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칠곡군 수피아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어른들은 누구나 어린이였다’ 전시 중 전이수 군의 작품│수피아미술관
언제나 나를 챙겨주고 보듬어주었던 엄마. 늘 크게만 보였던 엄마가 어린아이처럼 작아진 몸을 웅크린 채 잠들어 있다. 아들은 그런 엄마를 바라본다.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다.
‘작아진 엄마 2.’ 이 그림 앞에 서면 누구라도 가슴 한편이 아려오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림 앞에 한참을 서 있던 장현진 씨(경기도 용인시)도 비슷한 속내를 털어놨다. “저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어요. 친정엄마 생각이 나더라고요. (4살 딸아이를 가리키며) 얘를 키워주셨어요. 저 힘든 것만 생각했지, 엄마 나이 드시는 건 몰랐다는 생각이 드네요.”
▶5월 24일 한 엄마와 아이가 경기 용인시 기흥구 YES24 중고서점 기흥점 내 미니갤러리에서 열린 ‘나의 가족, 사랑하나요?’ 일러스트 전시를 보고 있다.│김청연 기자
5월 24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YES24 중고서점 기흥점(이하 기흥점) 내 미니갤러리 <나의 가족, 사랑하나요?> 일러스트 전시 현장이다. 같은 제목의 책 <나의 가족, 사랑하나요?>에 실린 일러스트 중 ‘가정의 달’에 어울리는 일러스트를 프린트해 소개하는 전시는 부산 YES24 중고서점 수영점F1963(이하 수영점F1963)에서도 열렸다. 두 서점은 국내 신생 작가들과 협업해 서점 내 미니갤러리에서 ‘이달의 전시’를 진행하는데, 어린이날이 있는 5월부터는 어린이 동화작가 전이수 군의 작품이 관객들과 만났다.
▶전이수 군이 작품 ‘위로’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수피아미술관
갤러리에 작업실 재현한 ‘작가의 방’
기흥점에는 작가의 작업실을 재현한 ‘작가의 방’도 있다. 이수 군이 그림을 그릴 때 썼던 물감, 팔레트 등이 있다. 테이블 앞에 놓인 스케치북에 관람객 아이들이 그려놓고 간 그림을 보는 재미도 남다르다.
엄마의 따뜻한 보살핌 아래 행복하게 잠들어 꿈을 꾸는 아이의 모습을 그린 ‘꿈에서 본 엄마’, 각자 다름을 인정하며 함께 어우러진 꽃들을 그린 ‘꽃’을 비롯해 ‘산책’ ‘숲’ ‘참새 떼’ 등 전시장에서 만난 이수 군의 그림들은 우리에게 생각의 날개를 펼쳐보라고 손짓하는 듯하다.
특히 관객들 발길이 오래 머무는 곳은 ‘작아진 엄마 2’ 앞이다. ‘눈물이 핑’ ‘백 마디 말보다 더 마음을 울리네요’ 등 온라인 창작 콘텐츠 플랫폼 그라폴리오에 소개된 이 작품엔 이런 댓글이 달렸다. 누군가는 댓글로 작품을 그린 작가를 이렇게 소개했다. ‘하나님이 인간 세계에 보내준 작가’라고.
▶YES24 기흥점 내 마련된 ‘작가의 방’에서 한 어린이가 그림을 그리고 있다.│김청연 기자
올해 11살. 이수 군은 2008년에 태어난 물고기자리 소년으로 사남매의 맏이다. 제주도 자연 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글도 쓰며 지낸다. SBS <영재 발굴단>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알려졌고, 사람들 사이에서 ‘천재 작가’로 불리지만 본인은 ‘천재’라는 수사가 부끄럽단다. 매일 새로운 꿈을 꾸고 엉뚱한 생각도 많이 하는, ‘여느 아이들과 다를 바 없는 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꼬마악어 타코>를 시작으로 <걸어가는 늑대들> <새로운 가족> <나의 가족, 사랑하나요?>까지 4권의 책을 펴낸 이수 군은 올해 전시와 연재 등을 통해 독자들과 더욱 활발하게 만나고 있다.
