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 시립국제수영장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다이빙 여자 1m 스프링보드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김수지가시상식이 끝난 뒤 관중에게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연합
한여름 광주에서 열리고 있는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7월 12~28일)가 국내 수영 팬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생명의 탄생은 물에서 시작됐다고 하는데, 세계적인 선수들이 6개 영역 76개 세부 종목에서 펼치는 물의 향연은 한순간도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7월 15일 다이빙 남자 10m 싱크로나이즈드 플랫폼 결선 경기에서 우하람(왼쪽)과 김영남이 연기를 선보이고 있다.
김수지 여자 1m 스프링보드 동
조각한 듯 탄탄한 몸으로 다양한 공중곡예를 펼친 뒤 떨어지는 다이빙은 단순해 보이지만 가장 어려운 종목이다. 떨어질 때의 충격은 관절과 근육에까지 새겨진다. 하지만 수만 번의 훈련을 통해 고통은 예술이 된다.
▶7월 14일 여수 엑스포해양공원 오픈워터 수영 경기장에서 열린 오픈워터 수영 여자 10km 경기에서 선수들이 반환점을 돌며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김수지가 여자 1m 스프링보드 동메달로 2011년 박태환의 경영 메달 이후 8년 만에 우리나라에 세계대회 메달을 선물한 것은 그런 노력의 결실이다. 다이빙에서 세계대회 입상권에 든 것은 처음이다. 워낙 발랄하고 긍정적인 성격을 지닌 김수지는 “마지막 5라운드 다이빙까지 점수판을 보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 평정심이 예상하지 못한 메달로 초반 대회 열기를 후끈 달궜다.
▶7월 16일 광주시 서구 염주종합체육관 아티스틱 수영 경기장에서 열린 아티스틱 수영 듀엣 프리 예선에서 우크라이나 마르타 피에디나-아나스타샤사부추크 조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아티스틱 수영, 세대교체로 가능성 엿봐
남자부의 우하람, 김영남 등 한국 선수들이 펼치는 연기는 세계 정상권에 가까웠다. 하지만 국가적인 차원에서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중국 선수들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수밖에 없다. 10m 높이의 점프대에서 발끝으로 지탱하면서도 흔들림이 없고, 물구나무서기까지 한 뒤 동작을 펴는 선수들을 보면 피나는 훈련이라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출발 동작에서 입수까지 1%의 결점도 없는 그들의 연기에 관중석에선 국적을 가리지 않고 박수가 터져 나온다.
▶7월 16일 아티스틱 수영 팀 테크니컬 결승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러시아 대표팀, 은메달을 차지한 중국 대표팀, 동메달을 차지한 우크라이나 대표팀 선수들이 메달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물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자유롭고 조화롭게 움직일 수 있는지를 극단까지 밀고 나가는 아티스틱 수영은 어떤가. 솔로부터 듀엣, 혼성, 팀 경기 등 워낙 세분화돼 있고 여기에 자유와 테크니컬 영역에서 이뤄지니 처음 보는 사람들은 세부 종목을 구분하기도 헷갈린다. 하지만 중력을 거부하듯 상·하체를 물 밖으로 높이 끌어 올려 현란하게 펼치는 다양한 공연은 지상에서 펼쳐지는 환상의 세계다. 관중석에선 선수들의 고난도 경연에 “아~” 하는 탄성이 연신 터진다.
▶7월 16일 아티스틱 수영 듀엣 프리 예선에서 러시아 스베틀라나 콜레스니 첸코와 스베틀라나 로마시나가 연기하고 있다.
세대교체로 새로운 출발을 한 한국 아티스틱 수영은 시상대에 서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리영 등 젊은 선수들이 국내 팬들에게 아티스틱 수영의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만으로도 성과라는 내부 평가를 받았다. 1990년대 후반만 하더라도 일본과 어깨를 겨누며 아시아 정상권을 다퉜던 만큼 향후 발전 가능성은 크다고 볼 수 있다.
▶7월 16일 광주 광산구 남부대학교 수구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수구 대한민국-러시아전이 끝나 뒤 한국 선수들이 관중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첫 출전 오픈워터·수구 지금부터
오픈워터 수영과 수구 또한 독특한 볼거리를 선보였다. 여수 엑스포해양공원에서 열린 오픈워터 수영 5km, 10km, 25km 경쟁은 보통 사람으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한국은 아예 25km 출전 선수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5km, 10km, 릴레이(5km)에 출전하면서 가능성을 점검했다. 남자부의 백승호, 박석현과 여자부의 임다연, 정하은 등 한국 출전자들은 하위권으로 처졌다. 경기 중에는 다른 나라 선수들의 팔꿈치에 코를 맞거나 발에 차여 숨쉬기도 곤란한 적이 있었고, 코치진이 긴 장대에 매달아 공급하는 음료수나 영양죽 병을 잘 낚아채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 ‘수영 마라톤’인 오픈워터 수영에 단 한 번도 출전하지 못했던 초보 선수들이 겪어야 할 신고식이었다. 하지만 빠른 유속과 파도 등 바다의 특성에 적응한다면 한국 선수들이 올림픽 무대에서 충분히 해볼 만한 종목이라는 말이 나온다.
▶7월 16일 열린 여자 수구 러시아전에서 한국 수구 역사상 첫 골을 터트린 경다슬이 울먹이고 있다.
남녀 수구는 세계 수준과의 현격한 격차를 보여주었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5월에 사상 처음으로 구성돼 6월부터 훈련한 여자 수구팀은 첫 경기 헝가리전에서 0-64로 최다 점수 차 패배를 기록했다. 쿼터별 8분씩 1~4쿼터가 열리고, 공격 제한 시간 30초를 주는 경기 방식을 생각하면 우리 공격 시간도 쓰지 못한 채 공을 빼앗겼다는 얘기다. 남자 수구도 아직 갈 길이 멀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 12일 광주 광산구 광주여대 유니버시아드 체육관에서 열린 2019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회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청와대사진기자단
하지만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배우고 느끼는 것이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를 통해 국내 팬들은 수영의 다양한 세계를 경험했다. 하이 다이빙과 경영 또한 국내에서 보기 힘든 스타 선수들의 출연으로 화려하게 빛났다.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는 수영과 예술이 맞닿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 한판 축제였다.
▶7월 12일 열린 개회식에서 생명과 6 평화를 뜻하는 문화공연이 펼쳐지고 있다.
광주·여수/김창금 <한겨레> 기자
사진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조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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