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금융 ‘핀테크’, 금융 산업·시장 판 바꿔

2019.08.05 최신호 보기


l▶삼성전자 모바일 결제 서비스 삼성페이. 타사 모바일결제 서비스들이 주로 사용하는 NFC(근거리 무선통신) 방식뿐 아니라 MST(마그네틱 보안 전송) 방식도 탑재, 범용성을 키운 것이 특징이다. | 연합

금융권에 4차 산업혁명의 바람이 거세다. 금융과 기술의 합성어인 핀테크가 새로운 금융 서비스와 상품을 등장시켜 금융시장과 산업에 지각변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은행 창구나 금융회사 점포를 방문하지 않고서도 스마트폰 하나로 결제, 대출, 상품 가입, 투자, 자산관리 등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베스트셀러 <머니볼>의 저자 마이클 루이스는 2014년 11월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들은 스스로 느끼지 못하겠지만 기술 발달이 금융산업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몰고 올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핀테크는 금융산업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동시에 금융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주고 포용적 금융의 확대를 촉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인터넷전문은행, 크라우드펀딩, P2P(개인 대 개인 간) 대출 등 디지털 금융의 확산은 신용등급조차 산출하기 어려운 신생 기업이나 사회 초년생에게까지 투자 유치와 대출 기회를 열어줬다. 금융회사 점포를 방문하지 않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금융 거래를 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습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8대 혁신성장 선도사업’의 하나로 선정
세계 4대 회계법인이자 컨설팅회사인 영국 언스트 앤드 영(Ernst & Young)이 지난 5월에 발표한 ‘2018년 주요국 핀테크 이용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핀테크 도입 지수는 67%로 2017년의 32%보다 두 배 이상 높아졌다. 언스터 앤드 영이 산출하는 핀테크 도입 지수는 최근 6개월 사이에 2개 이상의 핀테크 서비스 이용자의 백분율이다. 한국의 금융 소비자 10명 가운데 7명가량이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핀테크 도입 지수는 싱가포르나 홍콩과 같은 수준이며, 핀테크 선진국으로 꼽히는 영국(71%)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세계 주요국에서 핀테크는 혁신성장을 촉진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핵심 서비스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도 2018년 초부터 ‘8대 혁신성장 선도사업’의 하나로 핀테크를 선정해 활성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특히 올해 4월부터는 ‘금융혁신 지원 특별법(금융혁신법)’이 발효되면서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한 신기술과 새로운 서비스 도입이 활발하다. 금융 규제 샌드박스란 혁신성과 소비자 편익 제고가 기대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금융 법령상 인허가 및 영업 행위 규제를 일정 기간 유예하거나 예외로 인정해주는 제도다. 금융산업은 원래 규제 장벽이 높고 업권별 이해관계도 복잡해 혁신적인 서비스의 출현이 어렵다. 따라서 핀테크 등 신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금융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금융 당국은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해 우선 허용하고 필요할 경우 사후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혁신법 시행 뒤 6개월 동안 6차례에 걸친 심사를 통해 모두 42건의 서비스를 혁신 금융서비스로 지정해 규제 샌드박스에 넣었다. 기존 금융에 빅데이터, 블록체인, 공유 플랫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접목시켜 금융서비스의 비용과 편의성을 개선하는 사업이 주로 지정됐다. 온라인 대출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대출 모집인의 특정 회사 전속 규제를 완화하거나, 은행이 금융·통신 융합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가상이동통신망사업을 은행 부수 업무로 인정하고, 신용카드를 이용한 개인 간 송금서비스를 허용하는 것 등이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추진된다. 7월에 지정된 사례로는 반려동물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에게 반려동물 건강 증진을 위한 제휴서비스 포인트를 제공하는 서비스, 신용카드사가 다양한 기관의 비금융·비정형 정보를 가공해 가맹 사업자의 사업 건전성을 평가하고 적합한 대출 상품의 선택과 신청을 연계해주는 서비스 등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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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전용 투자펀드 1000억 원 조성
금융 당국은 하반기에도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업계 수요 조사, 현장 간담회 및 컨설팅, 신청 접수와 심사 절차 등을 이어가며 핀테크 활성화를 위한 규제 혁신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또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한 시범사업(테스트)이 예상했던 효과를 거두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해 필요하면 곧바로 개선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핀테크 기업에 대한 투자 활성화 방안도 나왔다. 우선 하반기 중에 금융권과 한국성장금융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핀테크 전용 투자펀드’를 약 1000억 원 규모로 조성해 투자에 나서도록 한다. 금융회사의 핀테크 기업 출자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연내 제정해 은행이나 보험회사의 100% 지분 출자가 가능한 ‘금융 밀접 업종’에 포함될 핀테크 관련 기업의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핀테크 기업 출자 때 사전 승인은 사전 신고 등으로 간소화하고, 일정 규모 이하 투자는 아예 신고 절차를 면제하거나 사후 보고로 대체한다. 핀테크 기업에 대한 금융권의 투자 활성화는 금융과 핀테크의 결합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게 금융 당국의 기대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혁신 금융서비스 지정 사업자 대표와 간담회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시도하는 핀테크 관련 서비스는 미래 금융산업과 우리 삶을 완전히 바꿔놓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규제 혁신 검토 과정에 적용될 기본 원칙으로 ‘금융과 다른 산업 간 융합 가속화, 금융 분야의 플랫폼 경쟁 촉진, 생활밀착형 금융서비스 활성화, 금융 소외 계층에 대한 포용성 강화’ 등을 제시했다. 핀테크 기술의 발달과 디지털 환경의 변화에 따른 금융 혁신의 주체는 금융 당국이나 서비스 공급자만이 아니다. 금융시장과 시스템의 안전성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한다면, 금융 소비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능동적인 참여도 필요하다. 특히 핀테크 시대의 금융에서는 모든 소비자가 제공하는 개인정보가 새로운 서비스 창출의 기반이며 기본 동력이다. 주인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충분히 내세울 수 있다. 포용적 금융 혁신은 정해진 이정표가 있는 게 아니라 모두 실험에 동참하고, 다 함께 감시·검증하면서 개선해나가는 과정일지 모른다.

박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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