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허리 따라 통일 한 걸음 생명 한 걸음

2019.09.04 최신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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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요일 우리 국민과 전 세계인들은 판문점에서 일어나는 역사적인 장면을 지켜봤습니다. 정전협정 66년 만에 사상 최초로 당사국인 북한과 미국의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두 손을 마주 잡았고 미국 정상이 특별한 경호 조치 없이 북한 정상의 안내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습니다. (중략) 그에 앞서 저는 트럼프 대통령과 군사분계선으로부터 불과 25m 거리에 있는 최전방 GP를 방문했습니다. 한미 양국의 대통령이 함께 DMZ(비무장지대)를 방문한 것은 사상 최초입니다.”

l▶ 화살머리고지 정상 GP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6월 30일 판문점 회동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이 7월 2일 국무회의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분단의 아픔을 담은 비무장지대는 남북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는 가운데 자연의 위대한 생명력으로 거듭나고 있다. 아울러 역사와 자연, 평화가 공존하는 비무장지대를 둘러보는 DMZ 평화의 길(이하 평화의 길) 체험이 인기를 끈다.

l▶‘DMZ 평화의 길’ 철원 코스

열흘 새 주인 24번 바뀐 격전의 백마고지
평화와 안보의 현주소를 생생하고 특별하게 경험할 수 있는 평화의 길은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감시초소(GP) 철거, 유해발굴 등 긴장 완화 노력이 이뤄지는 고성(동부), 철원(중부), 파주(서부) 3개 지역에서 시작한다. 아름다운 자연과 더불어 백마고지 전적지, 유해발굴 지역 등 남북전쟁의 아픔이 깃든 분단의 땅을 돌아보는 철원 코스는 15.0km로 3시간이 소요된다. 화산암이 분출해 이뤄진 용암대지 철원평야 사이로 한탄강이 흐른다. 철원 구간은 백마고지 전적비에서 A통문까지는 차량으로 이동하고 A통문부터 화살머리고지가 보이는 B통문까지는 DMZ 남측 철책을 따라 3.5km를 걸어서 이동하는 경로다. 그곳에서부터 비상주 GP까지 차량으로 이동한다.
“4월 27일 고성 구간이 최초로 개방됐고, 6월 1일부터 철원 구간이 개방됐습니다. 그리고 철책선 안으로 들어가서 군인들이 경계근무를 서는 비상주 초소가 국민에게 개방되는 것은 바로 이곳 철원이 최초입니다. DMZ의 특성상 방문객들의 주의가 필요한 부분이 있습니다. 첫째, 안전한 여정이 되기 위해 저를 포함한 진행 요원의 안내에 철저히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경로를 벗어나는 단독 행동을 포함, 철조망을 만지거나 하는 작은 행동이 여러분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곳을 지키는 군인들의 작전 수행에 큰 장애가 될 수 있습니다. 둘째, DMZ는 사람의 손길이 최소화된 생태 보전 지역입니다. 실수로 버려진 음식물이나 설탕 음료가 이곳 동식물들의 터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담배를 비롯해 화재를 일으킬 수 있는 어떤 위험 요소도 각별히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DMZ 평화의 길’은 우리가 모두 만들어가는 길입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협조를 부탁드리며, 이제 저를 따라 이동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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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가 시작되는 백마고지 전적비 주차장 앞에서 안내를 맡은 해설사가 관광객들에게 설명한다. 그를 따라 중부전선 최전방으로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으로 이동한다. DMZ 안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은 유엔군사령부 관할이다. 군인도, 민간인도 엄격한 출입 통제를 받기 때문에 정전 이래로 DMZ가 민간인에게 개방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누구도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단절의 땅이었기에 청정 자연이 고스란히 보존된 ‘생물자원의 보고’지만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일촉즉발의 화약고 같은 땅이기도 했다. 전쟁 기간 중 가장 치열한 고지 쟁탈전이었던 ‘백마고지 전투’가 벌어진 땅을 바라본다. 백마고지 전투는 1952년 해발 395m의 이름 없는 고지를 탈환하기 위해 국군 제9사단과 중공군 제38군 3개 사단이 벌였던 전투를 말한다. 열흘간 무려 12차례의 공방전이 이어지며 고지의 주인이 24번이나 바뀌었을 정도로 격전이 벌어졌다.
철원평야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백마고지 전망대를 지나 DMZ로 들어가는 공식 통로인 A통문(59통문)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해설사는 군사분계선, 남방한계선, 비무장지대 그리고 민통선의 개념에 대해 설명을 이어간다.

