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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살 아들에게 매일은 아니어도 시간이 날 때마다 책을 읽어주고 있다. 그런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다 보면 오히려 내가 더 많이 느끼고 깨닫는 경우가 많다. 며칠 전에는 아이와 함께 <피리 부는 사나이>란 책을 읽었다. 너무나 유명한 책이니 줄거리는 다 알 것이다.
마을의 쥐를 없애주면 돈을 주기로 약속했던 시장과 마을 주민들이 막상 피리 부는 사나이로 인해 쥐가 없어지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큰돈을 주는 게 아까웠던 것이다. 여기에 화가 난 피리 부는 사나이는 마을의 아이들을 데리고 어딘가로 사라진다.
요즘 저출생 문제가 심각하다. 출생률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이 땅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일이 버겁기 때문이다. 누가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까? 언제나 어른들은 약속을 했다. 사교육의 부담감을 줄여주겠다고, 입시 지옥에서 아이들이 벗어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지만 무엇이 변했을까? 여전히 아이들은 대학 입시의 문턱에서 숨을 헐떡거리며 부족한 잠과의 전쟁을 하고 있고, 수시로 바뀌는 입시 제도는 아이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사교육을 줄여주겠다며 선행학습 금지법까지 생겼지만 불안한 부모들은 오히려 더욱 선행학습에 열을 올리고 학원들 역시 교묘해진 방법으로 아이들을 혹사시킨다.
우리 중 누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시장이고 누가 아이들을 데리고 간 피리 부는 사나이일까? 어찌 되었든 중요한 것은 어른들 사이의 약속과 불이행 속에 아이들만 상처받고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아이들이 없는 세상을 우리가 만들고 있다.
결국 저마다의 욕심으로 어른들 스스로가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되어 아이들을 동굴 깊숙한 어딘가로 데려가고 있다고 생각하니 등골이 서늘하다. 이제는 함께 고민해야 한다. 내 아이만 좋은 대학에 들어가서 취업을 하는 게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이 서로에게 좋은 친구가 되어주고 마주 보며 웃을 수 있는 환경을 어른들이 되돌려주어야 한다. 정책 부재를 얘기하고 정치인에게 기댈 것이 아니라 어른 모두가 책임 의식을 갖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 우리 스스로가 피리 부는 사나이가 되어 아이들이 돌아올 수 없는 길로 데려가는 비극은 만들지 말자.
이송애 충북 음성군 감곡면 상우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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