쁠 때는 작업지시서가 100~120개 쌓이는데 일정 짜려면 머리가 아프죠. 여러 면에서 한계를 느끼고 있었는데, 마침 정부에서 스마트공장 구축비의 절반을 지원해준다고 해서 도입하게 됐습니다.”
작업지시서를 온라인으로 처리하자 종이 작업지시서를 분실할 염려도 없고, 직원 누구나 생산 일정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공장의 성과를 거둔 회사는 2018년 2단계 스마트공장 구축에 착수했다. 1단계 때만 해도 소극적이던 직원들은 어떻게 하면 작업을 편리하게 하고 원가와 불량을 줄일지 상의하고, ‘이런 게 생기면 좋겠다’ 의견을 모아 기능을 늘려나갔다.
2층 작업장에 들어가자 컴퓨터 자수기 옆에 큰 모니터가 달려 있었다. 2단계 때 도입한 것으로 작업 설명, 수량, 색상, 납기일, 작업자 등의 정보가 표시된다. 최 대리는 “작업자가 작업지시서 내용을 컴퓨터 화면으로 확인하고, 컴퓨터 자수기로 데이터를 전송하면 바로 제품이 생산된다”며 “여러 기계가 연동된다는 게 가장 중요한 장점”이라고 말했다.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뒤 불량률이 확 줄었다. 2017년 90%이던 불량률 개선율이 2018년 96%, 올해는 99%에 이르렀다. “컴퓨터 화면을 보면서 작업 결과물을 비교하니까 불량률이 낮아진 것 같아요. 그 전까지만 해도 작업자가 종이 작업지시서를 보고 디자인 부서에 전화해서 물어봤거든요. 어떤 실수를 했는지 바로 확인할 수 있으니 불량률이 줄고 제품도 잘 나오는 것 같습니다.” 또 물량과 작업 시간 등이 상세히 기록되면서 생산 단가를 좀 더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게 됐다. “단가 책정에서 제일 중요한 요소가 시간입니다. 생산 공정이 연동되면서 생산량이 늘고 작업 시간이 단축되다 보니 경쟁업체보다 단가를 낮출 수 있게 된 거죠.”
▶최성진 대리가 컴퓨터 자수기가 수놓는 제품의 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3단계 전력 측정 관리시스템 구축 중
스마트공장을 도입한 뒤 불량률뿐 아니라 목표 생산수량 달성률, 1인당 생산성, 제조원가 개선율, 납기일 준수율 등 대부분의 지표가 일제히 좋아졌다. 생산 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각 단계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면서 납기일 준수율이 2017년 80%에서 95%까지 올라갔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생산성 향상이다. 실적이 부서별, 개인별로 관리되면서 1인당 생산성이 2017년 75%에서 현재 95%까지 좋아졌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도 계속 늘고 있다. 김기선 대표는 “지금 상태에서 스마트공장이 없으면 작업이 마비된다”며 “종이 시절로는 못 돌아간다”고 단언했다. 직원들도 “스마트공장을 쓸 수밖에 없다. 이거 아니면 안 된다”는 분위기다.
㈜플라이쿱은 올해 6월부터 3단계로 각 설비에서 실시간 사용하는 전력을 측정하는 설비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에너지 절감의 목적도 있지만 각 설비의 에너지 정보를 활용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 게 더 큰 목표다. 설비별 생산 실적과 에너지 비용을 계산하면 더욱 정확한 제품 단가를 산출할 수 있다. 또 특정 설비의 전력량이 낮아지면 바로 점검하는 등 기계 관리까지 할 수 있다. 최 대리는 “이번에 3단계 작업을 하면서 전력량에 문제가 생길 경우 원격 무인 로봇 시스템처럼 자동으로 기계를 수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처럼 스마트공장의 수준을 한 단계씩 높일 때마다 다음 목표가 나타나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고 말했다.
