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엠솔류션 서울 명동점
9번째 유니콘 선정된 지피클럽
서울 명동은 K-뷰티의 중심지다. 이곳에 자리 잡은 화장품 매장만 150개가 넘는다. 특히 유네스코회관에서 명동성당에 이르는 유네스코길은 한 집 건너 한 집이 화장품 가게일 정도다. 7월 12일 유네스코길에서는 화장품 가게마다 직원들이 나와 외국인 관광객에게 화장품 샘플이나 판촉물을 나눠주고 있었다. 중국어와 일본어로 ‘들어와서 구경하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시끌벅적한 유네스코길 한가운데 있는 제이엠솔루션(JM solution) 매장 앞은 조용했다. 이선영 제이엠솔루션 명동점장은 “우리는 매장 밖에 나가서 호객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외국인 관광객들이 명동을 등지고 홍대, 이대 쪽으로 많이 빠져나가고 있다. 제이엠솔루션에서 그 이유를 조사해보니 명동에서는 화장품이 자신과 맞는지 확인하기 어렵고, 자기 의지와 관계없이 화장품을 구매하는 상황을 불편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고객이 왔을 때 편안하게 상품을 체험할 수 있고, 어떤 화장품을 살까 고민할 때 합당한 제품을 잘 안내하는 방향으로 고객 중심적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꿀광 마스크팩’으로 중국인 사로잡아
중국에서 ‘꿀광 마스크팩’으로 유명한 제이엠솔루션은 국내 벤처기업인 지피클럽(GP Club)이 2016년 내놓은 화장품 브랜드다. 3년 만인 2018년 연 매출 5000억 원을 돌파했다. 2016년 매출액 483억 원, 2017년 매출액 884억 원과 견주면 엄청난 성장세다. 2018년 한 해 동안 ‘꿀광 로얄 프로폴리스 마스크’ 3억 2000만 개, ‘물광 SOS 링거 마스크’ 1억 8000만 개, ‘청광 마린 진주 딥 모이스처 마스크 펄’ 1억 3000만 개 등 마스크팩만 8억 개 넘게 팔았다. 이 점장은 “꿀광 마스크가 가장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청광·윤광·링거 등 후속으로 나온 시리즈도 계속 히트하면서 고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마스크팩뿐 아니라 제이엠솔루션이라는 이름처럼 전반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게 스킨케어 등 500여 가지 다양한 제품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제품은 ‘24케이 골드 라인’이다. 여러 단계의 화장을 거치지 않고 하나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멀티 펑션’ 제품이다. “요즘 고객들은 바쁘기도 하고 화장품을 많이 바르는 걸 선호하지 않아요. 24케이 골드 라인이 저희 제품 가운데 고가인 편인데, 중국인 관광객들은 마스크팩과 함께 이 제품을 많이 구매하세요. 아무래도 금을 선호해서가 아닐까요.”
2003년 창업 당시만 해도 비디오게임을 유통했던 지피클럽은 2013년 국내 화장품 브랜드와 유통 계약을 맺으면서 화장품 시장에 처음 뛰어들었다. 중국 시장 개척에 두각을 보이면서 다른 화장품 브랜드의 중국 유통도 맡게 됐다. 이렇게 구축한 탄탄한 중국 유통망을 바탕으로 독자 브랜드 제이엠솔루션을 내놓았다. 중국 사람들이 피붓결을 중시한다는 점에 주목해 ‘광채’를 강조한 ‘꿀광 로얄 프로폴리스 마스크’가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 점장은 “프로폴리스는 지리산에서 채취한 벌집에서 추출한 것”이라며 “K-뷰티 제품에 관심을 갖는 중국 고객들은 ‘한국’ 하면 청정한 물과 공기라는 이미지를 떠올리기 때문에 원료가 한국산인 점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창업공간’ 스타트업 파크가 조성될 인천 연수구 송도 투모로우시티. 정부가 스타트업 파크 조성 비용으로 총 120억 7700만 원을 지원하고 인천시는 지원을 바탕으로 창업 클러스터 조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연합
스킨케어 등 500개 제품 14개국 진출
지피클럽은 중국에 그치지 않고 미국, 캐나다, 러시아, 홍콩,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호주, 독일, 몰도바, 태국, 인도네시아, 일본, 베트남, 아랍에미리트 등 14개 나라에 진출해 있다. 이 점장은 “내점 고객 가운데 중국인의 비중이 80~90%로 압도적이고, 그다음이 동남아, 미국, 러시아 관광객 순이다. 2018년까지만 해도 내국인 손님은 거의 없었는데 올 초부터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해외 매출과 견줘 국내 인지도가 유독 낮았던 지피클럽은 국내 주요 면세점 12곳과 헬스 앤 뷰티(H&B) 매장 300여 곳에 입점하면서 자신의 화장품 브랜드를 국내에도 서서히 알리고 있다. 국내 면세점에서 지피클럽 제품은 매출 5위 안에 꾸준히 들고 있다. 이 점장은 “화장품 업계는 겨울과 봄이 성수기고, 6월부터 비수기다. 지금은 관광객이 많이 들어오지 않아 동종 업계의 명동 매출이 많이 빠지는 시점인데 저희는 고객 수도 하루 평균 100여 명으로 꾸준하고 매출도 조금씩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피클럽의 국내 인지도가 크게 올라갔다. 6월 말 미국 시장조사업체 시비(CB)인사이츠는 지피클럽을 유니콘 기업으로 등재했다. 유니콘 기업은 상장 전 기업가치가 10억 달러(1조 원)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을 뜻한다. 서영아 지피클럽 마케팅홍보팀장은 “중국에서는 매출이 굉장히 높았지만, 국내에는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유니콘 기업으로 등재된 게 좋은 회사라는 걸 알리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며 “하반기에는 이병헌, 한효주, 김고은 같은 한류스타가 함께 출연하는 광고를 게재하는 등 공격적인 국내외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피클럽은 국내에선 9번째 유니콘 기업이다. 앞서 쿠팡(전자상거래), 크래프톤(게임), 옐로모바일(스타트업 연합), 우아한형제들(푸드테크), 엘앤피(L&P)코스메틱(화장품), 위메프(전자상거래), 비바 리퍼블리카(핀테크), 야놀자(프랜차이즈 호텔) 등이 유니콘 기업으로 등재된 바 있다. 2018년 6월까지 쿠팡, 옐로모바일, 엘앤피코스메틱 등 3개에 불과했던 유니콘 기업은 1년 만에 3배로 늘어나면서 한국은 세계 유니콘 기업 순위에 독일과 공동 5위로 올랐다. 미국, 중국, 영국, 인도 다음이다.