l▶ 2018년 12월 28일 고성 통일전망타워 개관식

남북 공동 시범 유해발굴 화살머리고지
“우선 휴전선으로 보통 알고 계시는 군사분계선 MDL(Military Demarcation Line)를 기준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에 따라 남과 북 사이에 생긴 선이지요. 군사분계선에는 철조망도 장벽도 없습니다. 1953년 정전협정에 따라 한반도 서쪽에서 동쪽까지 일정한 간격으로 총 1292개의 군사분계선 표지판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70년의 세월로 인해 녹슬고 철판만 남은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바로 이 MDL을 기준으로 남과 북으로 각각 2km 위치한 곳에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이 있습니다. 그리고 남방한계선과 북방한계선 사이에 놓인 4km의 완충지대가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입니다. DMZ는 정전협정 당사자인 유엔군사령부 관할이기 때문에 지금부터 우리는 그 규정에 적용을 받는 것입니다. 남방한계선은 동쪽의 고성에서 서쪽의 파주까지 한반도의 허리를 가르며 248km에 걸쳐 빈틈없이 세워져 있습니다. 196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나무 기둥에 철조망을 두른 목책이었다고 합니다. 남북 간 긴장이 높아지며 목책은 철책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여러분이 서 있는 이곳에 철책선이 없는 걸까요? 지도상에 표시된 남방한계선과 실제 철책의 위치는 약간 다릅니다. 냉전을 거치면서 남북이 각각 관측이 용이한 지점을 확보하고자 조금씩 다가선 결과지요. 여러분은 조금 더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신 후에 철책을 만나게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민통선은 남방한계선 남쪽으로 5~20km 지점에 자리한 민간인 출입 통제선입니다. 1954년 2월, 미국 육군사령관 직권으로 휴전선 일대의 군사작전과 군사시설 보호, 보안 유지를 목적으로 만들었습니다. 민통선 안 마을의 주민은 군사시설보호법에 따라 일정한 절차를 거쳐 농사를 짓거나 하며 생활합니다.”

l▶ ‘DMZ 평화의 길’ 고성 코스

C통문을 거쳐 비무장지대의 GP로 들어가게 된다. 통문은 비무장지대 안에 있는 GP와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유일한 문이다. 통문을 통과하지 않고 비무장지대를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통문은 트럭 한 대가 간신히 통과할 수 있는 크기로 평소에는 겹겹의 자물쇠로 잠가둔다. 이곳은 병력이 상주하지 않는 비상주 GP로 상황이 발생하면 지체 없이 병력이 출동한다. 북한군 GP는 인공기와 최고사령관기를 함께 게양하는 경우가 많지만, 한국군 GP는 유엔 협정을 준수하는 감시초소라는 상징으로 태극기와 유엔 깃발을 상시 내걸고 있다.
이어 유해발굴 장소인 화살머리고지로 이동한다. 화살머리고지로 들어가는 통문 앞 한국군 상황실 외벽에는 ‘조국의 품으로 반드시 모시겠습니다’라고 적인 대형 현수막이 붙어 있다. 화살머리고지는 오른편 3km 지점에 있는 백마고지와 함께 6·25전쟁의 격전지로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남북이 시범적 공동 유해발굴에 합의한 장소이기도 하다. 이 합의에 따라 한국 정부는 2018년 10월 1일부터 유해발굴에 필요한 출입로와 수색로 확보를 위한 지뢰 제거 작업을 진행하고 도로를 만들었다. 정전 이후 65년 만에 처음 열린 땅이니 지뢰와 불발탄이 도처에 널려 있었다. 제거한 폭발물만 1800발이 넘을 만큼 위험하고 힘든 작업이었다. 자국이 선명한 철모와 수통 등 주인의 마지막을 대신 말해주는 유품들도 함께 발굴됐다. 누군가의 귀한 아들, 아버지, 남편이었을 이들의 삶을 간직한 물건이었다. 본격적인 유해발굴이 이뤄지기 전이었지만 이 과정에서 국적도, 신원도 알 수 없는 13개체의 유해가 발견됐다.

l▶구선봉 및 해금강(DMZ)

통일전망대 서면 금강산 봉우리 첩첩이
화살머리고지에는 국군 전사자 200여 구와 미군과 프랑스군 등 유엔군 전사자 300여 구 유해가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해발 281m 높이의 화살머리고지에서 정전협정 체결 직전까지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다. 화살머리고지는 1952년 유엔군 프랑스대대가 한국전쟁 당시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장소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전투에서 44명의 프랑스 병사가 전사했다. 이곳에서 청춘을 바친 프랑스대대 참전용사 장 르 우(Jean Le Houx)의 유해도 발굴됐다. 한국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유엔군 프랑스대대에 자원한 장 르 우 참전용사는 1951년 12월부터 1953년 1월까지 한국에 파병됐고 프랑스대대의 주요 전투에 모두 참전했다. 프랑스 한국전참전용사협회장인 파트릭 보두앙(생망데 시장 겸 하원의원)과 장 르 우 참전용사의 유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7년 11월 1일 장 르 우의 유해 봉환식이 열렸다. 봉환식에는 피우진 국가보훈처장과 줄리앙 드뤼프 주한프랑스대사관 수석 참사관도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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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코스는 금강산과 설악산을 연결하는 고성 코스다. 고성 A코스(7.9km)는 2시간 30분, B코스(7.2km)는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금강산 육로 관광이 시작된 역사의 현장인 고성 DMZ는 금강통문을 거쳐 금강산전망대에 도착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해금강과 금강산 풍경은 도보 여행에 나선 이들에게 말로 다할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한다. 통일전망대에서는 금강산 최고봉인 비로봉과 일출봉, 채화봉, 옥녀봉, 신선대, 구선봉, 해금강, 감호 등 계절마다 다른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DMZ 평화의 길은 2019년
4월 27일 고성 지역을 시작으로, 6월 1일 철원 지역에 이어 마지막으로 8월 10일에는 파주 지역도 개방됐다.

글 강민진 기자
사진 행정안전부·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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