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주체로 문제의 뿌리 보며 평화문화 확산”

2019.08.08 최신호 보기


l▶7월 12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실에서 장애아동 교육권 취재와 촬영을 마친 미디어눈 프로젝트팀이 자리를 함께했다. 조은총(30·대표·UC샌디에이고 사회학 박사과정), 윤형(23·프로젝트 매니저·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김태현(22·프로젝트 매니저·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김동구(22·촬영 및 취재·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송준호(28·프로젝트 매니저·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국제평화학 석사과정), 최중무(22·프로젝트 매니저·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앞줄 왼쪽부터 시계 반대 방향.

발달장애 초등학생 아이를 둔 한 어머니가 젠가 하나를 뽑아 들고 적혀 있는 질문을 읽었다.
“하루 동안 우리 아이로 살 수 있다면?”
그는 잠깐 생각해보다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아이가 어렸을 때 ‘우리 아이가 외계인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SF 영화처럼 외계인 숙주가 머릿속으로 들어가서, 이 아이가 지구에 적응을 못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소리에 민감해서 어렸을 때 밖에 나가서 버스 소리나 다른 소리가 들리면 그렇게 울었다. 만약 내가 우리 아이와 하루 동안 바꿔 산다면 공포영화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시끄러운 소리, 쇳소리… 서울 한복판에서 ‘세상이 얼마나 공포스러울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곁에 나란히 앉은 다른 세 명의 엄마들이 크지도 작지도 않게 공감의 표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은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학교 행복기숙사 아름원 1층에 마련된 오픈랩 스튜디오다. 7월 16일 오후 미디어눈 프로젝트팀이 3시간째 영상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영상의 주제는 ‘장애아동 교육과 특수학교 인식 개선’으로 장애아동의 교육권에 대한 고민을 담을 것이라고 했다. 촬영을 총괄 진행하는 조은총 미디어눈 대표는 “공익 이슈 영상을 만들어 널리 알리고 싶은데 사람들이 잘 안 보더라. 조회 수가 많지 않으면 우리도 힘들지만 촬영에 참가한 출연자들도 힘들게 나왔는데 안타깝더라. 그래서 괜스레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불쌍한 음악 깔지 말고 재미있게 하자는 뜻에서 젠가를 도입했다. 꽝도, 통과도 있고 선물도 있다”라고 귀띔했다.
출연자는 모두 4명. 한 명의 이야기가 끝나고 다른 출연자가 조심스럽게 블록 하나를 뽑았다.

l▶7월 12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실에서 취재와 촬영에 열중하고 있는 미디어눈 프로젝트팀.

“지속 가능성 위해 돈은 다른 데서 벌어”
미디어눈은 ‘모든 목소리에 가치를’이라는 비전 아래 다양성의 가치를 확산하는 공익 콘텐츠 창작 비영리 청년 미디어팀으로 2017년에 발족했다. 당시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평화학 석사과정 대학원생 4명이 미디어눈을 시작했고, 2019년 7월 현재 진행 중인 장애아동 교육권 프로젝트에는 10명 안팎의 활동가가 동참하고 있다. 이들은 2018년에는 ‘탈북청년’과 ‘이주청년’을 주제로 취재 및 보도를 했고, 올해 상반기엔 실버 세대의 크리에이터 도전기와 에코청년을 주제로 미디어 콘텐츠를 만들었다. 지금은 장애아동과 학교 밖 청소년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 중이다.
7월 12일 서울 영등포에 있는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실에서 촬영을 마친 미디어눈 활동가 6명(김동구, 김태현, 송준호, 윤형, 조은총, 최중무)과 인터뷰를 했다. 6명이 때로는 한 명씩, 때로는 한꺼번에 답했기 때문에 전체의 목소리로 답변을 정리했다.

l▶7월 16일 서울 동대문구 경희대학교 행복기숙사 아름원 오픈랩 스튜디오에서 미디어눈 프로젝트팀이 영상에 출연하는 학부모들과 촬영 진행 과정을 협의하고 있다.

-미디어눈은 어떤 미디어팀인가?
=평화 저널리즘과 솔루션 저널리즘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 기존 미디어 활동과 더불어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이 어울려 살 수 있는 평화 문화의 확산을 목적으로 한다. 전문가의 목소리보다는 일상의 삶을 사는 시민의 주체적인 목소리를 듣자는 것이며, 문제의 겉을 보기보다는 뿌리를 보자는 것이다. 지금 하는 프로젝트인 장애아동의 경우, 특수학교를 몇 개 더 짓자는 목소리를 내는 데 그쳐선 곤란하다. 장애아동 교육권의 기본적인 고민이 먼저다. 학교에 보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이 졸업하고 나면 사회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가 없다. 우리 사회 밑바닥의 차별을 보자는 것이다.

