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수산부
2018년 9월 제주 앞바다에 방류한 국제적인 멸종위기종 붉은바다거북이 죽은 채로 발견됐다. 몸길이 42㎝의 3년생 붉은바다거북 한 마리에서 나온 쓰레기는 모두 225조각, 무게는 10.24g에 이르렀다. 부검 과정에서 등껍질을 열고 내장을 분리해내자 비닐, 플라스틱 조각 등 쓰레기가 쏟아져 나왔다. 국내 한 대형 수족관에서 전시용으로 사육되다 개체수 회복을 위해 2018년 8월 29일 다른 바다거북과 함께 방류됐다가 11일 만에 플라스틱 쓰레기를 잔뜩 먹고 폐사한 것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구진이 최근 2년간 죽은 채 발견된 바다거북 38마리를 부검한 결과, 20마리의 소화기관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왔다. 유엔이 2017년 발표한 ‘해양오염 팩트시트’에 따르면 매년 800만 톤이 넘는 플라스틱이 바다에 유입된다. 플라스틱 쓰레기는 해마다 100만 마리의 바닷새와 10만 마리의 해양 포유류, 바다거북,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물고기를 죽인다.
40개 해안 쓰레기 절반 넘어 플라스틱
전 세계 해양쓰레기의 대다수로 추정되는 플라스틱은 해양생물의 생명을 위협한다. 바다가 오염되면 바다 먹거리도 오염되고 먹이사슬로 연결된 우리의 삶도 위태로워진다. 2015년 사단법인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이 조사한 자료를 살펴보면 해양오염의 원인이 보다 명확해진다. 전국 40개 지역 해안의 해양쓰레기 7만 2399개를 분류한 결과, 플라스틱 종류(55.6%)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어구를 비롯해 페트병·포장재 등 생활용품이 플라스틱에 포함된다.
넓게 보면 플라스틱류에 속하는 스티로폼(14.7%)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다음으로 담배꽁초·불꽃놀이 용품(5.6%), 유리(4.8%), 외국발 쓰레기(4.7%), 나무(4.7%), 금속(3.8%), 종이(2.3%), 의류·천(2.3%) 순으로 집계됐다. 현재 해양오염의 주범이 플라스틱이라는 조사 결과다.
큰 플라스틱보다 심각한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잘게 쪼개진 플라스틱이다. 바다에 떠다니는 다양한 플라스틱계 쓰레기가 풍화작용과 자외선에 의한 광화학 반응으로 부서지면서 지름 5㎜보다 작은 미세 플라스틱이 된다. 해양 미세 플라스틱 오염원으로 최근 주목받는 것은 각질 제거나 세정, 연마 등의 기능을 위해 화장품이나 스크럽제, 치약 같은 생활용품에 넣는 작은 플라스틱 알갱이다.
미세 플라스틱이라는 표현을 처음 쓴 영국 플리머스대 리처드 톰슨 교수와 영국 엑서터대 스테퍼니 라이트 교수 등은 2013년 2월 국제 과학저널 <환경오염>을 통해 한국 주변까지 순환하는 해류인 북태평양 아열대 순환류에 미세 플라스틱이 1ℓ에 최대 0.25㎎꼴로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바닷물 속에 녹아 있는 희귀 원소인 알루미늄, 구리, 은, 금, 인, 몰리브덴, 주석, 납, 수은, 안티몬 등을 모두 합한 것보다 100배 이상 높은 함량이다.
거제 해안 미세 플라스틱 전 세계 최고
해양생물이 먹이로 잘못 알고 먹거나 물과 함께 체내로 빨려 들어온 미세 플라스틱은 생물체에 포만감을 주어서 영양 섭취를 저해할 수 있다. 2016년 말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작성한 ‘해양 미세 플라스틱의 환경 위해성 연구 중간보고서’를 보면 미세 플라스틱이 실제로 해양생물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드러난다. 연구 팀은 동물 플랑크톤을 40일 동안 미세 플라스틱에 노출시켜 만성 독성 평가를 실시했다. 그 결과 생존율이 감소하고 발달 지연 현상이 나타났다. 실험실에서 인위적으로 독성 평가를 한 결과이긴 하지만 미세 플라스틱이 실제로 생물체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국내 최초로 입증한 연구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2012~2014년 남해 거제도 해안과 근해인 ‘우심해역 모래해안’과 해수 표층에서 채취한 미세 플라스틱의 양은 전 세계 최상위 수준이다.
바다의 미세 먼지라고 할 수 있는 미세 플라스틱은 물고기 먹이가 되어 먹이사슬을 타고 인간의 식탁으로 되돌아온다. 우리 은하계 별의 개수보다 500배가 넘는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전 세계 바다를 떠다닌다. 유엔에 따르면 바다에 떠도는 미세 플라스틱 조각은 전 세계 51조 개으로 추산된다. 인류는 이미 플라스틱을 너무 많이 버렸다.
박유리 기자
폐어구 부표 보증금제도 등 해수구 플라스틱 저감대책
해양수산부는 5월 30일 플라스틱 없는 깨끗하고 안전한 바다를 만들기 위해 발생·수거·처리 등 전 주기 관리 방안을 담은 ‘해양 플라스틱 저감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4대 분야, 12개 추진과제를 통해 해양 플라스틱을 2018년 대비 2022년까지 30%, 2030년까지 50% 저감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
해수부는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를 근본적으로 줄이고자 발생 원인별 특성을 고려한 예방 체계를 구축했다. 해양 플라스틱 쓰레기의 약 53%를 차지하는 폐어구·폐부표의 회수를 촉진하기 위해 폐어구·폐부표를 가져오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어구·부표 보증금 제도’를 2021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아울러 단기간에 미세 플라스틱으로 변형되기 쉬운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교체·보급하는 사업도 확대한다. ?하천을 통해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차단하기 위해 해역관리청뿐 아니라 하천관리청에도 플라스틱 쓰레기의 해양 유입 차단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다.
해양 플라스틱 수거·운반 문제에 대한 대책도 내놨다. 접근성이 낮아 관리가 잘 되지 않던 도서 등 해양쓰레기 수거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도서 지역에 집하장을 설치하고 정화 운반선을 권역별로 배치하는 등 주기적인 해양쓰레기 수거·운반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배타적경제수역의 해저 쓰레기는 어업 단체와 협력해 수거하고 2022년에 건조되는 대형 방제선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수거 체계 효율화를 위해 해양쓰레기의 발생 현황과 이동 경로를 분석, ‘해양 플라스틱 분포 지도’를 작성해 수거 작업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수거 실적이 우수한 어촌계에는 혜택을 부여하고 어한기 등 일정 기간에 폐어구를 집중 수거하는 등 지역민이 참여하는 수거 환경도 조성한다. ?
해양쓰레기 처리도 더욱 엄격해진다. ‘해양쓰레기 위탁 처리업체 선정 및 사후관리 지침’을 마련해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적법 처리 여부를 점검한다. 해양쓰레기에 묻은 염분과 이물질을 제거하는 ‘해양쓰레기 전처리 시설’을 권역별로 구축하고 폐어망 원사 추출 기술 등 관련 기술 개발로 해양 플라스틱의 효과적인 처리 및 재활용을 도모한다.
박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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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