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 산업 경쟁력 강화 총력” 민관정 뜻 모았다

2019.08.05 최신호 보기


l▶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맨 오른쪽)이 7월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 협의회’ 제1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한겨레

범국가적 비상협력기구인 ‘일본수출규제대책 민관정협의회’가 7월 31일 첫 회의를 하고 수출규제 조치 철회 촉구와 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 총력 대응에 나섰다. 또 소재·부품 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 등에도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민관정 협의회는 이날 국회에서 출범식을 겸한 첫 회의를 하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회의에서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영주 한국무역협회장이 협의회 공동 의장으로 선출됐다. 홍 부총리는 비공개 회동 후 브리핑을 통해 “일본 수출규제 조치가 매우 부당하고 부적절하다는 점에서 모든 참석자의 의견이 일치했다”며 7개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협의회는 먼저 일본 정부에 부당한 3대 품목 수출규제 조치를 조속히 철회하고 양국 간 협의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일본이 현재 준비 중인 추가적 조치(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 배제 등)의 절차 진행을 즉각 중단한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내용도 합의 내용에 포함됐다. 외교적 해결 노력 및 전방위적 국제공조 강화, 기업 피해 최소화에 총력 대응 등에도 합의했다.
홍 부총리는 “기업은 재고 확보와 수입선 다변화, 설비 신·증설 등 공급 안정화 노력을 가속화하고, 특히 대·중견기업은 기술개발을 위해 중소기업과 상생협력 노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라며 “정부는 연구·개발(R&D) 지원 등 다각적인 예산·세제·금융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정치권은 입법 제도 개선에 필요한 사안을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협의회는 일본과 외교적 해결을 위해 전방위 국제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민관정이 모든 차원에서 다각적 채널을 통해 일본에 대해 협의를 촉구하고 관련 협의를 지속하기로 한 것이다.
당장 발생할 수 있는 기업 피해 최소화를 위해서도 민관정이 합심해 총력을 기울인다. 기업은 재고확보, 수입선 다변화, 설비 신·증설 등 공급 안정화 노력을 가속화하고, 대·중견기업은 기술개발을 위한 중소기업과 상생협력 노력도 각별히 강화키로 했다.

정부는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핵심소재, 장비개발에 매년 1조 원 이상 지원하는 등 소재부품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조속히 수립한다. 또 R&D를 다각적으로 지원하고, 입법 제도개선 등 필요한 사항이 있으면 적극 해결한다.
핵심 소재·부품·장비 기술개발에 매년 1조 원 이상 지원하는 등 정부가 준비한 경쟁력 강화방안을 조속히 발표하고 추진하는 데에도 의견 일치를 봤다. 홍 부총리는 “외부에 (원천) 기술을 확보한 기업과 협력하는 방안이 중요하다는 의견을 대한상의가 냈고, 자체적 기술개발 가속화 노력과 병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8월 1일 태국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과 양자회담을 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철수를 기다리고 있다.│연합

“일본 수출규제 조치 부당”… 주한 외교단 대상 설명회
외교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7월 30일 합동으로 주한 4대 수출통제체제 가입국 외교단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하고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문제성과 그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윤강현 경제외교조정관은 모두발언에서 “일본이 다자무역체제와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일방적인 조치를 철회해야 한다”면서 “이러한 일본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사태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김상욱 동아시아경제외교과장은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자유무역과 글로벌 가치사슬(GVC)에 미칠 심각한 악영향을 설명했다. 또한 한국은 일본의 일방적 조치 철회를 촉구하고 어떠한 추가 조치의 도입에도 반대하며, 일본과 외교적 해결 및 한일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협력할 용의가 있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WTO 제소 준비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WTO 제소 절차는 ‘양자협의 요청서’를 상대국인 일본에 내는 것으로 시작된다. 정부는 제소장 역할을 하는 양자협의 요청서가 제소 범위와 성격을 한번 규정하면 수정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 심혈을 기울여 양자협의 요청서 작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와 관련해 4박5일간 미국을 방문했던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7월 2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국내적으로는 우리 기업의 피해가 최소화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강구하는 한편 대외적으로는 조속히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일본 측과 대화 노력을 이어나갈 계획”이라며 “장관회의를 포함한 다자·양자협의를 계기로 일본 측 조치의 부당성에 대한 국제 사회의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미국 경제통상 인사들을 만나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알렸다. 미국 의회·업계 인사와 전문가들은 경제와 안보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우려하며 문제해결을 위해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유 본부장은 윌버 로스 상무장관 등 정부인사와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위원장, 마이클 맥컬 하원 외교위원회 간사 등 의회 인사를 만난데 이어 20여명의 경제통상 관련 단체와 전문가를 접촉했다. 유 본부장은 이들에게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기술적 우위와 무역의존도를 정치적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로 활용함으로써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신뢰와 국제무역질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한 선례임을 알렸다.
또 한일 양국뿐만 아니라 미국 수요·공급기업 등 관련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강조했다.

l▶7월 21일 오후 서울 종로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뒤로 아베정부를 규탄하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한겨레

정부 “ARF에서 일본의 부당성 적극 호소”
정부는 8월 1~3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최근 일본의 수출제한 규제조치 부당성을 적극 호소했다. 윤순구 외교부 차관보는 회의 참석에 앞서 7월 25일 열린 ARF 등 아세안 관련 외교장관회의에서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특히 최근 일본의 부당한 수출제한 조치의 조속한 철회를 여러 계기에 촉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특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아세안과 동아시아 번영의 밑거름이 된 자유무역주의에 위배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ARF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태국을 방문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8월 1일 방콕 센타라 그랜드호텔에서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을 만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하고 특히 화이트리스트(안보상 수출심사 우대 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일본 정부의 법률안 개정 추진을 멈추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이날 강 장관은 고노 외무상과 한일 외교장관회담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일본의 반응과 관련해 “그(우리 쪽 요구)에 대해서는 확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미국이 한일 갈등과 관련해 ‘분쟁 중지 협정’(standstill agreement)에 합의할 것을 촉구했다는 외신 보도와 관련해 “여러 기사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미국의) 중재 이전에 우리쪽에서 이 수출규제 문제, 또 한일 간의 강제징용 판결 문제에 대해서 협의를 하고 만들어 낼 수 있는 그런 시간적인 여유가 필요하다’, ‘통상적으로 문제가 있는 국가 간에는 협의를 통해서 해결을 찾아야 하는데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이야기 했다”고 말했다.

‘평화의 소녀상’ 일본 공공미술관 첫 전시
일본의 수출규제로 한일 갈등의 골이 깊어진 속에서도 일본 사회의 대표적 금기인 ‘평화의 소녀상’이 일본 최대 규모 국제예술전에서 처음으로 전시됐다. 아이치현은 8월 1일부터 10월 14일까지 ‘정(情)의 시대’라는 주제로 나고야 아이치현미술관 등에서 ‘아이치 트리엔날레(triennale) 2019’를 개최하는데, 전시 작품 중 ‘평화의 소녀상’이 포함돼 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아이치현 일대에서 2010년부터 3년 주기로 열리는 일본 최대 규모 국제예술 전시회로, 2016년 전시회 때는 관람객 60만 명을 모았다.
이번에 전시되는 소녀상은 주한 일본대사관 앞의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조각가 김운성, 김서경 부부가 똑같이 만든 소녀상이다. 이번 전시에는 단발머리에 치마저고리를 입은 소녀가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과 그 옆의 빈 의자, ‘평화비’ 표지석까지 그대로 재현된다. 주최 측은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우익 세력의 전시 방해 우려가 제기되지만, 경찰 등과 공조해 경비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청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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