‘그래. 나도 그래본 적 있어.’ ‘맞아. 그럴 때 그런 감정이 밀려오기도 하지.’ ‘가족’ ‘사랑’ ‘생명’ 등 보편적 소재를 다루는 이수 군의 작품은 우리로 하여금 이런 공감을 자아낸다. “우리는 모두 다르지만 많은 같은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사랑이다”(<새로운 가족> 중) 등 깨달음의 메시지를 전해주기도 한다. ‘공동체’를 떠올리게 하는 작품도 많다. 이수 군은 <위클리 공감>에 3주에 한 번 연재하는 ‘감 칼럼’을 통해 ‘100년 전 독립운동’(492호 ‘쓰러지고 흩어져도 꽃잎이 되어’)의 역사적 의의를 곱씹었고, ‘세월호 참사’(498호 ‘사랑은 꽃이 되어 다시’)를 추모하며 다시 희망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작가의 방’에 놓인 전이수 군의 물감과 팔레트 그리고 어린이 관객들이 그려놓고 간 그림들│김청연 기자
엄마 책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도
이수 군의 인스타그램(@eon2soo)에 올라온 ‘노 키즈 존’ 이야기도 화제였다. 동생 우태의 생일에 가족이 식당을 찾았다가 노 키즈 존이란 이유로 거절당한 경험을 털어놓으며 이렇게 적었다. “어른들은 잊고 있나 보다. 어른들도… 그 어린이였다는 사실을….”
이수 군은 강준영, 김계현, 노준, 오리여인, 이이남, 조광훈 등 6명 작가와 함께 <어른들은 누구나 어린이였다>라는 제목의 전시로도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경상북도 칠곡군 수피아미술관 개관전인 이 전시는 관객들에게 각자 가슴속에 존재하는 어린이를 찾는 시간을 선사하자는 취지로 마련했다. 전시 타이틀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에서 가져온 것이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린이 시절을 경험한 어른들도 전시의 주체가 돼 함께 공감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게 수피아미술관 측의 설명. 이수 군은 이 전시에서 ‘가족’을 주제로 한 신작 등 총 10점의 작품으로 관객과 만난다. 아들이 자신보다 훨씬 작아진 엄마의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을 담은 ‘작아진 엄마 1’,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사람보다 엄청 큰 개가 되어 곁에서 말없이 지켜주고 싶다는 작가의 마음을 담은 ‘위로 1’ 등을 만날 수 있다. 이수 군은 “수피아미술관은 엄청나게 넓어요”라며 “미술관, 캠핑장, 카페, 허브 공원 같은 여러 가지 볼거리, 놀거리가 잔뜩 있어서 온종일 놀고 와도 모자랄 정도였어요”라고 소개했다.
▶‘어른들은 누구나 어린이였다’ 전시 중 전이수 군의 작품│수피아미술관
기흥점 미니갤러리에는 이수 군 책과 함께 이수 군의 엄마 김나윤 씨가 올해 초 낸 <내가 너라도 그랬을 거야>도 꽂혀 있었다. 김 씨가 남편 그리고 사남매와 함께 살아온 과정, 앞으로 살아가며 추구해나가고자 하는 여러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책이다. 가족 간의 약속 그리고 사랑을 표현하고, 아이들 말에 귀 기울이고 마음으로 믿어주는 ‘부모님의 공감’ 등 이수 군의 예술적 감수성을 키운 토양이 무엇인지를 엿볼 수 있다.
기흥점 작가의 방에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상냥하고 따뜻한 말에는 꽃이 핀다. 고맙다. 예쁘다. 사랑스럽다. 널 믿는다. 참 잘했다.” 이수 군이 KBS <2018년 유아교육 특집 놀이의 발견>에 출연했을 당시 메모하듯 담벼락에 적은 글귀다. “저런 말들(상냥하고 따뜻한 말)이 좋아요?”라는 제작진의 질문에 이수 군은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가 저한테 해주는 말이에요.”
김청연 기자
동화 작가 전이수 X 엄마 김나윤 공감 북 토크
“이수 엄마 김나윤의 우리 아이 마음 읽어 주는 법”
일정 7월 28일 오후 2시
장소 YES24 중고서점 기흥점
경기 용인시 기흥구 신고매로 124 롯데프리미엄아울렛 기흥점 2층
*7월 25일까지 예스24 누리집(www.yes24.co.kr)에서 신청
<어른들은 누구나 어린이였다>전
기간 8월 31일까지
장소 경북 칠곡군 가산면 학하리
산741 수피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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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