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 참가자들이 7월 2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정부의 사죄를 촉구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한겨레
정부는 일본과 국제사회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국제규범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설득하기 위해 숨 가쁘게 움직였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 24일 일본 정부에 수출통제 강화조치 원상회복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우대국 명단)에서 제외하려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7월 1일 일본 경제산업성이 입법 예고한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 의견서를 일본 정부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성 장관은 이번 개정안에 대해 “15년 이상 화이트리스트 국가로 인정해오던 한국을 비(非)화이트리스트 국가로 분류해 수출 통제를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것”이라며 “60년 이상 긴밀하게 유지·발전해온 한일경제 협력 파트너십과 동북아 안보협력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양국 간 경제협력 및 우호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사전 협의도 없이 입법 예고한 것에 유감을 표명했다.
성 장관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은 국제규범에 어긋나며, 글로벌 가치사슬과 자유무역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국가에서 제외하는 것은 무역장벽을 실질적으로 감축하고, 차별적 대우를 철폐하고자 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ATT)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며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하지 않으며 선량한 의도의 민간 거래를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출 통제에 대한 회원국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바세나르 체제의 기본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한국 기업은 물론 일본 기업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근시안적 조치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 장관은 마지막으로 “양국의 기업과 국민은 일본의 이번 개정안 시행으로 지난 60여 년 발전시켜온 공생·공존의 한일 간 경제협력의 틀이 깨지는 것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며 “한국 정부는 이번 문제 해결뿐 아니라, 미래지향적 관계 발전을 위해 언제 어디서든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 기술 국산화 통한 ‘극일’ 강조
문재인 대통령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맞서 기술 국산화 독려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7월 22일 “자유무역 질서를 훼손하는 기술 패권이 국가 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신기술의 혁신 창업이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며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확대 움직임에 대비한 벤처, 제조업 투자 강화를 강조했다. 일본 정부를 비판하면서 거듭 기술 국산화를 독려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부품소재 분야의 혁신 산업과 기존 부품소재 기업의 과감한 혁신을 더욱 촉진하고자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 분야에서도 유니콘 기업과 강소기업이 출현하길 기대한다”며 “정부는 지금의 어려움을 오히려 기회로 삼아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제조업 혁신을 위해 국가적 차원의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수출규제 조치에 대항해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국제 분업체계 속에서 평등하고 호혜적인 무역을 지속해나가려면 산업의 경쟁력 우위 확보가 필수적임을 다시 한번 인식하게 됐다”며 “지금까지 우리는 가전, 전자, 반도체, 조선 등 많은 산업 분야에서 일본의 절대우위를 하나씩 극복하며 추월해왔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거듭 ‘극일’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중소기업들이 국산화에 기술을 갖추거나 제품 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공급망에 참여하지 못해 사장되거나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며 “우리 부품소재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와 대·중·소기업이 함께 비상한 지원 협력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국내 관광 활성화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성장 동력에서 수출 부진을 만회할 수 있는 길은 국내 소비와 관광을 활성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취약계층 폭염과 국민 안전대책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하면서 나온 말이지만 최근 급감한 일본 방문 한국 관광객들에게 국내로 눈길을 돌려달라는 당부로 풀이된다. 그는 “2018년 해외로 나간 관광객 수는 3000만 명에 가까웠던 반면, 방한 관광객 수는 절반 수준으로 관광수지 적자가 132억 달러에 달했다”며 “더 많은 국민이 국내에서 휴가를 보낼 수 있도록 한다면 우리 경제를 살리는 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일방적 압박 거두고 외교적 해결의 장 나오길’
정부는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계속 사실과 다른 주장을 반복한다면서 이를 반박하는 입장을 밝히고 일본에 수출규제 조치 ‘원상회복’과 한일 수출통제 당국자 간 협의를 거듭 촉구했다. 정부는 7월 19일 강제징용 배상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 상황과 관련해 “일본 정부가 보복적 성격의 수출규제 등 일방적인 압박을 거두고 외교적 해결의 장으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날 한국을 상대로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겠다’는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의 담화와 관련해 배포한 ‘입장’에서 이렇게 밝혔다. 정부는 “우리 사법 판결과 절차, 그리고 청구권 협정상 분쟁해결 절차에 관한 일본 정부의 일방적이고 자의적인 주장에 동의할 수 없으며, 이와 관련된 요구에 구속될 필요도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진정한 해결을 위해서는 일본이 불행한 역사를 직시하면서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 치유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이미 제시한 대법원 판결 이행 문제의 원만한 해결 방안을 포함해 양국 국민과 피해자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일 측과 함께 논의해나갈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의 여러 차례에 걸친 명확한 설명에도 일본 측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이 반복되는 데 대해 안타깝다”면서 “명확한 사실관계를 기반으로 정부의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강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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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