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오나르도 다빈치, ‘모나리자’, 77×53cm, 나무판에 유화, 1503~1506, 루브르박물관 소장│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프랑스 파리에 있는 루브르박물관은 세계 3대 박물관 중 하나로 인류 문화유산의 보고이자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 파리를 찾는 사람이면 누구나 방문할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루브르박물관은 관람객 수에서 압도적인 위상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초 루브르박물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무려 1020만 명이 루브르박물관을 찾아 사상 최초로 관람객 1000만 명 시대를 연 것으로 집계됐다. 2017년(810만 명)보다 무려 26%나 증가했다.
바로 이 루브르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대표적인 그림이 ‘모나리자’다. 루브르박물관이 자랑하는 간판 소장품이자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으로 칭송받는 모나리자는 라 조콘다(La Gioconda)라고도 불리는데 르네상스 3대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1452~1519)가 그린 그림이다. ‘모나’는 이탈리아어로 결혼한 여자를 높여 부르는 귀부인을 뜻하는 마돈나(Modonna)의 줄임말, ‘리자’는 피렌체의 돈 많은 상인 프란체스코 델 조콘도와 결혼한 리자 게라르디니를 말한다. 라 조콘다는 조콘도의 부인이라는 뜻이다.
다빈치 작품이라는 것 외 수많은 풍설
모나리자는 전 세계에서 CF 등 상업적으로 가장 많이 이용되고 있는 최고 인기 작품 중 하나다. 나무판에 유화물감으로 그린 이 그림은 화려한 명성과 달리 세로 77cm, 가로 53cm의 아담한 크기로 결코 웅장하지 않다. 다빈치가 프란체스코 델 조콘도의 주문으로 1503~1506년경으로 추정되는 시기에 조콘도의 아내 리자의 초상화를 그린 이 작품은 볼 때마다 표정이 변하는 수수께끼 같은 신비로운 미소와 눈썹이 없는 얼굴로 잘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미완성 작품이라는 설과 함께 도난 사건으로 더욱 유명해진 점, 작품이 주문자에게 전달되지 않고 다빈치가 보관하다 프랑스 왕의 수중으로 넘어간 점, 눈가와 입가의 경계를 모호하게 해 신비감과 상상력을 부추긴 스푸마토(sfumato) 기법을 창안한 점, 다빈치가 그렸다는 것 빼고는 작품을 둘러싼 미심쩍은 풍설 등 수많은 얘깃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그림 속 젊은 여자, 그녀의 이름은 리자 게라르디니다. 팔걸이의자에 왼편으로 비스듬히 앉은 채 살포시 미소를 짓고 있다. 상체를 왼쪽 방향으로 돌리지 않고 똑바른 자세로 앉았다면 우리에게는 그녀의 옆모습만 보일 것이다. 두 눈의 시선은 화면 밖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다. 알 듯 모를 듯 오묘한 미소를 머금은 그녀는 금방이라도 말을 걸어올 듯하다. 우리가 모나리자 그림을 바라볼 때 느끼는 친근감도 바로 이 때문이 아닐까. 자신이 초상화의 주인공인데도 귀고리, 목걸이 등 일체의 장신구를 하지 않은 게 특이하다. 없는 눈썹 때문인가, 가뜩이나 넓은 그녀의 이마는 더욱 넓어 보인다.
그녀의 뒤로 펼쳐져 있는 풍경은 언뜻 자연스럽지가 않다. 원근법의 기준으로 보면 비논리적이다. 언덕과 바위, 계곡, 산봉우리, 구불구불한 길, 호수, 다리 등으로 이루어진 풍경에 비해 앉아 있는 그녀의 비율이 훨씬 크게 그려졌다. 그림을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뭔가 어색하다. 그런데 바로 이 점이 모나리자의 우월성과 압도적인 힘을 반영하기 위한 다빈치의 의도라는 해석은 흥미진진하다. 런던대 유럽비교사 명예교수인 도널드 새순은 이에 대해 모나리자가 지배적인 것은 그녀가 보는 사람을 압도하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우리가 그녀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녀가 우리를 보는 것이라고 자신의 저서 <모나리자(Mona Lisa)>에서 밝혔다.