한국, 유니콘 기업 독일과 공동 5위
벤처 업계는 국내 유니콘 기업의 탄생 속도가 앞으로 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신규 벤처투자와 신설법인 수가 함께 증가하는 등 벤처 창업 생태계가 성숙하고 있기 때문이다. 7월 11일 중소벤처기업부와 기술보증기금은 유니콘 기업의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한 13개 기업을 선정했다. 메쉬코리아, 리디, 컬리, 와디즈, 블랭크코퍼레이션, 디에스글로벌, 마이뮤직테이스트, 피피비스튜디오스, 하나기술, 네오랩컨버전스, 달콤소프트, 왓챠, 힐세리온 등이다. 업종별로는 정보서비스업 4곳, 전자상거래업 3곳, 제조업 분야 4곳 등이다.
이들은 이날 두 기관으로부터 ‘예비 유니콘 특별보증서’를 받았다. ‘예비 유니콘 특별보증’은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으면 적자 여부 등 재무 성과와 상관없이 최대 100억 원까지 스케일업(Scale-up·기업의 폭발적 성장) 자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4월 말 공모에 모두 47개 업체가 신청했다. 서류평가, 현장 기술평가, 대면 발표평가 3단계를 거쳐 시장 검증과 성장성, 혁신성 등의 조건을 만족한 13개 기업이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됐다. 중기부는 이들 기업이 매출 성장세나 고용 창출력, 투자유치액 등이 일반 기업보다 높았고, 성장을 위해 선제 투자한 곳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13개 기업의 평균 매출은 2015년 86억 3000만 원에서 2018년 543억 9000만 원으로 6.3배 뛰었다. 기업당 누적 투자유치액은 293억 원으로 시장 평균의 11.9배에 달했다.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은 “유니콘 기업은 제2 벤처 붐의 결실로, 일자리 창출과 벤처생태계 활성화의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중기벤처부는 유니콘 기업 20개 달성을 위해 아낌없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유니콘 기업 육성과 관련된 후속 방안을 더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글·사진 원낙연 기자
‘1000억 벤처’ 573개, ‘제2 벤처 붐’ 활짝
유니콘 기업과 함께 신규 벤처투자와 신설법인 수도 늘어나는 등 벤처 창업이 활성화하고 있다. 2018년 벤처투자 금액(3조 4000억 원), 신설법인 수(10만 2000개), 벤처기업 수(3만 7000개)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1~5월 신규 벤처투자는 1조 4894억 원으로 2018년 같은 기간 1조 2928억 원보다 15.2% 늘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상반기에 투자를 검토한 뒤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투자하는 시장 흐름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신규 벤처투자가 4조 원까지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매출 1000억 원 이상 올린 벤처기업(1000억 벤처)과 매출 1조 원 이상 올린 벤처기업(1조 벤처)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17년 513개였던 ‘1000억 벤처’는 올 초 573개로 늘었다. 4개에 불과하던 ‘1조 원 벤처’는 11개가 됐다. 이에 따라 기업공개(IPO), 장외주식 거래,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회수 규모도 2018년 2조 7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이다. ‘창업-투자-회수·재도전’의 선순환 구조가 마련되면서 제2의 벤처 붐이 가시화되고 있다.
정부는 제2 벤처 붐 확산을 위해 스케일업(Scale-up·기업의 폭발적 성장) 펀드를 조성해 벤처기업 육성에 속도를 내겠다고 3월 발표한 바 있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4년 동안 12조 원 규모의 스케일업 펀드를 마련해 중소기업, 스타트업을 중견기업 및 유니콘 기업으로 육성한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창업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신생 벤처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혁신모험펀드를 2020년까지 10조 원 규모로 조성한다. 벤처기업이 우수 인재를 확보하도록 스톡옵션 행사 시 비과세 혜택도 연간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회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3000억 원 규모의 인수·합병 펀드를 조성하고 중소기업 인수·합병 법인세 감면을 2021년까지 연장한다. 또 정부는 실패 기업인의 재도전을 돕기 위해 오래된 부실채권 1조 4000억 원을 정리하기로 했다.
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