-수익을 내는 모델이 있는가?
=여러 고민이 있었고 지금도 일정 부분 고민하지만 우리는 비영리조직으로 가기로 했다. 많은 미디어 스타트업이 생겼지만 수익 모델이 한계에 도달해 없어진 미디어가 적지 않다. 우리 미디어눈은 지속 가능성을 위해 돈은 다른 데서 벌어오더라도 비영리 시민활동으로 활동을 지속하자는 마음을 모았다. 돈을 벌기 위해 미디어팀을 운영한다면 (돈이 떨어지면) 활동을 중단하게 된다.

l▶2019년 5월 문화체육부 주최 <문화다양성 증진과 가치관광확산 문화콘텐츠 공모전>에서 7080 노인들의 콘텐츠 크리에이터 도전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영상 분야 대상을 수상한 미디어눈 팀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미디어 활동 넘어 토크 콘서트도 열어”
-그동안 어떤 성과가 있었으며 목표는 무엇인가?
=탈북청년 시리즈 14편이 <오마이뉴스> 톱기사로 선정, 배치되었고 포털의 사회 뉴스 메인에 나오기도 했다. 브런치, 페이스북, 유튜브를 통해 영상과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2019년 5월에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문화다양성 증진과 가치 확산 문화콘텐츠 공모전> 영상 부문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영상과 기사 작성 같은 미디어 활동에 그치지 않고 토크 콘서트를 진행해 취재원과 시민들이 직접 만날 기회도 만든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거나 수익이 생기는 것을 당장 기대하지는 않는다. 세대 갈등, 남북 갈등, 다문화와 장애인에 대한 차별 등을 하나씩 이해하고 이야기해나가는 활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 목표다. 단 한 사람이라도 우리의 콘텐츠를 통해 사회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

l▶2019년 5월 18일에 열린 에코청년 토크콘서트 포스터.  │미디어눈

-프로젝트 기획은 어떻게 하는가?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고 다 같이 토론해 발전시킨다. 개인적인 경험에서 실마리가 나오기도 했다. 초등학교 시절 운동회 때 선생님께서 같은 반의 자폐증 친구를 출발선보다 훨씬 앞서 출발시킨 것을 억울하게 생각했는데 지금은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는다고 털어놓은 한 활동가의 경험에서 장애학생 교육권 아이템이 발전했다. 교양과목 댄스스포츠 시간에 함께 춤을 춘 누나가 학기가 끝나고 나서 ‘북에서 왔다’고 했는데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라는 점이 정말 신기했다’는 또 다른 활동가의 경험에서 탈북청년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누군가는 한 달간 샴푸 안 쓰고 머리 감기를 실천하면서 에코청년이 나오기도 했고….

-영상을 만들려면 장비뿐 아니라 취재 활동비도 만만찮게 들 것 같은데 어떻게 충당하는가?
=2018년에 했던 탈북청년 프로젝트는 경희대학교 전환21 학생 연구사업에 선정되었다. 지금 하는 장애아동 교육권 인식개선 사업은 재단법인 동천의 공익사업으로, 에코청년 영상과 토크 콘서트는 재단법인 숲과나눔 풀씨 사업으로, 학교 밖 청소년 사업은 재단법인 인권재단 사람 인권 프로젝트로 각각 선정이 되었다. 취재와 회의비, 진행비에 쓰고 있다. 일부 금액을 인건비로 사용할 수는 있으나 대중교통 요금을 약간 보조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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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되지 않는 곳에도 청년창업 지원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현재 정부가 청년창업 지원을 굉장히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도 그런 교육을 받아봤고 알아본 적도 있는데, 제조업처럼 눈에 보이는 수익구조가 확실한 곳에 창업 자금이 집중되는 문제가 있더라. 청년 고용을 늘리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지만 돈이 되지 않더라도 아이디어를 갖고 사회에 공헌하는 공익 비영리조직을 꿈꾸는 청년들도 꽤 있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겠다. 상당수 스타트업은 망한다. 교육받으러 갔더니 강사가 ‘자기 돈으로 망하지 말고 정부 돈으로 망하세요!’라고 하더라. 수익창출 사업만 지원하지 말고 사회적 기업이나 협동조합처럼 망하지 않고, 망할 수 없는 청년 시민단체 쪽에도 조금만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다른 엄마 한 명이 뽑은 젠가에는 이런 질문이 적혀 있었다.
“내가 교육부 장관이라면?”
그 엄마는 젠가를 내려놓으며 또박또박 이렇게 말했다.
“교육부 장관이 뭘 그렇게 많이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특수 교사랑 일반 교사를 합쳐서 교사 양성 과정을 진행하겠다. 특수반이든 일반반이든 학생 중심의 교육을 진행하겠다. 통합교육이랑 특수교육의 교사 양성 과정이 다른 게 문제다. 그러면서 나중에 통합하라고 하는데 일반 교사들이 이런 말을 한다. ‘교사 양성 과정에서 장애에 대한 교육을 전혀 받아본 적이 없는데 나중에 내 반에 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오면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 친구들에 대해 전혀 모르니 자꾸 제압하려고 하는데 이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통합교육을 하려면 교사 양성부터 같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디어눈 팀이 만들고 있는 장애아동 교육권에 관한 영상과 기사는 9월부터 순차적으로 공개되며, 11월에는 토크 콘서트가 열릴 예정이다.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 미디어눈을 검색하면 볼 수 있다.
http://medianoon.com

글·사진 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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