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출규제·엄중한 경기 상황에 기업 세금 감면… 고소득자는 증세

2019.08.05 최신호 보기


l▶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7월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2019년 세법개정안 브리핑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정부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하고 경기 부진을 해소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기업의 설비투자에 대규모 세제 지원을 한다. 고소득자 대상으로는 ‘핀셋 증세’를 하고, 서민·중산층을 위한 세제 지원은 늘린다.
정부는 7월 2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을 뼈대로 한 ‘2019년 세법개정안’을 확정, 발표했다. 세법개정안은 9월 3일 정기국회에 제출돼 12월 본회의를 통과하면 내년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을 보면, 정부는 2020년부터 1년 동안 기업의 자동화 설비 등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에 대한 투자세액공제율을 올린다. 대기업은 1→2%, 중견기업은 3→5%, 중소기업은 7→10%로 상향 조정한다. 이를 통해 설비투자에 나서는 기업들은 모두 5320억 원의 혜택을 볼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생산성 향상시설 투자세액공제 대상으로 의약품제조·물류산업 첨단설비를 추가하고 일몰도 2021년 말까지 2년 연장한다. 안전시설 투자세액공제 대상도 송유관·열 수송관 안전시설, 액화석유가스(LPG)·위험물 시설 등으로 확대하고, 역시 일몰을 2년 늘린다. 자산을 취득한 초기에 감가상각을 크게 해 세금을 덜 내면서 투자 금액을 조기에 회수할 수 있는 가속상각 특례 적용기한은 2019년 말에서 2020년 6월 말까지 6개월 동안 연장한다.

이 기간 중소·중견기업은 사업용 고정자산에 대해, 대기업은 혁신성장 투자자산과 연구·인력개발 시설, 신성장기술 사업화 시설에 대해 내용연수를 50%까지 축소할 수 있다. 2019년 7월 3일부터 연말까지는 더 큰 혜택을 준다. 대기업은 내용연수를 50%까지 축소할 수 있는 가속상각 대상 자산이 생산성 향상시설과 에너지 절약시설까지 늘어나며, 중소·중견기업은 모든 사업용 자산에 대해 가속상각 허용 한도가 50%에서 75%로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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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산업 위기 지역 기업 추가 감면 혜택
2020년부터 전북 군산, 경남 거제, 경남 통영, 경남 고성, 경남 창원, 울산 동구, 전남 목포, 전남 영암, 전남 해남 등 고용·산업 위기 지역에 있는 창업기업에 대해서는 기존 5년 동안 소득세·법인세 감면 혜택에 더해 2년 동안 50%를 추가 감면해주기로 했다. 규제자유특구의 중소·중견기업 투자세액공제율은 중소기업은 3%에서 5%로, 중견기업은 1∼2%에서 3%로 올린다.
투자 활성화를 위한 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세제 혜택으로 올해와 견줘 앞으로 5년 동안 누적(누적법 기준)으로 대기업은 2062억 원, 중소기업은 2802억 원의 세금이 각각 경감되는 혜택을 얻을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5년 동안 줄어들 전체 법인세는 5463억 원에 달한다. 전체적으로는 앞으로 5년 동안 누적으로 4680억 원의 세수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김병규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올해는 경기 상황이 엄중해 한시적으로 세 부담 경감을 추진하게 됐다. 경제 활력에 포커스를 맞추다 보니 세수 감소가 크게 나타났다”면서 “감세 기조로 돌아섰다고 보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정부는 세입 기반을 확충하기 위해 연봉 3억 6000만 원 이상 고소득층의 근로소득공제를 축소하고, 임원 퇴직금에 대한 소득세도 더 걷기로 했다. 지금까지 무제한 가능했던 근로소득공제는 내년부터 1인당 최대 2000만 원의 한도를 두기로 했다. 연간 총급여가 3억 6250만 원을 초과하는 노동자는 근로소득공제 한도를 넘어서 공제 한도의 적용을 받게 된다. 총급여가 연간 5억 원이면 110만 원, 10억 원이면 535만 5000원, 30억 원이면 2215만 5000원의 세 부담이 각각 늘어난다. 연간 총급여가 3억 6250만 원이 넘는 노동자는 2017년 전체 근로소득자 1800만 명 가운데 약 0.11%에 해당하는 2만 1000명가량 된다. 이를 통한 근로소득세 증대 효과는 연간 640억 원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임원 퇴직소득 과세 강화로 세수 증대 효과
또 2020년 이후 법인의 회장, 사장, 대표이사, 전무이사, 상무이사 등 임원이 퇴직할 때 지급받는 2012년 이후(퇴직소득 한도 도입 기점) 퇴직금 가운데 퇴직소득으로 과세하는 한도를 축소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급배수를 3배에서 2배로 낮추고, 임원의 퇴직금 가운데 ‘퇴직 전 3년 동안 평균 급여×1/10×근속연수×지급배수 2배’를 초과하는 소득에 대해서는 퇴직소득이 아닌 근로소득으로 과세한다. 퇴직소득이 아닌 근로소득으로 과세하면 세 부담은 늘어난다. 정부는 임원 퇴직소득 과세 강화로 연간 360억 원의 세수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소형주택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감면 혜택은 2021년부터 최대 75%에서 50%로 낮추기로 했다. 올해 조세특례제한법을 개정해 일몰 기간을 3년 연장하되 1년의 유예기간을 두는 것이다. 이에 따라 내년까지는 임대사업자가 전용면적 85㎡, 6억 원 이하 소형주택을 빌려주고 올리는 소득에 대해 4년 이상 임대하면 30%, 8년 이상 임대하면 75%의 소득·법인세 감면 혜택을 제공하지만, 2021년부터는 4년 이상 임대하면 20%, 8년 이상 임대하면 50%로 혜택이 낮아진다. 이로 인해 임대사업자의 세 부담은 연간 49억 원, 5년 동안 250억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9억 원 이상 상가주택을 거래할 때 양도소득 과세특례도 줄어든다. 정부는 2022년부터 실거래가 9억 원을 초과하는 겸용주택의 주택과 상가 면적을 분리해 양도소득 금액을 계산한다. 지금은 주택과 상가 가운데 주택 연면적이 더 넓으면 건물 전부를 주택으로 간주해 1가구 1주택 비과세나 최대 80% 장기보유 특별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9억 원 이상 겸용주택은 2017년 기준 1만 호가량 된다고 정부는 설명했다. 올해와 견줘 앞으로 5년 동안 고소득층의 세 부담은 약 3773억 원 늘어나게 된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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