4년째 ㈜플라이쿱에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고 있는 코에버정보기술의 박주현 차장은 “㈜플라이쿱은 스마트공장을 아주 잘 활용하는 경우다. 다른 업체는 ‘원래 하던 일이 바쁘다’ ‘거기에 투자할 인력이 없다’며 방치하는 일이 많다. 그런데 여기는 대표님부터 관심을 갖고 모든 직원이 사용하게 만들어, 구축한 입장에서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스마트공장을 자신에게 맞게 만들어놓으면 편한데, 그 단계까지가 어렵다. 처음 설계를 할 때 인원을 따로 빼서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데, 소규모 업체에서 이는 쉬운 일이 아니다. 도입을 고려하는 업체는 그 부분을 유념해 출발을 잘한다면 분명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스마트산단 지정해 신산업 거점으로
2014년부터 중소 제조업에 스마트공장 지원사업을 시작한 정부는 2018년 말까지 모두 7903개의 스마트공장을 보급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자료를 보면 생산성이 30% 높아지고 제품 불량률은 43.5% 떨어지며, 생산원가와 납기는 각각 15.9%, 15.5%씩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제조업 생산 현장의 스마트화는 제조업 혁신을 위한 정부 전략의 핵심이다. 정부는 2018년 12월 13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2022년까지 제조업 분야 중소기업에 생산공정 자동화와 함께 실시간으로 제품 데이터 분석 및 활용이 가능한 지능형 스마트공장 3만 개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종업원 10명 이상 국내 중소 제조업체 가운데 약 48%가 스마트공장을 갖추게 되는 셈이다. 중기벤처부는 올해 스마트공장 구축 목표를 4000개로 잡고 모두 3428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는 2018년 예산 1330억 원 대비 2.6배 늘어난 금액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업체가 함께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 ‘상생형 모델’에는 정부와 대기업이 각각 30%, 중소기업이 40%를 분담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조업이 밀집한 산업단지 전체를 ‘스마트산단’으로 지정해 기존 제조 공정의 혁신과 함께 미래 신산업 발굴과 창업기업 육성의 거점으로 키운다. ICT를 활용해 산단에 입주한 기업끼리 자원과 데이터를 연계함으로써 네트워킹 효과를 극대화한다. 2022년까지 모두 10개의 스마트산단을 조성하는데, 올해에만 국비 2000억 원 이상을 지원한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
스마트·친환경·융복합 가속, 제조업 세계 4대 강국 도약
정체 위기에 빠진 제조업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는 6월 19일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을 발표했다. 신산업부터 소재·부품·장비산업, 주력산업에 이르기까지 제조업 전반을 지원해 세계 4대 제조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그림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제조업은 우리 경제의 근간이고 제조업 부흥이 곧 경제 부흥”이라며 제조업 분야의 재도약이 한국 사회에 주어진 시급한 과제임을 강조했다.
먼저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 등 3대 핵심 신산업을 주력산업으로 육성한다. 기존 주력산업은 산업군별 차별화된 전략으로 고부가가치 유망 품목으로 전환한다. 반도체·디스플레이·이차전지는 적기 대규모 투자, 차세대 기술선점 지원 등을 통해 경쟁자가 쫓아올 수 없는 절대 경쟁력인 ‘초격차’를 이룬다. 자동차와 조선은 친환경·스마트화로 재도약을 추진하고, 섬유·의류·가전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첨단 스마트산업으로 육성한다. 제조업의 허리인 소재·부품·장비산업에는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쳐 100대 핵심기술 개발에 매년 1조 원을 투자한다.
변화하는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자 스마트화·친환경화·융복합화에도 발 빠르게 나선다. 친환경차·선박, 공기산업, 에너지 신산업 등 친환경 시장을 공략할 기술개발과 인프라 구축, 수요 창출을 지원하면서 클린팩토리·청정제조산업단지로의 전환을 유도해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한다. 아울러 기업구조혁신펀드를 현행 1조 원에서 5조 원까지 확대해 상시적인 사업 재편과 기업의 구조혁신을 돕는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지원해온 조선·자동차 등 일부 업종은 이미 본격적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6월 세계 선박 발주량의 절반(선박 6척, 총 34만CGT 규모)을 따내며 두 달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조선업은 2018년부터 뚜렷한 수주 회복세를 보였다. 2018년 수주량은 1263만CGT로, 2017년보다 66.8% 늘어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고용 상황 개선 조짐도 곳곳에서 나타나 2018년 9월 조선업의 고용보험 피보험자가 32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고 그 폭이 점점 커지고 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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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