모나리자는 루브르박물관의 소장품 중 유일하게 방탄유리로 중무장한 단독 룸에서 관람객을 맞고 있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은 ‘모나리자의 미소’가 진짜 신비로운지 확인이라도 하겠다는 듯 그림 앞에서 떠날 줄을 모른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자화상│ ⓒwikipedia commons, public domain
다중적 해석이 가능한 이유
모나리자 그림의 백미는 역시 살아 있는 사람을 보는 듯 수수께끼 같은 미소다. 입가와 눈가를 자세히 보면 윤곽선이 뚜렷하지 않다. 흐릿하게 문지르듯이 그렸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스푸마토 기법이다. 스푸마토는 이탈리아어로 ‘연기처럼 사라지다’는 뜻인데, 물체의 윤곽선의 밝기를 차츰 어둡게 표현해 공기 속으로 번져나가는 효과를 얻기 위해 다빈치가 고안한 수법이다. 공기의 영향으로 먼 곳의 물체가 뿌옇게 보이듯이 이른바 공기를 그렸다고 해서 공기원근법(대기원근법)이라고 한다. 빛의 위치나 강약에 따라 모나리자의 눈과 입술 윤곽선의 경계가 다르게 보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어두운 곳에서는 형태가 흐릿하지만 밝은 곳에서는 뚜렷하게 보인다. 다빈치는 그림을 보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눈과 입술의 윤곽선이 그려지게 한 것이다.
한편 모나리자의 미소는 왼쪽 입가가 살짝 올라가 있다는 데서 확인된다. 눈은 웃고 있지만 눈동자에서는 미소의 흔적을 찾기 힘들고, 표정에 생기가 없어 생각에 잠긴 표정임을 암시하며 꽉 다문 입 때문에 미소의 다중적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모나리자 작품에 관해 최초로 평을 한 인물은 16세기 이탈리아의 화가이며 건축가이자 작가인 조르조 바사리(1511~1574)다. 1550년 당대 예술가들의 생애를 전기 방식으로 기록한 <이탈리아의 훌륭한 건축가, 화가, 조각가의 생애>를 통해서다. 이 책에서 바사리는 모나리자 그림에 대해 다빈치가 4년 동안 작업했으나 완성하지 못했고, 눈썹이 자연스러우며,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내내 악사와 광대를 불러 초상화의 주인공인 그녀의 흥을 돋웠고, 그 결과 그림 속의 미소는 신비로울 정도로 매력적이며, 깜짝 놀랄 만큼 기발한 기법을 사용했다고 평했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는 모나리자는 눈썹이 없다. 그림의 복원 과정에서 지워졌다거나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화학반응을 일으켜 탈색됐다는 등의 주장도 있지만 아직까지 정확한 진위가 밝혀진 바는 없다. 제작 시기와 초상화 주인공의 신원에 대해서도 이견이 없지 않지만 이미 알려진 내용을 뒤집을 결정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다빈치는 초상화를 의뢰한 주문자에게 그림을 전달하지 않고 왜 본인이 간직하고 있었을까, 이후 그림은 어떻게 해서 프랑스 왕 프랑수아 1세 수중으로 넘어갔을까 등 모나리자를 둘러싼 의혹은 한둘이 아니다. 1911년 도난당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가 2년 뒤 피렌체 한 미술상의 기지로 루브르박물관 품으로 돌아간 모나리자. 아이러니하게도 이 모든 논쟁과 의혹, 가설은 결국 모나리자의 명성을 더욱 확고히 하는 데 기여했을 뿐이다.
1) Mona Lisa, 도널드 새순 지음, 윤길순 옮김, 해냄, 2003, P61에서 발췌
2) 미술은 이렇게 세상을 본다, 박우찬 지음, 도서출판 재원, 2002, P46~P47에서 발췌
3) Mona Lisa, 도널드 새순 지음, 윤길순 옮김, 해냄, 2003, P61에서 발췌
박인권_ 문화 칼럼니스트. PIK문화연구소 소장으로 전 <스포츠서울> 문화레저부 부장과 한국사립미술관협회 팀장을 역임했다. 주요 저서로는 <시와 사랑에 빠진 그림>(2001), <미술전시 홍보, 이렇게 한다>(2006), 미술 연구용역 보고서 <미술관 건립운영 매뉴얼>, <미술관 마케팅 백서>(이상 200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