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식인 “수출규제 철회를” 신용평가사 “일본, 세계경제 위협”

2019.08.05 최신호 보기


k▶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한겨레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 오카다 다카시 교도통신 객원논설위원, 다나카 히로시 히토쓰바시대 명예교수 등 일본 지식인 75명이 7월 25일 인터넷 사이트(https://peace3appeal.jimdo.com)를 개설해 아베 신조 정부의 수출규제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한일 관계에 정통한 일본의 양심적 지식인들이 아베 정부의 경제보복 철회와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공개적으로 나선 것이다. 이들은 ‘한국은 적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게시하고 8월 15일을 1차 기한으로 서명자를 모집하고 있다. 7월 31일 오후 11시 기준으로, 5015명이 이들의 활동에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지금 한일 관계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한일 정부 쌍방에 문제가 있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의 시민이기 때문에 우선은 우리에게 책임이 있는 일본 정부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며 서명운동 취지를 설명했다.

강제징용 문제 관련해 아베 정부 비판
이들은 아베 정부가 수출규제에 대해 보복 조치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것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7월 초 일본 정부가 표명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반대하고 즉시 철회를 요구한다”며 “반도체 제조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한 의미를 생각해보면 이 조처는 한국 경제에 치명적 타격을 줄 수 있다. 적대적 행위임이 분명하다”고 단언했다. 이들은 “이번 조치 자체가 일본이 큰 혜택을 받아온 자유무역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며, 일본 경제에도 크게 마이너스가 되는 조치가 될 것”이라며 “양국 관계를 뒤틀리게 하고 일본도 전혀 얻은 것이 없다는 결과로 끝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과거사 문제가 모두 해결된 것이라는 아베 정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강변했다. 이들은 “한일 청구권협정은 양국 관계의 기초로 존재하고 있는 만큼 존중받아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아베 정권이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문제가 해결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서 “일본은 한국을 침략해 식민지 지배를 한 역사가 있기 때문에 한국과 대립하더라도 특별하고 신중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사태의 배경이 된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한 아베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이들은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문제에 대해 아베 정권은 국제법, 국제약속을 (한국이) 어겼다고 반복해 말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들은 “식민지 지배가 한국인에게 손해와 고통을 끼쳤다는 점을 인정하고 사죄하고 반성해야 한다는 것이 대부분의 일본 국민의 공통 인식이 됐다”며 “기본조약 청구권 협정으로 (양국 간의)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들은 “문제가 된 징용공 소송은 민사소송으로, 피고는 일본 기업이다. 우선 피고 기업이 판결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물어야 하는데. 처음부터 일본 정부가 튀어나와 사태가 혼란스럽게 됐다. 나라와 나라 사이 싸움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일본에서 방탄소년단의 인기는 압도적이며, (연간) 300만 명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여행하고, 700만 명이 한국에서 일본을 방문하고 있다”며 “인터넷 우익 등이 아무리 외쳐도 일본과 한국은 중요한 이웃국가로, 서로 떨어질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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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IT 단체 “수출통제 정책 일방적 조치”
미국의 정보기술(IT) 단체와 국제 신용평가사들도 일본이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며 비판에 동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 27일 퀄컴과 인텔 등이 포함된 미국의 반도체산업협회(SIA)와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 등 6개 협회가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세코 히로시게 일본 경제산업상 앞으로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에 우려를 표하는 서한을 보내왔다고 밝혔다.
서한에 참여한 단체는 SIA와 SEMI 외에 컴퓨팅기술산업협회(CompTIA), 소비자기술협회(CTA), 정보기술산업협회(ITI), 전미제조업자협회(NAM)이다. 이들 단체는 “일본과 한국은 반도체 글로벌 가치 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양국이 세계 정보통신산업과 제조업의 장기적 피해를 피하기 위해 이 문제의 해결을 신속히 모색하고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일본의 조치에 대해 “수출 통제 정책의 투명하지 않고 일방적인 변화”라면서 “공급망 중단, 선적 지연을 초래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국경 안팎에서 영업하는 기업들과 그들이 고용하는 노동자들에게 장기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들도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세계 경제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7월 22~23일 싱가포르에 있는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홍콩에 있는 피치 아시아사무소를 방문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신용평가사들은 “아직은 일본 조치의 경제적 영향이 제한적”이라면서도 “향후 일본의 조치가 심화할 경우 한·일 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 체계 및 세계 경제에도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신용평가사들은 “수출규제가 장기화 또는 심화될 경우 한일 분업체계에 토대한 전 세계 반도체 공급체계가 흔들리면서 세계 경제가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고 공통적으로 지적했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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